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낙관론에 "내수 침체" 쐐기 박은 KDI


정부 경제 낙관론에 "내수 침체" 쐐기 박은 KDI


"수출 양호하나 투자·고용 부진" 

'개선 추세' 문구도 두달째 빠져  


경기지표 곳곳 '비명' 지르는데  

정부는 여전히 "회복세" 주장 

해외기관도 韓 성장률 하향조정


   정부가 10개월째 ‘경기 회복세’라고 낙관론을 견지하는 사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점점 비관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통상 거시경제 전망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국책연구기관이 현재의 경기 상황을 정부와 다르게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다. 정부가 실물경기 흐름을 무리하게 한쪽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기관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마저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정부만 나홀로 고립되는 양상이다.




KDI “경기 전반적으로 정체” 

KDI는 10일 내놓은 ‘경제동향 10월호’에서 현 경기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내수 흐름은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광공업생산이 확대됐으나 서비스업생산 증가폭이 축소되고 건설업생산 부진도 지속됨에 따라 전반적인 경기는 정체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2% 감소해 7월(-10.1%)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건설수주액은 주택(-37.4%), 공장 및 창고(-48.3%), 토목(-13.1%) 등 대부분 분야에서 1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8월 3000명(전년 동월 대비)에 그쳐 7월(5000명)에 이어 2개월 연속 1만 명을 밑돌았다. 


매달 경제동향을 발표하는 KDI는 8월까지만 해도 “생산 측면의 경기 개선 추세가 더욱 완만해지고 있지만 개선 추세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달 ‘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경기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으로, 사실상 경기 전망을 ‘개선’에서 ‘하락’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달에도 개선 추세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반면 정부의 공식적 경기 진단 보고서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는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회복세’라는 표현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올 5월 그린북에서 회복세라는 표현을 뺐다가 자료 배포 후 3시간 만에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발표한 그린북 9월호에서도 “한국 경제는 수출과 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세계 경제 개선, 수출 호조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산업 체감경기도 악화” 

정부 인식과 달리 산업 체감경기는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이날 한경연 주최 경기진단 세미나에서 “주력 산업 분야에서도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자동차·조선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9월 실적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같이 주력 산업의 체감경기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2% 후반대로 예상되나 2019년에는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약화하고 투자가 감소하는 등 하방 리스크로 2%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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