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명품단지 개포동 재건축 본궤도 진입...20년 만에 완전체 시동
개포 재건축 양재천변 경남·우성·현대가 화룡점정
주공 이어 민간도 신호탄
강남권 재건축의 산 역사이자 표본 중 하나로 불리는 개포동 재건축이 모두 본궤도에 진입했다. 저층인 개포주공1~4단지 재건축이 마무리돼 가는 데 이어 중층인 5~7단지가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고, 일대 민간 아파트들도 재건축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최근 강남구 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 아파트를 최고 50층 안팎의 234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통합 재건축하는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개포 일대 재건축은 서민 주거의 상징이었던 주공아파트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민간 아파트로 중심축이 옮겨가게 된 셈이다.
개포동은 8학군에 대치동 학원가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에도 다른 강남권과 달리 서민 아파트 이미지를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워낙에 개포주공아파트가 초소형으로 지어진 데다 노후화가 빨리 진행됐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만 해도 지은 지 20년이 넘으면 재건축이 가능했기 때문에 개포동 일대 아파트들은 1990년대 말부터 재건축을 시작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돌았다.
2020년대 들어 재건축 작업을 통해 5층 서민 아파트 대신 최고 35층 규모의 현대식 아파트촌이 나타나면서 개포 일대는 전용면적 84㎡ 시세가 30억원에 육박하는 강남 고급 주거지로 떠오른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개포동 일대 민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 후발주자들이 주공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입지를 갖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아직 더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새 아파트가 입주할 때마다 출렁일 전세시장 등 일시적인 위험 요소도 있다.
'마지막 퍼즐' 맞춰가는 주공 재건축
저층이었던 주공1~4단지는 올해 말 입주하는 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건축을 마쳤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던 2단지(래미안블레스티지·2019년 2월 입주)를 시작으로 3단지(디에이치아너힐즈·2019년 8월 입주), 4단지(개포자이프레지던스·올해 3월 입주)가 차례로 입주를 마쳤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소유했다가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이 통째로 사들인 8단지(디에이치자이개포·2021년 7월 입주)는 조합이 없다 보니 늦게 시작했음에도 개포 저층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이들이 '개포동 재건축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개포주공 재건축 '대장주'로 1단지를 꼽는다. 6702가구에 이르는 규모, 양재천 접근성 등을 고려한 결과다. 하지만 대모산에 붙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2단지와 3단지, 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이 가까운 4단지 등 다른 단지들도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개포동 재건축 2세대'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도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하철과 양재천 접근성 등 입지 측면에서는 저층 재건축 단지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단지 모두 건축심의를 통과한 상태로, 5단지가 상대적으로 속도가 조금 빠르다.
1983년 준공된 15층 이하 중층인 개포주공6·7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최고 35층으로 심의를 받았는데 서울시의 '35층 룰 폐지'에 따라 일부 조합원 의견을 반영해 올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때는 최고 49층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들 단지는 분당선 대모산입구역과 가깝다. 인근 5단지도 지난해 12월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후 올해 5월 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 현 940가구인 5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1277가구의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5단지는 분당선 개포동역 초역세권이다.
민간 재건축 물꼬 튼 '경(남)·우(성)·현(대)'
이번에 신통기획안이 통과된 개포 경남·우성3차·현대1차 지도를 보면 양재천을 앞에 두고 맨 앞에는 개포경남이 위치해 있고, 그 바로 뒤로 개포현대1차와 개포우성3차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바로 뒤 블록이 현재 개포동 대장주로 꼽히는 옛 개포주공1단지이고, 대각선 방향으로 뒤쪽에 있는 곳이 개포래미안포레스트로 재건축된 시영아파트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양재천을 끼고 있는 경남, 우성, 현대의 입지가 뒤 블록 단지들보다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단지의 문제는 모두 규모가 중소형급이었다는 점이다. 개포현대1차와 개포우성3차는 모두 400여 가구 소규모 단지이고, 개포경남은 678가구 중형급이다. 재건축을 각각 진행하면 모두 '대단지'로 메리트를 가질 수 있는 1000가구에 미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3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해 대규모 단지로 거듭나게 되면서 입지적 장점을 유지하게 됐다.
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 아파트의 신통기획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3개 단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계획 지침이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단지 안에 남북으로 통경구간(30m)과 공공보행통로를 계획한 게 대표적이다. 주변 단지까지 연계해 양재천과 대모산으로 이어지는 개포지구의 통경·보행축을 설정했다. 특히 대상지 안에 개일초, 구룡초·중, 개포고가 있다는 점이 고려돼 3개 단지가 쭉 연결되는 보행 동선을 만들었다. 공공보행통로 초입부에는 공원을 배치했다.
서울시, 목동6단지 신속통합기획 확정...아파트 도시에서 디자인 도시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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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에 붙은 단지인 만큼 북측 도곡 생활권과 개포 생활권을 보행으로 연결하는 계획도 담았다. 서울시는 양재천 남측 개포지구에서 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이 지나는 도곡역, 타워팰리스 방향으로 보행 수요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는 8차로인 영동3교, 4차로인 영동4교 옆 보도를 이용하거나 양재천으로 내려가 건너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에 양재천 입체 보행교를 계획했다. 도곡 생활권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보행 약자를 배려해 단차 없이 2개 생활권이 연결되도록 구상한 것이다.
단지 내부적으로도 양재천과 바로 맞닿아 있는 입지적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현재는 경남아파트가 양재천변과 나란한 판상형 배치라 천변이 가로막혀 있다. 앞으로는 양재천변의 60m 구간을 수변 특화 배치 구간으로 계획해 친환경 열린 경관을 형성할 방침이다.
인근 대치·도곡권과 연계성이 중요할 듯
강남권 대표 주거지로 떠올랐지만 개포동의 취약한 대중교통망과 생활편의시설은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개포동 일대를 지나는 지하철은 분당선이 유일하다. 편의시설도 다른 강남권과 비교하면 부족한 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근처 대치동·도곡동과 연계성은 개포동의 가치를 더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개포택지개발지구부터 도곡동과 대치동 일부 아파트를 포함한다는 부분에서 이들 지역의 강한 연계성이 확인된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개포택지개발지구 3구역이 양재천변의 대치 미도아파트, 대치 선경아파트, 대치 현대1~2차아파트, 개포경남아파트, 개포우성아파트 등 개포~대치~도곡동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다만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아파트는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다르게 서민이라기보다는 중산층 아파트로 시작했다. 면적도 주공아파트에 비해 훨씬 커 전용 200㎡가 넘는 주택도 많다.
특히 '우·선·미'로 알려진 대치 미도아파트와 선경아파트, 개포우성1·2차는 강남권의 대표 부촌이자 재건축 단지다. 이 중 속도가 가장 빠른 미도아파트는 지난해 11월 확정된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라 최고 50층, 3800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개포우성1·2차와 대치선경아파트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 아파트 외에 개포택지개발지구 일대 정비사업 후발주자 단지들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곡동 개포우성4차는 6월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해 하반기에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게 목표다. 개포동 개포우성6차, 일원동 개포우성7차도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 설립을 받으려면 주민 동의율 75%를 확보해야 한다. 일원동 일원개포한신은 2021년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후 지난해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개포동의 장기 전망이 밝긴 하지만 단기적인 위험 요소는 분명히 있다. 특히 재건축이 완료될 때마다 임대차 시장이 불안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 초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할 때 전용 84㎡ 전세가 8억원 근처까지 내려가는 등 강남권에서 전세 시장이 가장 불안했던 곳이 개포동이다. 올해 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장도 부동산 업계에선 파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손동우 기자 aing@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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