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고용 한파] '단기 일자리' 짜내는 공공기관들..." 기차역 짐 들어줄 100명.."


[민간 고용 한파] 

'단기 일자리' 짜내는 공공기관들..." 기차역 짐 들어줄 100명.."


전셋집 찾아준다며 168명 채용

1시간 일해도 취업률에 산정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달에 '고속도로 특별 환경 정비'를 실시한다. 한 달짜리 인력 971명을 뽑아 고속도로 주변에서 청소를 하고 잡초를 뽑고 배수로를 치운다. 한국철도공사는 연말부터 서울역 등에 대학생 도우미를 배치한다. 두 달간 총 100명이 승객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역 안내를 해주고 시간당 1만500원씩을 받아간다. 두 공공기관은 이러한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최근 보고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단기(短期) 일자리 확대'를 독려하면서 그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자, 공공기관이 '단기 일자리' 만들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존 업무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투입되는 인원만 수배로 늘린 사례도 많다.




같은 일 처리에 인력 2배 투입하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혼부부 전세 임대주택' 당첨자를 위한 '주택 물색 도우미'를 도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원래 전세 임대주택 제도는 당첨자가 직접 집을 구해오면 LH가 그 집을 빌린 뒤 당첨자에게 싼값에 다시 전세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LH는 당첨자 대신 중개업소를 돌며 집을 찾아주는 도우미 168명을 뽑아 50일간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LH는 "월셋집이 늘어나서 전셋집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통계와 다르다. 지난달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4.1%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인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 민경욱·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이 각각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철도공사는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를 신규 도입해 10일부터 모집 중이다. 정부의 '체험형 인턴'은 '채용형 인턴'과 달리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다. 철도공사는 이번에 1000명을 뽑아 석 달간 쓴다. 임무는 '역사 내 고객서비스 수행'이라고만 정해놨다.




한국공항공사는 내년 1~10월 '사회적 경제 실현 사업'과 '공항 서비스 강화 사업'에 총 642명의 단기 인력을 고용하기로 했다. 공항 이용자 대상으로 설문을 받는 인력을 두 달간 55명 투입하는 식이다. 똑같은 업무를 올해 같은 기간에는 275명이 처리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노인 675명을 뽑아 회사 주변 청소를 시키기로 했고, 한국석유공사는 청소와 구내식당 업무 보조 인력 75명을 뽑는다.




LH 5200명의 절반, 고용 기간 2주 이내

고용 기간과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LH는 단기 일자리 5200개를 준비했다. 그중 임대주택 계약 보조원 687명은 업무가 서류 접수와 정리 등인데 고용 기간이 '하루'에서 최대 2주다. 아파트 입주·하자 서비스 담당 2100명의 계약 기간도 '2주 이내'이다. 철도공사가 만든 환경 정화 일자리(20개)와 고객 안내 일자리(57개)는 시급 8350원에 하루 3시간씩 일하는 자리다.


실업 럭비팀을 운영 중인 한국전력은 럭비 선수 2명 영입을 단기 일자리 내역에 포함했다. 철도공사는 역 출장 세차 서비스 요원 6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인권실태 및 영향평가 담당자' 5명을 2개월간 고용한다.


모든 공공기관이 단기 일자리 확대 지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미 환경 정비 인력을 부지면적 대비 적정 인력 채용한 상태로 (단기 인력) 추가 채용 불가"라고 보고했다. 석탄공사는 "신규 채용이 중단된 상태여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사업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했다. 올해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보다 8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480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하고 있다.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장상진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3/20181013001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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