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하청업체' 문 닫게 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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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갑의 횡포'에 회사 문 닫았다" “롯데건설 현장서 일하다 회사가 망했다.” 롯데건설이 수주한 공사에 참여한 한 하청업체 대표의 한맺힌 목소리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기지연과 추가공사에 따른 기성비용을 모두 떠넘기는 통에 결국 회사가 부도에 몰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롯데건설의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성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하청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한 일이 빈번했다. 업계에선 ‘단가 후려치기’ 등 롯데건설의 도 넘은 ‘갑의 횡포’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지연으로 공사비 급증 롯데건설이 수주한 공사에 하청업체로 참여했다 부도가 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테리어 시공업체인 A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초 군관공사인 서해 대청도 군사시설공사에 롯데건설 1차 하청업체인 B사의 재하청업체로 참여했다.
계속된 공기지연으로 착공일은 3월까지 지연됐다. 그마저도 A사가 맡은 공사분량의 절반도 안 되는 부분만 제공됐다. 이 때문에 A사가 준비한 인력들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동안에도 임금과 숙식비, 교통비 등은 계속해서 지출됐다.
이런 가운데 B사는 4월 중순 공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추가 인원 투입을 강행했다. A사는 준비한 인력만으로도 공사를 계약한 기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인력을 늘리면서 공사비는 더욱 높아졌다. 이밖에도 계약된 공사 외에 추가공사나 물량투입도 적지 않았다.
공사비는 어느새 계약금액을 넘어섰다. 과도하게 증가한 공사비에 A사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자 B사는 “롯데건설과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며 공사비 보전에 대한 각서를 써주겠다”고 A사를 회유했다. 그러나 공사가 완료되자 B사는 얼굴을 고쳤다.
이 때문에 A사는 이득은커녕 수천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A사는 롯데건설과 B사에 공사비 보전 청구서를 발송하는 등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B사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롯데건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롯데건설과 B사가 문제를 방치한 사이 유동성위기에 몰린 A사는 결국 부도를 맞게 됐다. 그러나 A사는 보상 요구에 사실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소송비용도 감당할 수 없거니와, 소규모회사가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없으리란 판단에서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 문제는 이런 일이 비단 A사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A사 대표는 “해당 사업에 참여한 하청업체 중에 피해를 보지 않은 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적자에 허덕이고 인건비마저 지불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A사 측은 롯데건설의 ‘갑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사 대표는 “다른 대형 건설사 하청으로도 일해 봤지만 롯데건설의 갑의 횡포는 유독 심하다”며 “하청업체들을 죽이면서 롯데건설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A사를 B사가 관리하고 있어 해당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A사에 대한 관리는 롯데건설이 계약을 맺은 B사가 전담하고 있다”며 “해당 현장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B사에게 1차 계약에 대한 공사비 전부를 지급했고 추가 발생한 금액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사측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도의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최대 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청 고통 배경 ‘단가 후려치기’? 그간 하청업체에 대한 롯데건설의 횡포는 적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당장 제2롯데월드 수족관 인테리어 시공을 맡은 하청업체 C사에 공사대금 25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C사는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가 주문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2롯데월드뿐만 아니라 롯데건설이 제주에서 진행하는 ‘제주 롯데시티호텔’ 신축공사 관련 대금 12억1,200만원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롯데건설이 수주한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건설공사 프로젝트 하청업체로 참여한 D사도 비슷한 경우다. D사는 공사 진행하면서 발생한 추가공사에 대한 정식계약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추가공사대금 94억원 상당의 지급을 거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엔 롯데건설이 맡은 영도대교 재개통 공사의 하청업체가 도산하면서 재하청으로 참여했던 60여개 업체에 인건비와 장비대여료 등 공사대금 10억원이 미지급된 일도 있었다. 당시 업체 대표들은 미지급금을 해결해 달라며 현장사무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롯데건설 하청업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배경을 롯데건설의 인색한 공사비 책정 기준과 연관짓는 시선이 많다. 롯데건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여파가 1차 하청업체들은 물론 재하청업체까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정산 시 ‘3년 이내 현장의 최저단가’라는 자체기준을 적용해 단가를 막무가내로 삭감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며 “1차 하청업체인 B사도 생존을 위해 손해를 A사에 전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일리한국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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