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동향] ·덴마크 재생에너지의 그늘 그리고 '수상 태양광

[에너지 동향] ·덴마크 재생에너지의 그늘 그리고 '수상 태양광


#1 한국보다 3배 비싼 전기료… 獨·덴마크 재생에너지의 그늘

박은호 논설위원


태양광·풍력발전의 이면


   탈원전·탈석탄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는 독일과 덴마크를 모범 사례로 꼽는다. 각각 태양광, 풍력 발전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두 나라를 배우자는 것이다. 현재 1.2% 수준인 우리나라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100조원 들여 13.4%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규 원전 6기 건설 중단 등 원전은 퇴출, 재생에너지는 속도전으로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는 물론 현 정권 우호 세력에 보조금 몰아주기 같은 부작용도 이미 현실화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벤치마킹한 독일·덴마크는 정작 우리와는 사뭇 다른 과정을 밟았다. 태양광, 풍력에서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기료,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 같은 그늘도 안고 있다.




풍력 발전기 6000개 돌리는 덴마크

지난 19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P4G(녹색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회의장에선 덴마크의 놀라운 풍력 발전상이 소개됐다. 1990년 3%이던 풍력 발전 비중이 작년 세계 최고 수준인 43%를 넘었다. 전 국토와 해상에 5.7GW(기가와트) 규모로 깔린 6000여 풍력 발전기가 2020년이면 60% 이상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덴마크는 1971년 오일 쇼크 이후 본격적으로 풍력 발전에 뛰어들었다. 풍력 발전에 적합한 초속 5~10m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자원 삼아 해저 수십m 깊이에 100m가 넘는 풍력 발전기 기둥을 박는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피터 알렉산드슨 덴마크 풍력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001년엔 풍력 발전기 날개 지름이 보잉747 항공기 폭(76m)과 비슷했지만 2016년엔 두 배가 넘는 164m 크기로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지금은 풍력 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고 했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00년 6%에서 작년 36%로 늘린 데 이어 2050년엔 100% 달성 목표를 세웠다.


새마을 운동과 재생에너지는 다르다

한국은 덴마크를 이미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1970년 싹을 틔운 새마을운동의 시발점이 덴마크였다. 1864년 프로이센 전쟁에서 패한 덴마크는 유틀란트 반도 비옥한 남쪽 땅은 독일에 빼앗기고 북쪽 황무지만 겨우 지켰다. 덴마크인들은 여기에 풀과 나무를 심고 개간해 오늘날 거대한 목초지를 갖춘 낙농 국가로 만들었다. 류태영 박사, 고(故) 류달영 박사 등이 덴마크 사례를 본뜨자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해 대한민국 농촌 근대화를 이룬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동쪽 북해(北海)에 설치된 ‘Horns Rev I’ 해상풍력단지. 높이가 100m 넘는 2MW(메가와트) 용량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560m 간격으로 80대 설치돼 있다. 덴마크는 작년 전력 생산의 43%를 풍력으로 공급했다. /덴마크 풍력산업협회 제공




그러나 재생에너지 분야는 다르다. 덴마크는 우리보다 바람 자원이 우수한 데다 70%가 산지인 우리와 달리 산이 없다. 가장 높은 지대가 170m 정도다. 인구는 우리의 11%밖에 안 되지만 태양광·풍력을 하기 좋은 평편한 국토 면적은 절반 수준이다. 재생에너지의 근본적 한계인 전력 공급의 간헐성 문제는 이웃 다섯 나라에서 전기를 사들여 해결한다. 작년 전력 소비량 중 14%를 노르웨이 수력 발전, 스웨덴 원전 등에서 사왔다.


덴마크 에너지협회 칼스턴 챠챠 수석 고문은 "이런 전력 거래가 없다면 우리도 '블랙 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는 외딴섬과 같다. 태양광·풍력 설비를 지었다가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한 덩이"에 속은 독일 국민

독일·덴마크는 태양광·풍력 보급 등의 명목으로 전기료의 55~60% 이상을 세금·부가금으로 매긴다.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CEER) 자료를 보면 작년 전력 1kWh당 가정용 전기료가 독일이 398원, 덴마크 396원으로 EU 국가 중 1, 2위였다. 특히 독일은 최근 10년간 가정용 전기 요금이 67%나 증가했다. 녹색당 출신의 위르겐 트리틴 전 독일 환경부장관은 지난 2004년 "매달 전기 요금 고지서에 아이스크림 한 덩이 정도 푼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국민은 달콤한 말에 속은 셈이다. 작년 독일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된 복지 예산보다 많은 약 250억유로를 재생에너지 지원금으로 썼다. 이 보조금은 해마다 더 커질 전망이다.




두 나라가 태양광·풍력에서 큰 발전을 이룬 요인으로 '정치권 합의'가 꼽힌다. 덴마크 녹색 성장 홍보 기관인 '스테이트 오브 그린' 이버 닐슨 수석 공보관은 "지난 40여 년간 완벽한 정치권 합의로 적어도 에너지 정책에 관한 한 일관성을 꾸준히 유지해왔다"고 했다.


