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수출 '사상 최다'...왜 Korean oil refiners report record gasoline and diesel exports last year
호주·일본 수요 급증
작년 첫 3억배럴 돌파
세계적인 석유 수요 둔화와 정제 마진 하락으로 불황에 빠진 국내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 물량을 사상 최대 규모까지 끌어올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물량이 1년 만에 7.1% 늘어난 사이 수출액이 2.2% 감소한 데서 보듯, 국내 정유 업계가 수익 개선보다는 ‘물량 확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호주·일본 등 주요 수출 상대국의 석유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80%까지 회복된 국내 정유 공장의 가동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경유 수출, 처음 3억 배럴 돌파
2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수출한 휘발유는 1억1189만 배럴, 경유는 2억166만 배럴로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2년 이후 최다 물량이다. 휘발유와 경유를 합쳐 3억 배럴 넘게 수출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원유를 가공해서 해외로 수출한 물량이 전체 도입 원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2.5%로 역대 가장 높았다.
휘발유와 경유가 이끈 호실적에 힘입어, 등유·나프타·항공유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석유 제품도 해외에 수출한 물량이 전년 대비 4.8% 늘어난 4억9045만 배럴에 달했다. 2018년에 이어 역대 둘째로 많은 규모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히는 항공유는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약 3% 늘어난 8826만 배럴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국제 유가가 대체로 90달러를 밑돌면서 하락세를 이어간 영향으로 석유 제품 수출액은 2.9% 감소한 451억7000만달러(약 65조8700억원)로 집계됐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 수출을 늘린 배경에는 호주와 일본에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경유 5836만 배럴을 수입한 호주는 3년째 석유 제품 최대 수출 상대국 지위를 지켰다. 호주는 최근 강해진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 위협 속에서 지난해까지 7억8000만L(리터) 규모의 경유 저장 시설을 확충해 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석유 수입 업자들의 의무 비축 일수를 28일에서 32일까지 늘렸다.
일본으로 수출한 휘발유 물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출한 석유 제품의 12.9%를 수입하며 싱가포르를 꺾고 수출국 2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일본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휘발유는 1년 만에 33.2% 늘어난 1741만 배럴에 달했다.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160엔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자 일본 현지에서 항공유·휘발유 부족 사태까지 터졌다. 최근 10년간 탈탄소와 에너지 절약 등을 이유로 정유 공장을 통폐합하며 정제와 생산을 모두 줄인 여파까지 겹치면서, 더욱 부족해진 물량을 한국산 석유 제품으로 충당한 것이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예상보다 늘어난 석유 수요에 국내 정유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높여 대응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정유 공장 가동률은 2023년 77.9%에서 지난해 상반기 80%까지 올랐다. 2021년 상반기의 72.6% 이후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정유 업계 “올해도 수출 환경 녹록지 않을 것”
휘발유와 경유를 앞세운 수출 쾌거에도 정유 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캐나다산 원유 등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시동을 건 보호무역 정책의 불똥이 자칫 국내 정유 업계로 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크게 낮추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면 국내 석유 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관세 장벽을 올리면서 국가·지역 간 물류 이동이 줄면 석유 수요도 함께 약화하면서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글로벌 수요 둔화가 수출 호재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와 통상 정책 영향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석유 제품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재현 기자 조선일보
Korean oil refiners report record gasoline and diesel exports last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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