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 시동?


잠자던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 시동?


박원순 서울시장, 방북 중 대동강 수질 문제 언급

남북 협력사업 추진될 듯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대동강 수질 실태와 이를 개선할 남북 협력사업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사진은 방북단이 촬영한 대동강이 흐르는 평양 전경./연합뉴스


(박원순) 김 위원장이 대동강 수질에 대해 이야기했었어요. 한강의 수질 정화나 상하수도 발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협력하겠다고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었어요.




방금 들으신 것은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대동강 수질 문제가 언급됐다고 밝히는 부분입니다.


박 시장은 김 위원장이 대동강의 수질을 걱정했다고 전했는데요, 대동강의 수질이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처음 만난 박 시장에게까지 이야기한 걸까요? 백명수 부소장은 UNEP, 즉 유엔환경계획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들의 관련 보고서를 고려할 때, 대동강의 오염 상태는 심각하다고 평가합니다.


(백명수) 일례로, 2012년 북한이 UNEP와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대동강 수질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동강에서 염소와 대장균이 환경 기준을 초과하고 있고, 사계절 중 특히 봄철에 COD 농도와 대장균 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동강의 각종 오염물질이 제대로 정화되지 못하고 유입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동강 상류에 순천 화력발전소, 운곡 금 제련소, 순천 제약공장, 덕천 자동차공장 등과 같은 오염 배출시설이 다수 위치해있고, 이들 시설의 폐수 정화설비가 노후돼 유해물질이 대부분 유입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수자원관리국이 대동강 물을 정수해 공급하지만 식수는 반드시 끓여 마시라고 공식 통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대동강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주의를 내릴 정도로 대동강 수질상황이 매우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COD는 한국말로 ‘화학적 산소 요구량’을 말하는데요,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입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대동강은 무엇보다 평양 시민들의 중요한 상수원인데요,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주민들의 경우 위험이 클 수 있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하천수를 생활용수로 이용하는 비율이 약 60%에 이릅니다. 오염된 하수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정수시설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식수오염’이라고 하는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유엔이 새천년 개발목표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안전한 식수 사용 비율이 공식적으로 북한에서는 89%에 이릅니다. 하지만 식수 공급 시간이 제한돼있고, 정수 시스템이 부족한데다, 상수도관의 노후화 때문에 그 비율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본 위생시설인 개선된 화장실 사용 인구비율도 59%에 불과하고, 위생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대장균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 오염에 취약한 상황입니다. 특히 1990년대부터 초래된 전력난과 잦은 홍수피해 등으로 주택 유실 등과 같은 주거 위생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수인성 질병과 기생충 감염에도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되는 증상이 설사증인데요, 특히 아동기에 설사가 지속되면 탈수와 영양섭취 장애로 영양 결핍 상태에 이르고, 면역력이 감소돼 감염에 취약해져 사망까지 이르게 합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2008년 기준 생후 12개월 이내 영유아 사망률은 출생 1000명당 약 19명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5세에 이르기까지 사망률은 26명 이상으로 증가하는데요, 이 중 설사증에 의한 사망률이 11%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심각한 수질오염이 단지 대동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북한 내 대도시나 공장, 광산을 통과하는 주요 강들은 오염도가 대동강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백 부소장은 말합니다.


(백명수) 북한은 인구가 적고 산업활동이 없는 상류지역은 수질이 깨끗한 상태지만 중 하류로 갈수록 처리되지 못하고 방류된 오수, 폐수로 수질이 점점 악화되는 것입니다. 두만강의 경우, 무산탄광, 회령 제지공장, 중국 개산툰 펄프공장 등에서 나오는 탄광 폐수, 표백제, 생활오수가 유입돼 심각하게 수질이 오염되는 상황입니다. 압록강 역시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는 광산개발이나 다량의 공장폐수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장과 같은 환경 기초시설이 제대로 설치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북한의 하수처리율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과 같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 부소장이 ‘알려져 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북한 내 오염 실태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수질오염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있어도 공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 못지 않게 수질오염이 심했던 구 동독도 그랬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구 동독의 환경 상태가 정부의 비밀사항으로 다뤄졌지만, 더 이상 국가기밀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누구나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현재 환경 상태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저먼워치가 2013년 ‘세계의 기후위험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기후위험지수는 세계 7위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심각한 상황이고요. 위험관리자문회사인 메이플크로프트의 2012년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산림 황폐화 지수는 세계 3위에 해당합니다. 특히 단천 광산지대와 무산철광 등에서 유입된 광산 폐수로 하천이 중금속 등에 의해 오염되고 대부분의 대도시는 하수 종말처리장과 분뇨처리시설 등과 같은 환경 기초시설이 부족하거나, 설사 있다 해도 시설이 노후화돼 하수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오염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환경 오염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원과 복구 비용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통일 이후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수질 환경오염이 더 악화되기 이전에 남북한이 환경협력을 통해 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질오염을 포함한 환경 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라면서, 통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최근 대동강 수질 문제를 언급한 것은 남북 환경 협력에 동력을 실어준 셈이라는 평입니다.




(백명수)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언급된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은 사실 지난 2016년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평양 도시협력 3대분야 10대 과제’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서울시가 대동강 수질개선과 평양 정수장 및 상하수도 개량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남북합작 수도공사 설립을 제안한 것입니다. 수해예방과 노후시설물 관리장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요, 사실 지난 2년간 서랍 속에 있던 이 제안이 다시 빛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시는 정확하게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을 확정하진 않았습니다만, 2016년 제안 당시의 계획에 의하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1단계는 실태 파악과 상호이해를 위한 학술교류를 추진하고, 그 다음 단계로 협력 환경을 고려한 분야별 시범사업 추진,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본격적인 협력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당장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에 서울-평양 공동개최나 경평축구 부활 등을 통해 우선 도시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을 시작으로 대동강 수질에 대한 실태파악 조사 협력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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