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트럼프 '관세 폭탄' 비난할 자격 없다"

자유무역으로 성장한 나라가

무역 정책은 정치 논리로

OECD 최고 수준인 한국 관세

트럼프 통상 공격 방어 될까

  보조금을 얹어주는 악순환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많은 과일에도 수십%씩 관세가 붙는다. 지난해 가격이 폭등해 소동이 일었던 사과 관세는 30%로 책정돼 있다. 이마저도 하나 마나 한 얘기다. 검역을 이유로, 사과는 수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99년 10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각료 회의 기간 중 열린 자유무역 반대 시위. 자유무역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경제학자들은 이야기하지만 이 과정에 특정 지역이나 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사진 The Hill edited y kcontents

 

한국의 최대 수입품인 원유에도 비상식적 관세가 붙는다. 기름 안 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원유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원재료’를 싸게 들여와 가공해 쓰는 편이 정유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OECD 비(非)산유국 중 유일하게 원유에 관세(기본 세율 3%, 일부는 한시적 인하 중)를 부과해 왔다. ‘세수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효성 없는 얘기다. 다른 선진국처럼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비율이 훨씬 커져, 한국의 세수 중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10%대에서 지난해 2%로 줄었다.

 

트럼프가 던지는 ‘관세 폭탄’의 원칙 중 하나는 상호주의다. ‘너희가 때리는 만큼 때린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지난 14일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많은 미국 매체가 한국을 관세율 높은 나라의 예시로 거론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對美) 수입품 관세는 0.79%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보도 참고 자료를 냈다. 이런 논리가 먹힐까. 트럼프는 관세뿐 아니라 부가세·보조금·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고 있다. 기준은 맘대로 정할 것이다. 우리도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한국의 무역 장벽을 트럼프가 이해해줄지 모르겠다.

김신영 국제부장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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