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창고 입장 자격 있어, 자물쇠 안한 창고지기 책임”

“심재철 창고 입장 자격 있어, 자물쇠 안한 창고지기 책임”


디브레인 자문위원 최용락(60) 컴퓨터학 박사


[단독]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한국재정정보원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접속 및 자료 입수 경위를 놓고 위법성 논란이 진행되는 가운데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 참여했던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보안관리 문제가 사건의 핵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디브레인 자문위원을 맡은 공로로 2014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최용락(60) 컴퓨터학 박사는 지난 3일 디브레인을 예산 집행 정보의 창고에 비유했다. 그는 “창고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왔느냐가 이번 문제의 쟁점”이라며 “그런데 심 의원에게 창고에 들어갈 수 있는 공식 자격이 있는 이상 나는 시건장치를 따로 마련해 중요한 물건을 숨겨놓지 않은 창고지기(기획재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디브레인 자문위원 최용락(60) 컴퓨터학 박사와 심재철 의원/중앙일보

edited by kcontents




심 의원 측은 정상적인 권한과 접속 절차를 활용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업무용 PC에 기본 설치된 프로그램을 통해 의원실이 보유한 ID로 디브레인에 접속한 후 백스페이스키를 눌렀더니 자료가 나와 다운로드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적어도 여섯 번의 경로(화면)를 거쳐야 하고 그중 분명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 있다”며 심 의원실의 행위가 불법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과 보좌진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최 박사는 심 의원이 “백스페이스를 눌렀더니 자료가 떴을 뿐”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재정정보원에서 감사원에 제출하는 자료는 더욱 세밀하다”며 “감사원 직원들에게만 제공했던 로직(Logic)이 새어 나갈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한국재정정보원 조직 내에 누가 이런 로직을 만들었고, 어떻게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닿게 됐는지 수사가 필요하다”며 “10년 동안 쓰인 시스템인데 일개 보좌관이 우연히 알 확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계속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 가져간 자료(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등)는 반납하는 게 옳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이 검찰 압수수색에 반발해 공개한 자료는 기껏해야 밥값(소소한 정도)”이라며 “100만 건에 달하는 빅데이터가 있어 장기간 분석하면 각 부처 예산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이나 외교 쪽에 사용된 예산은 민감할 수 있다”며 “나쁜 세력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250억 원 규모의 디브레인 동남아 수출도 앞두고 있는데, 나라가 이것 때문에 시끄러워져 자칫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우려했다. “미인가 예산 정보가 백스페이스 버튼을 누른 것으로 유출됐다고 알리는 국회의원이나, 자신의 보안관리 부실 책임은 반성하지 않고 유출자만 공격하는 정부나 모두 똑같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