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73%가 담합..그룹은 삼성, 기업은 대우건설 1위(1)

 

 

 

 

 

담합은 시장을 왜곡한다.

 

기업이 담합하면 가격은 왜곡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담합할 경우 국민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지난 11년간 공정위가 공개한 담합 심의 의결서를 기반으로 대기업 담합의 형태와 원인, 대책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49개 중 36개(73.4%) 집단 소속 계열사가 지난 11년간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 화학, 유통, 금융, 전자, 석유, 가스, 방송, 광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조선비즈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공정위가 공개한 심의∙의결서를 전수 조사했다. 조사대상은 공정위 선정 대기업집단 49개 소속 계열사다. 공정위가 익명으로 발표한 의결서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공정위는 11년 간 49개 대기업집단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과징금부과, 검찰고발 등 142건을 의결했다. 개별 기업의 담합 행위는 346건 적발했다. 인수·합병(M&A)된 경우 공정위 방침에 따라 인수 기업을 기준으로 통계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leniency)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 받았어도 담합 행위에 가담한 경우는 포함시켰다.

 

담합 가담 건수 1위 삼성그룹, 2위 LG

단일기업 담합 1위는 대우건설

삼성그룹 계열사가 담합행위에 가담해 적발된 사례는 지난 11년간 모두 40건이다.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이 적발됐다.

 

적발된 분야는 화학, 건설, 금융, 전자, 광고 등 다양하다. 삼성정밀화학,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화학 분야 담합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분야 8건(삼성생명 5건, 삼성화재 3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 6건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물산은 2004년 서울지하철7호선 연장(701공구~706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17개월 뒤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공사 입찰에서도 다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이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 '한국마사회 및 경륜본부 중계용TV 입찰'에서 LG전자와 입찰가격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한국마사회 입찰은 삼성전자가, 경륜본부 입찰은 LG전자가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2004년 5월 이를 적발해 과징금 6750만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정부를 상대로 한 에어콘, TV 입찰에서 담합했다.

 

건설사가 없는 LG그룹은 IT(정보기술), 전자, 화학 분야에서 담합에 가담했다. LG는 지난 11년간 담합행위 32건이 공정위에 적발됐다. LG생명과학, LG화학, LG생활건강 등 화학 분야와 LG전자, LG엔시스 등 IT전자 분야 담합이 각각 14건이었다.

 

공정위가 2005년 4월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서자 LG화학은 2006년 9월 담합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경쟁을 위한 정도 경영 실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LG그룹 차원의 변화는 없었다. LG전자, LGCNS, LG하우시스, LG엔시스는 담합으로 공정위 처분을 받았다.

 

11년간 10건 이상 담합사실이 적발된 그룹은 SK(29건), 현대자동차(15건), 동부(15건), CJ(13건), GS(13건), 대우(13건), 효성(12건), 대림(12건), LS(12건), 금호아시아나(11건), KT(10건) 등 11개였다.

 

담합 적발 건수가 많은 업종은 건설이었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 적발된 담합 346건 중 107건(30.9%)이 건설사다. 대우건설이 가장 많이 적발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11년간 담합행위 12건이 적발됐다. 2003년 1건, 2004·2005·2008년 각 2건, 2009년 5건으로 담합 횟수는 갈수록 늘었다.

 

2위는 각 9건으로 금호산업과 대림산업, 3위는 삼성물산(7건)이다. 이들은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담합을 이어갔다. 오히려 수주 받을 건설사를 사전에 모의하고 들러리 입찰시키는 등 담합을 고착화시켰다.

 

대기업 담합, 건설 철강 넘어 유통 보험 등 전방위

대기업은 건설 뿐만 아니라 화학, 유통, 통신, 보험 분야에서도 담합을 시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주로 건설과 철강 업종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그룹 적발 건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적발돼도 담합은 반복됐다. 현대건설은 2004~2011년 인천도시철도, 대구도시철도, 경인운하사업 등 공공 입찰에서 7건(46.6%)이 적발됐다. 그 뒤를 이은 곳은 현대하이스코(20.0%)다. 현대하이스코는 칼라강판, 냉연강판, 안연도강판 등 철강 담합에 가담해 과징금 처분 받았다.

 

SK그룹은 건설, 화학, 통신, 석유 분야에서 29건 담합이 적발됐다. 동부그룹도 농약(6건), 보험(4건), 철강(3건), 건설(2건)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담합이 드러났다. 특히 농약 분야에서는 상장기업인 동부하이텍과 비상장 기업인 동부팜한농이 담합에 가담했다. 보험 업종에서는 동부생명과 동부화재 각 2건이었다.

 

CJ도 동부그룹 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질병관리본부의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세탁주방세제, 설탕, 밀가루, 영화 등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효성그룹은 건설, 화학, IT(정보기술) 등에서 적발됐다.

 

"담합 이익이 처벌보다 커"

공정위, 과징금 깎아주고 공소시효 임박해 고발

당국의 제재에도 담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담합으로 인한 이익이 공정위 과징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담합 행위로 발생할 매출액의 3~10%를 기본 과징금으로 산정한 후 3~4차에 걸쳐 과징금을 조정한다.

 

결국 납부 총액은 기본 과징금의 50~80% 규모로 줄어든다. 공정위는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과징금을 늘리거나 줄이곤 한다. 과징금은 늘어나면 10~20%이지만 줄어들 때는 10~70%에 달한다.

 

공정위 조사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자진신고 감면제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가담 업체 제보가 없으면 담합을 적발하거나 입증하기 힘들다. 담합한 지 10년 넘어 적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소비자가 담합에 가담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서상범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국가가 담합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승소한 1건 외 담합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국가가 승소한 사건도 7년 걸렸다. 소비자가 기업 상대로 손해배상 받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담합 이익이 과징금과 손해배상액보다 크다 보니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LPG, 경유, 비료 담합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다.

 

공소시효도 걸림돌이다. 공정위는 오랫동안 조사하면서 공소시효에 임박해 검찰에 수사를 넘긴다. 검찰은 충분히 수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결국 기업은 형사소송에서 증거부족 등으로 기소를 피하게 된다.

 

공정위는 1월 경인아라뱃길 입찰담합 사건을 공소시효에 임박해 검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인천지검은 15일 만에 수사를 마쳐야 했다. 결국 인천지검은 삼성물산과 남양건설만 기소하고 대우, SK, 대림, 현대, 삼성, GS건설 등 6개 건설사 전∙현직 고위 임원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공정위는 또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공사(다대구간) 입찰 담합 사건을 공소시효 17일 앞두고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토지공사 시설공사 입찰담합 사건도 공소시효를 40여일 남긴 지난 6월에야 검찰로 넘어왔다.

 

[기사본문]

http://media.daum.net/series/112888//newsview?seriesId=112888&newsId=20140807105813587

조선비즈 | 최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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