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위기] 그냥 놔둬도 살기 힘든데..."건설업계 '수주절벽' 잇단 정부 간섭에 '한숨'"


[건설의 위기] 

그냥 놔둬도 살기 힘든데..."건설업계 '수주절벽' 잇단 정부 간섭에 '한숨'"


원가공개, '사업 지연-분양 연기' 속출 등 고사 위기


   건설업계의 수주절벽이 가시화되면서 역성장하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 SOC예산 감소와 해외수주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다. 여기에 실적을 지탱하던 주택사업도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으로 차질이 생기는 등 건설사의 골머리가 깊어지고 있다.


SOC예산 감소, 해외 불확실성 장기화… 역성장 '속출'

실적 버팀목 주택사업도 '흔들'… "원가공개, 공급감소 부작용만"

"시세, 이미 정해져 있는데… 분양가 압박 수분양자 이익만 늘어"




28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3분기 매출은 15조699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6조7146억원보다 6.07% 감소했다.


       자료사진. 세종 소재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기업별로 보면 대림산업이 28.1% 감소하면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도 각각 11.9%, 9.66% 줄면서 역성장했다. GS건설과 현대건설 두 곳만 각각 13.4%, 5.73%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평 20위권 내 건설사로 확대하면 분할 이슈로 직접 비교가 어려운 HDC현대산업개발과 분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 반도건설, 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 등 4곳을 제외한 16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곳이 역성장했다.


지속된 SOC예산 축소와 해외사업 부진의 장기화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축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형 5개사의 3분기 총 수주잔액은 14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8조원보다 13.1% 감소했다. △대림산업 31.1% △GS건설 15.9% △대우건설 13.1% △삼성물산 5.70% △현대건설 5.47% 등 5개사 모두 1조원 이상의 수주액이 증발했다.


이 기간 해외 수주잔액은 53조원에서 35조원으로, 33.5% 감소했다. 2014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100달러 선이 붕괴되는 등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해외시장 텃밭이던 중동 수주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해외 신규수주는 현재까지 254억달러에 그친 상황이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200억달러대에 머물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국내도 SOC예산이 매년 감소하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SOC예산은 2015년 26조1000억원 이후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2조1000억원 ▲2018년 19조원 등 매년 줄고 있다. 내년 예산안도 18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올해 SOC예산이 19조원이었음에도 2분기 건설수주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6.9% 감소했다"며 "현재의 경제위기와 고용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OC예산 확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수주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예정됐던 대규모 개발사업이 정부 정책으로 발목이 잡힌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서울시에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안건이 빠진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 일정을 전달했다. GBC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7월 총 세 차례 수도권정비위에 올랐지만 인구유입 유발 효과 및 저감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현재 보류 중인 상황이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2조5600억원에 달하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7대 3 비율로 시공 지분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도 비슷한 사정이다. 현재 A노선은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국토부와 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면서 연내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B·C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태다. C노선은 연내, B노선은 내년 상반기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세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GTX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될 경우 사업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민자적격검토 등을 거치고 발주가 나오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부의 SOC에 대한 기조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추가 노선에 대한 발주 역시 긴 호흡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사의 실적을 지탱하고 있던 주택사업도 전망이 어둡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 따른 각종 세제 강화와 대출규제로 수요 심리가 억제되는 등 부동산시장이 하강 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연기 통보로 건설사의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시평 상위 10개사의 현재까지 공급물량은 8만3154가구로, 연초 계획 물량 15만4177가구의 59.7%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 추진도 앞두고 있어 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세분화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이달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현재 12개 공시 항목을 세부 공종별로 구분해 62개 항목으로 확대하는 안으로, 내년 1월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 측은 "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적정 가격에 주택공급이 이뤄져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GTX-B노선, 조기착공을 위한 예비타당성 면제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로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뿐더러 오히려 시행사의 사업 참여 위축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시세는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소비자만 이득을 취할 뿐 집값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가 중에는 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 등 영업기밀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본경제시장에 위배되는 정책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도 "마치 건설사가 분양원가를 속여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대부분 도급사업이기 때문에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원가 공개에 따라 분양가가 낮아지면 시행사의 사업 참여가 줄어 공급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lsj@newdailybiz.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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