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살인자: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정신과 의사들, “우울증으로는 절대 살해 안 해”

“범행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중요한 때… 우울증 편견 조장 우려”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과 관련해 ‘우울증’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하늘 양을 추모하는 편지/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돌봄교실을 마치고 학원에 가려던 김하늘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며 “우울증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휴직했다가 복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가)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거나 “A씨가 조현병 증세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했다”는 식의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취재한 결과, “A씨의 범행과 관련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와 직접 상담해 환자의 감정, 언어, 행동, 인지 기능을 살핀다”며 “환자가 겪는 증상들을 정신 병리의 관점에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내린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범행에 대한 명확한 처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27년 동안 진료하면서, 타인을 살해하거나 (살해를) 시도한 우울증 환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타인을 살해하는 것은 우울증의 증상이 아닌 명백한 범죄다”라고 했다. 특히 우울증 환자는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타인을 공격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나는 망했다’ ‘나는 벌 받아 마땅하다’ 등 그 방향이 자신에게로 향한다는 설명이다. 백 교수는 “이번 사건은 우울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동기 범죄’라고 본다”며 “지금은 진단명을 논하기보다 정확한 수사와 의학적 프로파일링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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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동기를 우울증과 연관시키는 것은 우울증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정신겅강복지사업지원단은 “가해자의 특정 진단명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해당 질환에 대한 편견만 가중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충격적인 사건이 또 다른 편견과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한편, A씨는 범행 나흘 전에도 동료 교사들과 몸싸움을 벌여 교육청이 방문 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종우 교수는 “교육청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 더 면밀하게 진단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면 범행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돌봄이 지나치게 가족에게 치우쳐져 있는 현실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피해자 김하늘양의 아버지 B씨는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 법’을 만들어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교하는 저학년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김예경 기자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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