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공사 85억에 수주하는데, 6억 더 깎자는 경기도


100억 공사 85억에 수주하는데, 6억 더 깎자는 경기도


경기도, 현행 정부 규정 무시한 채 

100억 미만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 적용 강행 논란


경기도 "싼값에 공사해라" vs 건설업계 "지금도 적자"


표준시장단가, 표준품셈보다 적용가격 18%나 떨어져

현행 낙찰 하한률(85~87%대) 감안하면 적자 불가피


해당 일감 대부분 중소업체 '몫'… 지방업체 붕괴 위험

일자리 1.2만개 감소 불가피… 연관산업 2.8만명 달해


   경기도가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자체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대해 현행 정부 규정을 무시한 채 ‘표준시장단가’를 확대 적용하는 등 무조건 ‘싼값’의 입찰을 강행해 논란이 크다.



주로 대형공사에만 적용하는 ‘표준시장단가’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 1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하는 ‘표준품셈’보다 적용가격이 18%가량 낮다. 그만큼 입찰가격 자체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이 경우 가뜩이나 발주금액(예정가격)대비 85~87%대에 수주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낙찰률이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경기도가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들의 경우 이익은커녕 손실만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더구나 경기도가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부에도 관련 법 개정을 요구, 받아들여질 경우 전국 17개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들까지도 모두 적용된다. 지방업체를 중심으로 8만여 중견·중소건설기업들이 강제 저가 수주에 따른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표준시장단가, 표준품셈의 82% 수준… 정부 규정상 100억원 미만 공사엔 ‘적용 금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표준품셈’은 재료비와 인건비, 기계경비 등 공종별 공사비를 표준화한 것으로, 설계를 기준으로 실제 공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출한다.


이에 비해 ‘표준시장단가’는 과거 수행했던 같은 종류의 공사를 공종별로 입찰가격, 계약가격, 실제 시공가격을 조사해 만든 산정방식으로,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적용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공사비산정기준 심의위원회’ 심의보고에서 밝힌 1961개 공종의 2018년 상반기 적용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대비 82.0% 수준이었다. 표준시장단가가 표준품셈보다 평균 18.0% 싼 것이다.


표준시장단가는 현행 예정가격 산정기준(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따라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적용하고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선 제외하도록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현행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자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제2장 제2절 2)에 따라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소규모 건설공사의 품질 확보와 지역 중소업체 육성을 위해 100억원 미만 공사는 표준품셈 방식으로 원가를 산정하라는 취지다.





경기도가 하려는 입찰방식… “무조건 싼값에 공사해라”

경기도는 지난 9월 13일, 100억원 미만 건설공사의 발주금액 산정시 표준시장단가 적용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마디로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인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행안부 예규와 정면 배치된다. 특히 경기도는 상황에 따라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을 혼용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개정 조례안에선 예정가격(발주금액) 산정때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삭제토록 한 만큼, (조례가) 통과되면 표준시장단가든 표준품셈이든 낮은 가격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이처럼 단가에 민감한 것은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방만한 운영 방침이 결과적으로 ‘퍼주기식’ 예산낭비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도지사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도 철저한 관리·감독과 부당하도급 방지 등으로 공사품질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공방 - 경기도 “예산절감 효과 3~10%” vs 건설업계 “실제론 적자”

경기도는 이번 조례 개정에 나서면서 △평택시의 진위역-오산시계(남북측) 간 도로 확·포장 △포천 삼팔교 재가설 △오산소방서 신축 등 이미 완료한 3건 공사의 실제공사비 소요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 결과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했을 때 3.9~10.1%가량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실제 조사결과 기존 표준품셈 적용 시에도 기본적인 본사 관리비와 이윤은커녕, 오히려 공사집행비용이 낙찰가의 100%를 넘어 적자를 봤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평택 진위역-오산시계 도로공사와 오산소방서 신축공사의 경우 실제 지출된 공사비는 낙찰금액대비 103%로 3%의 적자가 발생했다. 삼팔교 재개발공사 역시 공사비가 일부 증액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의 오류(1) - “표준품셈과 전제조건이 다른 표준시장단가”

표준품셈은 공사 규모에 관계없이 조사가 이뤄져 모든 공사에 적용할 수 있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는 현행 규정에 따라 1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했기 때문에 출발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즉 100억원 이상 공사현장의 실행(실제집행)내역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는 점에서 1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의 82.0% 선이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라는 것은 대형마트 단가를 동네 영세상인들한테도 적용하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다.


