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고용 참사에 결국 건설·대기업에 손 내민 정부


경기침체와 고용 참사에 결국 건설·대기업에 손 내민 정부


기존 입장에서 선회 지적, 실효성도 의문


   제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건설·토목 경기 살리기’와 ‘대기업 밀어주기’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줄곧 대기업과 건설경기에 의존하는 경제 성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투자·고용절벽’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결국 건설·토목, 대기업에 기대는 것이다. 다만 과거 정부들이 답습했던 ‘대기업·건설 의존증’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은 민간·공공부문 투자 활성화를 큰 뼈대로 한다. 우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교통·물류·전략산업 관련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이달 말에 구성할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선정하고,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방침이다. 지난 10년간 예비타당성 조사에 평균 11.1개월이 걸렸다. 이 절차를 없애면 사업 추진에 그만큼 속도가 붙게 된다.


낙후 접경지역과 개발제한구역을 옭아매던 규제도 일부 푼다. 연내에 효용성이 낮은 접경지역 내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하고, 낙후지역 개발 시 부담금 50% 감면 대상 시설도 확대하기로 했다. 개발제한구역 내 생활체육시설, 도서관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의 설치제한도 완화한다. 주거·환경·안전·신재생에너지 분야 SOC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올해 17조9000억원에서 내년 26조1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SOC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건설부문의 투자·일자리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7월 건설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했다. 지난 4월부터 내리 감소세다. 건설업 일자리 역시 지난달 4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매월 10만명 안팎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미치지 못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현재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최대한 담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편익을 산출하는 기본적인 절차(예비타당성 조사)마저 생략하면 정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SOC 사업을 지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내세웠던 것도 이런 비판 때문이었다. 정부가 일자리지표 추락에 떠밀려 다시 건설·토목 분야에 손을 벌리는 꼴이다.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지만, 제조업 경기를 되살리기에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행정절차와 이해관계 충돌 등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민간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할 방침이다. A기업의 1조5000억원 규모 포항 영일만 공장 증설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여수 항만배후단지 개발·공급 프로젝트 등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3개를 내년 상반기까지 1단계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강남 고층사옥 개발건도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발표에서 빠졌다.


유턴기업(국내로 되돌아오는 기업) 세제지원 방침은 실효성에서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현재 해외사업장을 둔 법인이 국내로 복귀하면 최대 100억원의 입지·설비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정기간 동안 법인세와 관세 감면 혜택(50∼100%)도 주어진다. 지원대상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었고, 대기업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 대기업도 중소·중견기업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유재산 수의계약 허용 등 입지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이렇게 세제 혜택을 늘렸다고 한국을 떠난 기업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는 이유가 단순히 세금 문제만은 아니다. 인건비 상승, 생산성 정체 등의 전반적 측면에서 대책을 강구해야지 세금 지원만 강화한다고 기업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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