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조선'… 南北 국호대결


'한국'과 '조선'… 南北 국호대결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우리는 그쪽을 '북조선'이 아닌 '북한'이라 부른다. 그들도 이쪽을 '남한'이라 말하지 않고 '남조선'이라 한다. '한국'과 '조선'이란 용어는 은연중에 대결적 용어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백두산 천지에 함께 올랐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선'과 '한국'의 국호 대결은 신문사 제호에도 영향을 주었다. 1950년 정부는 '조선'이란 용어를 금하였다. 심지어 '조선일보' 제호도 쓰지 못하게 하자는 논의가 일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조선일보'는 일제 때부터 쓰던 고유명사이니 그대로 두라"고 배려해 살아남았다(이선민·'대한민국 국호의 탄생'). 그뿐만이 아니다. 1954년 조선일보 전문 경영인 자리에서 물러난 장기영이 태양신문을 인수하여 한국일보로 제호를 바꾸었다. 조선일보에 대한 경쟁의식과 더불어 은근 '북조선의 조선일보'와 '대한민국의 한국일보'로 편 가르기를 하려는 '색깔론'적 발상이었다.


"역사적으로 고조선은 기원전 7세기에 만주와 한반도에 걸쳐 큰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였고, 기원전 2세기에 남쪽에서 '한(韓)'이란 정치 세력이 등장한다. 남쪽이란 대체로 예성강과 한강 이남을 의미한다."(윤명철 교수·동국대·역사학). 지금의 남북한 경계도 대체로 궤를 같이한다. 풍수적으로 '북조선(북한)'과 '남한(남조선)'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일본인 어용학자 고분유(黃文雄)는 한반도를 三南(남한)과 三北(함경도·평안도·황해도)으로 구분한다. "삼남은 논농사가 가능한 데 반해, 삼북은 수렵과 농사가 반반"으로 '생산 수단'에서 남과 북을 전혀 다른 국가로 규정한다. "생태나 식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며 그러한 이유로 인종과 국민성도 달라 남북통일을 꿈꾸는 것은 무리"라고 악평을 한다. 정말 그러할까?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북한에 있는 하천들은 경사가 심한 산악 지형을 따라 흘러 유속이 빠르다"고 하였다. 산의 높낮이와 물길의 빠르고 느림은 그곳 사람들의 언어와 인심에 영향을 준다. 경상도와 전라도 산과 물만 보아도 그렇다. 경상도는 산이 높고 많아 물길 흐름이 빠르다. 경상도 사투리가 전라도 사투리보다 강하고 빠른 이유이다. 평야가 많은 전라도가 만든 판소리는 본래 느리다. 느린 판소리이지만 섬진강을 경계로 동쪽 산악 지대의 소리(동편제)와 서쪽 평지 소리(서편제)에 차이가 있다. 동편제보다 서편제가 더 부드럽고 늘어진다.


경상도·전라도 산수 차이가 만든 언어와 문화를 정치 세력이 한때 지역감정으로 악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유동으로 지역감정은 희석되었다. '북한'과 '남조선'은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단절되었다. 일반 '국민'과 '인민'의 교류는 없었다. 사회경제 체제도 달랐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동·서독이 통일을 쉽게 한 까닭은 오랜 문화 교류 덕이었다. 통독 전 서독에 유학하던 필자도 당시 동독의 대표적 문예지 '바이마르 바이트래거(Weimarer Beiträ-ger)'를 정기 구독할 정도로 문화 교류가 빈번하였다. 지금 남한의 일반인이 북한의 문예지를 자유롭게 구독할 수 있을까? 비핵화를 화두로 남북 화해와 교류는 분명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한민족'과 '조선민족'의 '같음'만 보고 그 '다름'을 간과하고 있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6/20181026019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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