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의 시작, 뿌리깊은 사모임(2)

 

 

공정위에 적발된 대기업 사모임 현황

 


남양유업이 2006년 6월 29일 작성한 프렌치카페 가격인상 관련 보고서/공정위 제공

 


GS칼텍스 내부자료. 경쟁을 제한한다는 내용과 각사 영업 전략 등을 담고 있다./공정위 제공

 

대기업들은 친목 모임에서 제품 가격이나 공공입찰 낙찰가를 담합했다. 사모임은 은밀하게 운영됐다.

 

공정위가 적발한 모임 중에는 25년된 사모임도 있었다. 정부가 업계 발전을 위해 마련한 자리도 담합 모의 자리로 변질됐다. 조선비즈는 공정위 조사 자료에 기초해 대기업 관계자들의 사모임을 추적했다.

 

모임 결성 초기에는 업계 동향 등 기초 정보만 공유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영업비밀까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혼자 제품가를 올리면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함께 가격을 올렸다.

 

모임이 수 년 이상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과 서비스 축소 담합 행위가 일상화됐다. 건설업체들은 돌아가며 들러리 입찰에 참여했다. 유통업계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제한하면 사모임을 열어 가격인상 방안을 모의했다.

 

업계 동향에서 영업비밀까지, 20년 넘게 지속된 사모임

건산포럼(건설산업포럼) 소속 21개 건설사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공사 입찰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 21개 임직원은 건산포럼을 결성해 입찰제도, 면허 등 건설업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건산포럼은 2003년 결성됐다. 공정위는 호건회(건설사 영업부서원 모임), 철사모(철도를 사랑하는 모임) 등 사모임이 담합을 모의한 것도 확인했다. 건설업계 사모임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면서 정보를 상시 교환하고 특정 입찰이 있을 때 낙찰자와 들러리를 정했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제품 제조업체는 유맥회를 결성해 20년 이상 운영했다. 유맥회는 1984년 친목 모임으로 결성돼 매월 초 정기모임을 가졌다. 우유업체들은 매출, 신제품, 제품가격 등 정보를 주고받았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 모임에서 만난 남양유업 관계자와 컵커피 값 인상을 2006년 경 담합했다. 당시 회원사는 총 11개 사였다. 공정위가 담합 관련해 조사를 개시하자 유맥회는 25년 만에 해체됐다.

 

정부가 마련한 자리에서도 담합 모의, 공익모임 가장하기도

정부가 개입해 만든 모임이 담합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무자료 거래를 근절하고자 라면업체 4곳을 모아 라면협의회를 만들었다.

 

라면협은 라면 값 인상을 담함하는 모임으로 변질됐다. 공정위는 2001년 3월 열린 라면협 정기총회에서 "가격을 공동 인상하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농심, 야쿠르프, 오뚜기, 삼양 등 업체 영업본부장이 참가한 자리였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자원부는 1998년 정유사들이 참여하는 '석유제품 시장 유통질서 저해행위 대책반'을 구성했다. 정유사는 대책반에 참여해 상표표시제 위반, 무자료거래 등 불법 거래 등을 감시‧적발하고 관계당국에 신고했다. 대책반은 석유제품 공급가격 인상, 주유소 유치경쟁 자제 등 담합을 모의하는 모임으로 변질됐다.

 

사모임내 직급별 회의 열고 체계적으로 담합 모의

사모임내 직급별 별도 모임이 있어 체계적으로 담합을 모의하기도 했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필립스 등 디스플레이 3사는 CDT 글래스 미팅을 구성해 컬러모니터 브라운관(CDT) 가격, 생산량, 시장점유율 등을 담합했다. 이 과정에서 직급별로 별도 미팅을 가지며 조직적으로 담합을 시도했다.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급 임원은 최고위급회의(Top Level Meeting)에 참석했다. 그 아래 영업 총괄 임원은 관리자급회의(Management Level Meeting)에 참석해 판매가격, 시장점유율 할당, 생산감축량 등을 합의했다. 영업∙판매∙마케팅 담당자는 실무진급회의(Working Level Meeting)에서 관리자급회의 합의내용의 이행여부를 점검했다. 업체마다 참석자 수는 2명으로 제한했다. 논의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 '바미팅'이라는 불리는 항공운송대표자화물분과회의를 외국 항공사와 구성했다. 바미팅 참석자가 임원에서 실무자로 바뀌면서 스케줄∙물량 등 시장 수급정보와 항공운임 정보 등을 교환했다.

 

[기사본문]

http://media.daum.net/series/112888//newsview?seriesId=112888&newsId=20140807110407924

조선비즈 | 최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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