좌·우·중도에 포진한 10곳 안팎 정당은 올 6월에도 2030년까지 풍력 발전 비중을 80%로 올리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법(2000년), 신규 원전 건설 금지 등을 담은 원자력법(2002년) 등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반면 우리는 사실상 난장판을 방불케 한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한수원 이사회 주도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백지화 등을 의결하면서 편법과 불법 시비에 휘말렸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덴마크가 40년 넘게 축적한 풍력 기술로 발돋움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강점을 한껏 활용해야 한다"면서 "60년간 선진 기술을 배우고 개발한 우리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MB 시절 '녹색 성장'… 文대통령 "계승할 것" 

덴마크 순방 때 첫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덴마크 P4G(녹색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정상 회의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10년간 녹색 성장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줄이는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녹색 성장이라는 말을 문 대통령이 국내외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안팎에선 "그동안 금기시돼 온 '녹색 성장'이 해금됐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측은 "좋은 정책은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녹색 성장은 이산화탄소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방점이 찍혔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과 유엔기후변화협약이 만든 녹색기후기금(GCF) 국내 유치 등도 이뤄졌다. 반면 현 정부가 작년 12월 만든 '8차 전력 수급 계획'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전력 1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409g)이 이전 정부 때의 목표(393g)보다 올라간 것이다. 원전 중단을 강행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원전을 줄이거나 원전이 없는 독일과 덴마크도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배출량이 11.4t, 9.3t으로 EU 평균(8.7t)을 크게 웃돈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3833.html


#2 사업비 7조 '수상 태양광'..."저수지가 못자리 될판"


카드뮴 등 중금속 기준치 이상 검출

지속적인 관찰 필요


일본에서는 최근 최근 대형 녹조류 발생


   2015년부터 수상 태양광 발전 설비가 가동된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지마 저수지에선 최근 대형 녹조류가 발생했다. 저수지 면적의 60%를 뒤덮은 태양광 패널이 녹조의 원인이란 주장도 나왔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1년부터 경남 합천호 수상 태양광 시설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카드뮴 등 중금속 일부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검출 결과를 태양광 설비 탓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2015년 가동을 시작한 일본 가와지마 저수지(川島町)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 박완수 자유한국

                   당 의원은 최근 이곳에서 대형 녹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실] 


  

정치권 "환경 영향 분석 부족한데도 추진" 국감서 지적 

'수상 태양광' 설비에 대한 저수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국회 국정감사장으로 번지고 있다. 설비에 대한 환경 영향 분석 결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상 태양광 사업이 갑작스럽게 추진되다 보니 주민과 지역 정치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전국 각지에서 수상 태양광 설비의 중금속 검출과 수질 오염 우려를 제기하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햇볕이 잘 드는 저수지 대부분이 수상 태양광의 '못자리'가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연구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기관이 저수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고 하니까 걱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6년 2월 보령댐에 2㎿ 규모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준공했다. 

                          이 설비는 연간 7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 [사진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실]




농어촌공사, 태양광에 7.4조 책정…과거 13년 사업비 99배 

비판의 화살은 한국농어촌공사로 쏠렸다. 기존엔 공사가 보유한 저수지를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사업 주체로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태양광 사업을 위해 책정한 사업비만 7조4800억원에 달한다. 2005년부터 13년 동안 사용한 사업비(755억원)의 99배의 자금이 배정됐고, 이중 7조3900억원은 금융권 대출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맞춘다는 정부 목표를 맞추는 데 급급하다 보니 '과속 행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현실적 사업 목표, '일방통행식' 진행" 도마에

사업 목표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농어촌공사는 2022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 시설 용량(20㎿)의 214배인 4280㎿ 규모의 발전 설비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는 국가 전체 전력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계산됐다.



 

김현곤 농어촌공사 에너지개발처 과장은 "전국 저수지 900여곳에 수상 태양광이 설치된다는 가정을 통해 4280㎿라는 설비 확충 목표치가 설정됐다"며 "노후 원자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분 등 전국 단위의 전력 부족량을 계산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산하 기관이 주도권을 쥐면서 '일방통행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농어촌공사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 주민의 사업 참여 통로를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에너지 판매 수익금을 공익사업 등에만 쓸 수 있다. 참여 주민에 대한 이익 배당은 금지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태양광 발전 사업자는 "민간 발전 사업자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지역 주민 투자를 받아 에너지 수익금을 공유하면 주민들도 반길 수 있지만, 농어촌공사가 진행하는 방식으론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가들 "속도 조절하고 지역 특성 맞는 지침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국토 면적이 좁은 한국에선 수상 태양광이 육상 태양광보단 낫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속도 조절과 환경 오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기술적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태양광 패널 양면을 강화유리로 코팅하거나 패널 세척제, 패널을 물에 띄우는 부력체 등을 친환경 소재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목표 채우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공정희 충남연구원 연구원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 저수지·농경지·주거지·산림 등에 무분별하게 설치하면 경관 훼손은 물론 주민과의 갈등, 산림과 농경지 잠식, 강풍·강우에 의한 안전성 문제가 발길 수 있다"며 "정부가 자연 경관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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