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로 공기연장 간접비 모두 떠안게된 건설산업계 초비상..."비상식적·불공정판단 국가의 횡포"

대법 판결로 공기연장 간접비 모두 떠안게된 건설산업계 초비상..."비상식적·불공정판단 국가의 횡포"


최근 3년 간 30%에서 ‘공기 연장’ 발생

건설협회,장기계속공사 총괄계약사항 법적구속력 갖춰야 


   건설산업계가 공기 연장으로 인해 발생한 간접비를 모두 떠안게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간접비 금액을 모두 손실 처리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팽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개 건설사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SOC 물량 사상 최대 축소, 최저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3대 악재에 

                                 몰린 한국 건설산업에 설상가상으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대법원의 

                                 간접비 소송 최종 판결에 따라 작금 건설산업은 완전 멘붕 상태다. 

                                 정부(발주자)는 정부의 입장에서, 국회는 이것저걱 눈치만 보고···. 

                                 그저 죽는 것은 건설산업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정부·산업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공사기간 늘려놓고 부담 전가” 뿔난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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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의 경우, 각 연차별 차수계약만을 계약으로 인정하고 총공사금액이나 총공사기간은 잠정적 기준에 불과한 만큼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장기계속공사의 총공사금액을 부기사항으로 규정한 만큼 확정적 합의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건설산업계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의 불분명한 조항이 이번 판결을 초래했다며, 상식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판단이자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국가의 횡포라고 반발했다. 특히 시공사 귀책사유로 공기연장시 지체상금을 액면대로 물리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벨을 실현한다’ 큰소리 치고, 뒤에서는 건설사에게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치적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발주자 귀책사유로 인해 일상다반사로 공기 연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간접비 지급을 당당하게 거절할 명분이 생긴 만큼 발주자 갑질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공공 건설현장에서 발주자 귀책사유로 공기 연장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공공공사비 산정 및 관리 실태와 제도적 개선 방안’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전체 821개 공공 현장 가운데 254개소에서 공기 연장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건설사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한 사례도 상당하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1∼3심에 계류된 건설사 간접비 소송은 211건에 달했다. 소송가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연 사유를 보면 예산 부족이 96건으로 가장 많다. 뒤이어 ▲설계계획 변경(76건) ▲용지보상지연(73건) ▲문화재 발굴(34건) ▲인허가 지연(28건) 등 발주자 귀책사유가 상당부분 차지했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이번 판결이 불러올 후폭풍에 촉각이 곤두섰다. 발주자가 시공사에게 간접비를 부당 전가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을 보면 연차별 차수계약 준공전 차수계약기간 연장에 기한 비용을 청구하면 된다고 하지만 현장 관행상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해당 차수계약 기간을 늘리지 않고, 차수계약 숫자를 늘려서 전체 공사기간을 늘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종합건설사 임원은 “간접비 소송에서 요구했던 것은 이윤이 아닌 ‘실비’ 정산이었다. 장기계약공사에서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상황을 원청사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라며 “원청사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감리원 배치기준 등을 준수하라고 관리감독하면서 비용 문제는 뒷전으로 치부한다면 발주자 스스로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챙기는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건설업체는 이번 판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방의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계열사 민간물량을 수주하면 되지만, 지방의 경우 관급공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이번 판결로 ‘발주자는 돈을 못준다. 하도급사는 돈을 빨리 달라’고 요구하는 통에 원청사만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에서 건설산업 생산구조를 개편한다고 떠들지만, 건축토목 인재 유입은 사라지고, 업체들은 서로 폐업하겠다고 아우성”이라며 “앞으로 건설산업의 후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정치권도 가세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5년짜리 국도 도로공사가 10년으로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다”며 “을(乙)인 민간에게 정부의 갑질이 정당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관행적으로 시공사의 귀책이 없는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를 시공사에 전가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을 분석해 공사비 산정기준 등 세부기준을 마련해 기재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진행 중인 소송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발주자 사유로 인한 공기연장 비용을 계약 상대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근절하는 내용을 포함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계약제도과 관계자는 “부총리의 말대로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건설협회는 장기계속공사의 총괄계약사항 즉,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이 법적구속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현행 매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장기계속공사를,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진행하는 ‘계속비 공사’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발주될 장기계속공사에 대해 대법원 판결 내용을 감안해 공기연장 간접비 관련 지침을 시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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