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캐디안 리듬을 아시나요? [방재욱]


서캐디안 리듬을 아시나요?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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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캐디안 리듬을 아시나요?

2018.10.18

추석 명절의 긴 연휴를 지내고나서 명절증후군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평소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은 왜일까요. 과식이나 과음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평상시보다 긴 연휴와 길이 막히는 장거리 이동이나 불편한 가족 관계 등으로 생겨나는 스트레스로 생활리듬이 바뀐 것도 큰 원인입니다.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저물어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드는 24시간의 하루 일상에서 낮에는 교감신경의 활발한 양(陽)적 활동과 밤에는 부교감신경의 음(陰)적 활동이 평형을 이루며 우리 몸은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합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활동이 음양 중 한쪽으로 치우쳐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 질병으로 연계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음과 양의 조화는 바이오리듬(Biorhythm) 또는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변화를 일컫는 일주성(日週性) 리듬이라고도 부르는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에 의해 조절이 됩니다. 서캐디안 리듬에서 “Circadian”이란 말은 대략(또는 대개)을 의미하는 ‘circa’와 하루를 의미하는 ‘dies’의 합성어입니다.

서캐디안 리듬은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생체시계(Bio-clock)에 의해 조절되는데, 생체시계의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은 1970년대에 생체리듬이 바뀐 초파리(Fruit fly)의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와 포유동물에서도 생체시계 유전자가 밝혀졌습니다.

2017년 미국의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그리고 마이클 로스배시(Michael Rosbash)는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로 나타나는 서캐디안 리듬을 조절해주는 유전자를 분리해 그 작용을 밝힌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습니다. 

그들은 초파리를 모델동물로 일상적인 하루의 바이오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이 유전자들이 밤에 세포 내에 특정 단백질을 축적시키고 낮 동안 그 단백질이 분해되어 이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생체시계가 모든 생명체의 세포에서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일주기(日週期)가 생물과학의 주요 연구 분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서캐디안 리듬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과를 시작해 낮에 모든 일을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아침형’ 인간 그리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해가 지는 저녁이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밤에 일과를 수행하는 사람은 ‘저녁형’ 인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여행을 가서 생활리듬이 서로 다른 친구와 한 방을 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두 사람은 서로 불편해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침형 친구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밤이 되면서 생기를 찾는 저녁형 친구가 잠자리에 들지 않고 부산하게 움직이며 같이 놀자고 하면 매우 피곤하게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에도 생체시계가 간직되어 있습니다. 광주기(光週期)에 맞추어 발현되는 식물의 생체리듬은 발아와 생장, 잎의 운동, 가스교환, 광합성 등 다양한 생리 및 발달에 영향을 주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해 개화시기를 알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길가의 클로버를 살펴보면 해가 뜨는 아침이 되면 잎을 열었다가 해가 지는 저녁이 되면 잎을 오므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캐디안 리듬은 주로 체내에 있는 호르몬과 신경계에 의해 조절이 됩니다. 호르몬 중 일부는 서캐디안 리듬의 영향을 받아 분비되며, 이 호르몬들에 의해 낮과 밤의 변화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밤에는 신체 활동과 각성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어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성적으로 되기 때문에 사랑을 저녁에 고백하면 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에서 교감신경은 양적으로 낮의 활동이나 흥분 등을 관장하고, 부교감신경은 음적으로 밤의 휴식과 안정 등에 관여합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깨지며 나타나는 건강의 이상 증상은 스트레스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화가 나 감정이 격해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아드레날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다량 분비되어 염증을 유발하는 과립구의 증가로 염증이나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장수시대에 서캐디안 리듬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이오리듬이 깨져 신경의 손상이 지속되어 몸과 마음의 괴리가 증가하면 유전자인 DNA와 뇌세포가 손상되어 뇌혈관장애나 심근경색 등의 질병 유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서캐디안 리듬에 대한 상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서캐디안 리듬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한 바른 생활습관을 길들여보세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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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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