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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위한 ‘변명’
2014.08.15
오늘은 광복 69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66주년입니다. 이 영광된 날에 ‘자유칼럼’에 글을 쓴다는 것은 저로서도 큰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남다른 감회가 있습니다. 저의 선친께서 평생 일구어 오신 상점의 상호가 다름 아닌 ‘8. 15’였기 때문입니다. 해방의 희열을 맛보면서 당신이 겪어온 압박과 설움을 이 숫자 3개에 담으셨으니 당시 우리 겨레가 맞았던 감회가 어떠하였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이 글은 많은 부수를 자랑하는 무슨 일보(日報)의 기사나 논설이 아니라 <자유칼럼그룹>이 매일 써내는 하나의 칼럼입니다. 자유칼럼이란 이름의 근저에는 자유를 향한 외침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광복이란, 겨레가 외세의 질곡에서 자유를 찾은 날입니다. 또한 겨레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새 정부를 세운 날이기도 합니다. 이러니 이날에 칼럼을 쓴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자세를 가다듬게 됩니다.“왜 대한민국을 위한 ‘변명’이냐?”고 하실 분이 많을 것입니다. 풍랑 속에 뒤뚱거리는 대한민국호가 머지않아 침몰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는 사람, 또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왜 굳이 ‘변명’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당당한 나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금 대한민국은 그 구성원들에 의해 너무나 질타를 당하고 있습니다. 식자건 아니건, 우리나라를 곧 무너지는 빌딩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입니다.세월호의 트라우마가 아직까지, 아니 먼 훗날까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아픈 상처가 얼마나 더 우리의 국가의식을 잠식해 갈지 모릅니다. 정말 잘못된 사건 사고요, 씻을 수 없는 오점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대한민국호가 침몰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학적이며 근거 없는 비관론이라고 봅니다. 비록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약간의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또 일부 선원이나 승객이 크고 작은 과오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대한민국호를 애초부터 균형을 읽고 항해에 나선 세월호에 빗대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대한민국이란 배에는 그 어느 배보다도 탄탄한 평형수(balast)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평형수는 바로 우리 국민입니다. 보십시오! 국난의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은 그때마다 떨쳐 일어나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 전 세기 초를 전후하여 외세에 강점되기도 하였으나 아시아의 빛이라 불릴 만큼 평화적인 독립운동을 펼쳤던 민족입니다. 나라가 분단되어 형제지간 처참한 살육의 장이 된 6. 25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대에 이룬 유일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이 모든 것이 지혜롭고 부지런한 우리 국민이 아니었으면 어찌 가능하였겠습니까? 우리는 지나치게 자신을 추켜세우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자신을 비하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굴곡진 역사가 남겨놓은 악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날 너무나 많은 언(言)과 설(說)이 우리 주변에 난무하고 있습니다. 책임정치가 없는 것처럼 책임언로(言路)가 없는 탓인지도 모릅니다. 피땀으로 오늘의 이 나라를 세우고 일궈온 선인, 선배들처럼 묵묵히 일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팔만대장경을 만들었고 최초로 금속활자를 빚어냈으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한글을 만들어 쓰고 있는 나라입니다. 일찍이 이런 높은 문화를 향수한 민족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 세대를 돌아보면, 세계 최고가 한둘이 아닙니다. 예술, 의료, 과학, 기술, 예능, 스포츠를 망라하여 그 어느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데가 없습니다. 나아가 정보화 시대에 정보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이기도 합니다. 선진국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느 누구도 넘보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정보기술을 우리는 나날의 생활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이런 문화적 전통과 현대적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6천만 한민족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북녘의 2천 5백만 형제들이 차갑게 폐쇄된 땅, 문화적 기술적 인도적 오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발전에 비추어 이 문제 또한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통일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때를 위하여 부단히 준비해야 합니다.요즘 청년 백수란 말, 아픈 청춘이란 말이 시사하듯 우리 젊은이들을 무기력한 집단으로 보는 것 또한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일 뿐입니다. 묵묵히 자기 분야의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대다수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사고를 치는 젊은이들, 미혹에 빠져 일시적으로 종북 행렬에 가담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결코 우리 젊은이들의 표본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일하면서 그들이 올바르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스스로의 삶과 나라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을 흥겹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크게 보아 한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유라시아 1만 5천리 대장정’이란 한 언론사 기획의 초대형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지만 이런 담대한 사업들을 행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며 이런 미증유의 대장정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나이든 세대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진취적인 모습입니다. 어제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시아 최초로 우리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긴 일정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분이 이렇게 우리나라에 오시는 까닭은 우리가 세계에 평화와 인류애로 모범이 될 것임을 아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성자와 시복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민족이 선하고 올바르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웃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 겨레가 세상을 위해 더 옳은 일을 해왔다고 보시기 때문에 가장 먼저 찾으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기독인은 아니지만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광복과 정부수립일 바로 하루 전에 우리나라를 찾아오신 것은 우리 겨레에게 크나큰 축복이라 믿습니다. 교황님도 축복을 내리시는 이 대한민국호, 이 배에 타고 있는 국민으로서 결코 우리의 앞날을 비관해서는 안 됩니다. 풍랑에 흔들렸다고 곧 나락으로 침잠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요, 국민입니다. 이제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 밝은 빛이 비치는 희망의 항로를 개척해 나갈 때입니다.
필자소개
정달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주 이집트 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제주 소재 유엔국제훈련센터(UNITAR)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인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외국인거주환경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 텃밭과 나무를 가꾸며 자연의 품에서 생활의 묘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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