더구나 지역별 형평성은 물론 공사품질과 안정확보를 위해서라도 공공공사의 예정가격(발주금액) 산정은 전국 각 지자체가 통일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표준시장단가 적용 여부를 각 지자체 조례로 위임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같은 공사를 진행하는데 공사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경우 품질저하와 안전사고는 물론 현장 근로자 임금까지 하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경기도의 오류(2) - “현행 입찰제도 기준 무너질 수 있어”

경기도의 주장은 무엇보다 현행 입찰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판단이란 지적도 상당하다. 즉 3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대해 현행법에서 정한 적격심사제 낙찰률의 하한선(80~87.75%)을 끌어내리는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정가격 50억원인 공사를 발주할 때 표준품셈을 적용하면 낙찰 하한율(85.5%)에 따라 최종 낙찰금액은 42억7500만원이 된다. 이에 비해 총 50억원 중 20%인 10억원에 대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표준품셈대비 18%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낙찰금액은 41억2100만원으로 낙찰률은 82.42%에 그친다.


법에서 정한 낙찰 하한율보다 3.08% 줄어든다. 사실상 현행입찰제도의 기준이 무너지는 셈이다.




경기도의 오류(3) - 지역 중소·전문건설업체 붕괴

지난 15년간 공공공사 예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 적정공사비 산정에 대한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100억원 미만 공사에까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주로 소규모 공사를 수행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란 게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나 지자체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 대부분이 중소업체들이 수행하는 100억원 미만인 점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 나라장터에 따르면 최근 2년(2016~2017년)간 종합건설업체들이 수주한 공공공사는 모두 3만8646건으로, 이 중 100억원 미만 공사는 96.9%인 3만7433건에 달한다.


대부분 중소 규모인 전문건설업체들이 2016년 원도급으로 수주한 공공공사는 28만2464건으로, 이 가운데 단 19건을 제외한 99.9%가 100억원 미만이다.


소규모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예정가격 자체가 떨어지고 낙찰가마저 하락할 경우 중소건설업체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대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전체 노무비 감소분만 2300억~5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지자체 발주공사에서만 1500억~3800억원의 노무비가 줄어들 것으로 연구원은 예측했다.


이로 인해 4700~1만2000개(지자체 3000~8000명 포함)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연관산업까지 감안하면 일자리 감소 추정치는 1만950~2만8359명에 달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고용 유발을 비롯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산업”이라며 “한계 상황을 유도하는 무리한 공사비 감액 정책의 확대는 지역경제에 악영향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선 대형공사보다 소형공사 단가 더 높아… 일본, 예정가격 부당삭감 금지조치

이처럼 소규모 공사에 대해 공사비를 낮추려는 움직임과는 달리 선진국들의 경우 오히려 대형공사보다 공사금액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해외의 대표적 공사비 자료집인 영국왕립적산협회(RICS) 산하 빌딩원가정보서비스(BCIS) 단가집에 따르면 같은 공종이라도 소형공사 단가는 대형공사대비 최소 2%대에서 최대 60%대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RS Means사의 공사비 정보 역시 소형공사 단가가 대형공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유사한 예정가격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경우 지난 2005년 ‘공공공사의 품질확보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예정가격 자체의 부당한 삭감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재정 건전성 확보와 공공공사비 절감을 목적으로 금액을 삭감,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행위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발주자에게 이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행안부 “조례 개정은 가능, 실제 적용 때는 감사 조치”

행안부는 경기도가 관련 조례에서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 건설공사의 예정가격 산정시 표준시장단가 적용 제한’ 규정을 삭제하더라도 문제 될 게 없지만, ‘지자체 입찰·계약 집행기준’(행안부 예규)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자체 조례는 임의대로 할 수 있지만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말라”는 행안부 예규를 어기고 실제 시행할 경우 감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조례 삭제와 실제 시행은 다른 문제”라며 “어떤 상황이라도 (행안부) 예규는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경기도가 조례 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행안부 예규에서도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건의한 것과 관련해 지난 9월 초 국토부, 경기도와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결과 행안부는 국토부와 경기도가 관련 조사를 진행한 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현재 경기도와 조사 대상 현장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급적 연내 마무리지을 예정이지만,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모든 지자체가 적용받게 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어서 보다 신중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조례 개정안, 도의회 벽 넘을까

경기도가 이달 2일까지 입법예고한 조례 개정안은 조만간 도의회에 상정,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조례 개정안을 다루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무엇보다 건설현장의 잘못된 하청구조 등을 개선한 후 입찰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조례 개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명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은 “입찰가 산정 과정에서 예정가격이 너무 낮아지는 게 아닌지를 내·외적 요인으로 분리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낮은 입찰가가 저가수주를 야기하고 이로 인해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각 현장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포진돼 있다”며 “이는 결국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악순환의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시장단가 도입으로 예정가격 자체가 떨어질 경우 건설업체들의 입찰 참가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당장 해야 할 공사가 착공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같은 위원회 소속 김규창 의원(자유한국당, 여주)은 “저가수주로 실제 공사비가 낙찰금액보다 더 든다면 (건설업체들이) 입찰 자체를 거부하고 유찰로 이어져 공사가 지연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도민들의 불편과 피해를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선후를 따져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일ssamddaq@mt.co.kr 머니투데이

케이콘텐츠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