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 두산중공업의 '날개 없는 추락'


[탈원전 여파] 두산중공업의 '날개 없는 추락'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 4기 건설 중단

3분기 영업이익 85% 급감
수주액도 2년 만에 반토막
인력 조정 등 비상경영 돌입

"정부 정책에 발목 잡혀, 20兆 수출 기회도 날릴 판"
   원자력발전 설비와 발전 기기 등을 만드는 두산중공업이 휘청이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발전사업 일감이 급감한 탓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밥캣 등 관계사 지분 매각에 이어 유급 휴가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매출·이익 ‘뚝’…일감도 없어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작년보다 85.5% 급감한 6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도 1조1876억원으로 전년보다 11.6% 줄었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주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업체로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중공업 원자력BG는 지난해 공론화위원회 회부 등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재개한 울산 신고리 5, 6호기 이후엔 일감이 전혀 없다. 2015년부터 원자로 설비 등을 제작해온 울진 신한울 3, 4호기도 작년 정부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현재 ‘올스톱’됐다.


신규 수주가 쪼그라들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2016년 9조원을 웃돌던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작년 5조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난 데 이어 올 3분기엔 3조6914억원까지 줄었다. 올해 수주 목표(6조9000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감이 줄면서 부채비율 등 각종 재무제표도 악화일로다. 상반기 기준 두산중공업 부채비율은 165%를 넘어섰다. 단기 차입금도 2조9643억원에 달한다. 이자비용으로만 856억원을 썼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건설 중단에 대비해 올초부터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해왔다. 지난 3월 두산엔진 지분(42.7%)을 822억원에 사모펀드(PEF)에 매각한 데 이어 8월엔 소형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밥캣 지분(10.6%)을 팔아 3681억원을 확보했다. 이마저 한계에 부딪히자 최근엔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중 2개월 유급 휴가 계획서를 받고 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등 실적이 좋은 계열사로의 전출도 병행하고 있다.



해외 수출도 쉽지 않아
두산중공업은 원전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는 한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전력이 8월에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게 대표적이다. 원전업계에선 정부의 원전 중단 선언이 수주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자국에서 원전을 폐쇄한 나라에 누가 원전 공사를 맡기겠느냐”고 반문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는 해외 수출마저 무산되면 고사(枯死) 위기에 몰릴 우려가 크다.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끝나는 2023년부터 중소 부품업체 등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원전 업계도 향후 5년간 20조원 가까운 원전 수출 기회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를 진행하는 등 해외 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한국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