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탄수화물,‘나쁜’탄수화물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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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탄수화물,‘나쁜’탄수화물

2014.07.07


탄수화물이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흰 쌀밥이나 빵 그리고 국수와 같은 탄수화물 식품들이 ‘적(敵)’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다이어트에는 지방을 적게 먹는 것보다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줄여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 섭취량을 마구 줄여도 우리 건강에는 영향이 없는 것일까요?

우리 몸을 이루는 약 60조개나 되는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50% 이상을 탄수화물로부터 공급받으며, 특히 우리 몸에서 중요한 뇌 세포와 적혈구는 탄수화물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무조건 기피할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탄수화물과 건강한 삶에 꼭 필요한 탄수화물을 구분하여 섭취하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탄수화물에 대한 상식이 요구됩니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는 크게 주영양소와 부영양소로 구분이 됩니다. 주영양소는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내거나 몸의 구조를 이루는데 이용되는 탄수화물, 지방 및 단백질을 지칭하며, 이들을 3대 영양소라고 부릅니다. 비타민과 미네랄(무기염류)을 지칭하는 부영양소는 생명의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들이지만 그 자체가 에너지를 지니고 있지 않아 주영양소와 구분이 됩니다.

세포들의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수화물과 지방은 각각 1g당 7kcal와 9kcal의 열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단백질은 1g당 4kcal의 열량을 지니고 있지만 단백질의 주된 역할은 에너지 생성이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와 골격을 구성하는 일입니다.

우리 몸에서 담즙산(소화를 돕는 쓸개즙의 주성분), 호르몬, 비타민 D 등의 합성에 필수적인 물질인 콜레스테롤이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H)로 구분되는것처럼 탄수화물도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로 구분되어 불리고 있습니다.

좋은 탄수화물은 당(糖) 분자가 3개 이상 결합되어 있는 복합당(複合糖)으로 현미나 통밀 같은 정제되지 않은 곡류와 양배추나 브로콜리 등의 채소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에 비해 나쁜 탄수화물은 당 분자가 2개 이하로 결합되어 있는 단순당(單純糖)으로 백미나 밀가루와 같은 정제된 곡류나 설탕이나 과당(果糖)에 많이 들어 있고, 과자나 초콜릿 그리고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소화를 통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소장(작은창자)에서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온 몸의 세포로 이동하여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며, 일부는 인슐린의 작용으로 간이나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이 되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이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은 소화와 흡수 그리고 저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복합당인 좋은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소화와 흡수가 느리게 일어나기 때문에 혈당의 상승속도가 원만해, 인슐린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혈액 내의 혈당량이 정상(900mg/100mL)으로 유지됩니다. 그에 비해 단순당인 나쁜 탄수화물은 소화와 흡수가 빨라 혈당의 상승속도를 급속하게 높여주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에 부담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혈액 내의 과잉 포도당이 간이나 근육에 제대로 저장되지 못하고, 내장세포에 지방으로 축적되어 비만이나 당뇨병의 원인이 발생합니다.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에 '나쁜 영양소'로 여겨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하루 일과에서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우리 재래식 밥상 대신 라면, 햄버거, 국수 등과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아이스크림이나 과당 범벅의 과자 등 가공식품을 간식으로 즐겨 먹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당뇨병이나 비만 등의 생활습관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정크 푸드(junk food)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정크 푸드에서 정크(junk)는 ‘쓰레기’란 의미의 단어로 바로 나쁜 탄수화물 식품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햄버거, 피자, 라면, 감자튀김, 탄산음료, 팝콘, 후라이드 치킨, 아이스크림 등 이름만 들어도 식욕이 당기는 이런 음식들이 대표적인 정크 푸드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가 낮고, 인공첨가물과 나트륨을 많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하고 정크 푸드가 왜 비만을 야기하는 것일까요. 정크 푸드는 빠르게 소화되어 짧은 시간 내에 포도당으로 혈액 내에 축적이 됩니다.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포도당은 인슐린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 못한 과잉 포도당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 과잉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세포에 저장되며 나타나는 현상이 비만입니다.  

탄수화물은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열량(칼로리)의 50% 이상을 섭취해야 하는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에 필수적인 ‘좋은’ 탄수화물과 건강을 해치는 ‘나쁜’ 탄수화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가용을 타고 출근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집에 와서 TV만 보는 사람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며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걷는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탄수화물의 양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면 빠른 시간에 접할 수 있으면서 입맛도 당기는 정크 푸드의 선호에서 벗어나, 현미나 통밀과 같은 곡물로 만든 밥이나 빵, 채소, 과일 등 자연 식품을 골고루 먹으며, 자기 체질에 맞는 좋은 탄수화물을 적당량 섭취하는 습관에 길들여져야 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올바른 식습관은 자신의 생활양식에 달려 있습니다. 왜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하는지의 이유를 알게 되면 그에 대한 좋은 방법이 떠오르기 마련이니까요.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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