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스마트시티] '에너지 자립' 유럽 도시를 찾다


[선진 스마트시티] '에너지 자립' 유럽 도시를 찾다


패시브하우스 단지 독일 반슈타트(Bahnstadt)

외벽엔 식물·3중 태양광창 눈길

국내와 차이점, 모든 건물 패시브하우스를 콘셉트로 설계


덴마크는 신도시 조성에 에너지공사가 관여

2025년까지 無이산화탄소 에너지공급


1394년부터 대한민국의 수도로 정치ㆍ경제ㆍ산업ㆍ교통의 중심지였던 서울이 한계에 도달했다. 대도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인구 증가 및 밀집 요소들이 둔화되며 한때 1000만명을 넘었던 서울 인구는 970만명대로 줄었다. 지금도 매달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을 빠져나가고 있다. 인구 유치만을 내세운 도시개발로 급등한 집값과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 결과다. 우리보다 먼저 이같은 문제를 겪은 해외 선진국은 도시계획 수립 전환에서 답을 찾고 있다. 미래 지속가능도시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에너지시티가 대표적이다. 선진 에너지자립형 스마트에너지시티를 찾아 미래도시 서울의 모습을 구상해본다. <편집자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세계 최대 패시브하우스 단지인 '반슈타트'. 이곳은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되는 곳으로 주거와 상업용 건물들 모두 재생 시스템으로 에너지 수요를 낮추고 효율을 높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하이델베르크.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패시브하우스 단지인 '반슈타트'가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낭비를 줄인 건물'들이 모인 주거단지로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 지역난방 시스템으로 에너지 수요를 낮추고 효율을 높인 결과다. 


반슈타트는 2008년 하이델베르크 시의회에서 자체적 에너지 콘셉트를 갖춘 주거·사무·산업·상업 복합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계획됐다. 시와 개발사가 협력해 인프라를 짓고 주거와 상업용지는 건축주에게 매각하는 조건으로 시작된, 도시면적만 축구장 200개 크기인 116헥타르에 달하는 도시다. 버려진 철도와 화물역 주변을 중심으로 개발된 곳으로 총 6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2500개의 패시브하우스 주택, 병원, 연구소 등이 위치한 100% 자립형 도시다. 


국내에서 운영·계획 중인 스마트시티와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건물을 패시브하우스를 콘셉트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에너지자립형 스마트에너지시티'라는 상위 개념으로 100% 신재생 에너지원을 구축하기 위한 소비 구조가 기반이다.




기본적으로는 지역난방을 통해 에너지를 분배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외벽에 식물을 심어 여름에는 햇빛을 막아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열을 붙잡게 한 일종의 '천연 단열재'인 외벽 수직정원과 같은 시스템이 눈에 띈다. 창가 3중 태양광 패널과 같은 신기술까지 적용했다. 태양광 패널을 3중으로 설치, 계절에 따라 태양 고도가 다른 것을 이용해 여름에는 햇빛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로 차양을 설치한 것이다.


2500개에 달하는 주거단지는 이같은 시스템이 적용돼 입주민들이 실제 활용 중에 있다. 이곳에서 6년째 거주 중인 마르쿠스 라이혀트씨는 "이곳은 별도의 난방이 필요 없는 곳으로 독일 도심 내 일반 주거건물보다 단열소재가 2배 이상 쓰였다"며 "두터운 단열로 인해 자칫 환기가 안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거실과 부엌은 물론 각 방마다 환기 시스템을 설치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슈타트 내 주거단지는 별도의 난방이 필요 없다. 두터운 단열로 인해 자칫 환기가 안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거실과 부엌은 물론 각 방마다 환기 시스템을 설치했다.




한여름 온도가 평균 27도로 높지 않지만 더위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형 창문을 크게 설계한 점도 눈에 띈다. 마르쿠스 라이혀트씨는 "단열과 창문, 환기 시스템을 통해 모든 방, 모든 공간의 온도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곳 거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금도 공실이 생길 때마다 수 십대의 1의 경쟁을 뚫고 입주해야한다"고 전했다.


신공법이 적용된 만큼 주거비는 일반 건물에 비해 최대 20% 정도 높다. 매매는 가능하지 않고 월세만 가능한 구조로 전용면적 90㎡ 기준으로 한 달 주거비는 50만원 정도다. 난방비가 전혀 나오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 거주인에게 훨씬 이득인 구조다. 입주권은 단연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사실 반슈타트가 유럽 내 최대 '에너지자립형 스마트시티'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배경에는 독일지역난방협회의 역할이 컸다. 독일의 열병합발전소와 지역난방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곳으로 유럽의 지역난방에 대한 선진기술을 공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도시계획과 도시개발 분야에서도 정부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코 헌터 독일지역난방협회 프로젝트 담당은 "도시개발을 위한 첫 단계인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미리 에너지 수요를 측정해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나 시 등 발주처들이 임대수요, 인구계획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자립형' 도시가 유럽 내 관심이 가장 높은 도시계획 분야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에너지를 관리하는 에너지공사가 신도시 지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덴마크에 만난 유럽 내 지역난방 설계의 최고 전문가인 라스 굴레오 코펜하겐 에너지공사 사장은 "증가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새 도시를 무분별하게 만들면 결국 수십 년이 지난뒤에는 에너지 배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도시를 세우고 인근 에너지 시스템을 똑같이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자립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1970년대 도심 내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공공기관에서는 실내 온도를 19도로 제한했고 일반인들 역시 주말에 승용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 등의 승인까지 미리 받아야했다. 라스 굴레오 사장은 "과거 이같은 도시계획 실패를 통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자체적으로 찾는데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2025년까지 수도권 대표 도시들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반슈타트에 자리잡은 2500여개의 주거단지에는 외벽에 식물을 심어 여름에는 햇빛을 막아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열을 붙잡게 한 외벽 수직정원과 같은 시스템이 적용됐다. 특히 태양광 패널을 3중으로 설치, 계절에 따라 태양 고도가 다른 것을 이용해 여름에는 햇빛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로 차양을 설치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서울시와 노원구가 서울 노원구 하계역 인근에 조성한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이 반슈타트 등을 벤치마킹한 곳이다. 태양광을 통해 아파트와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총 120여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의 60%까지 책임지도록 지어졌다. 친환경 방식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면서 에너지 사용은 최소화하는 에너지제로주택의 핵심 기술들이 그대로 적용됐다. 이곳 역시 설계 단계부터 자체 에너지 생산과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사람이 사는 도시는 5년, 10년을 사는 곳이 아닌 100년을 내다보고 접근해야하는 공간으로 우리도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다"며 "서울시의 열원 전력 지도 등을 구축해 선진적인 미래도시를 구축해야한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하이델베르크(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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