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걸리는 질병 '사코페니아(Sarcopenia)'


나이들면 걸리는 질병 '사코페니아(Sarcopenia)'


"요즘 들어 쉽게 피곤하고 

숨이 차며 체중도 작년보다 3㎏이나 줄어"


'근감소증'

미국은 물론 일본도 올해부터 질병코드 부여


최근 근감소증 새 처방약 나와


   68세 임성희씨(여성, 가명)는 최근 유난히 기력이 딸려 병원을 찾았다. 6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별 이상이 없었던 임씨는 요즘 들어 쉽게 피곤하고 숨이 차며 체중도 작년보다 3㎏이나 줄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라고 생각했던 임씨는 의료진이 근육 검사를 해 보자고 하더니 '근감소증'이라고 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근감소증은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과 근력이 정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질병으로, 근육이란 뜻의 '사코(Sarco)'와 부족 및 감소를 의미하는 '페니아(Penia)'를 합쳐 '사코페니아'라고 부른다.


근감소증 메커니즘/Epainassist


Study Finds Seniors with Muscle Loss Due to Sarcopenia Improve with New Prescription Protocol

https://globenewswire.com/news-release/2018/10/01/1588090/0/en/Study-Finds-Seniors-with-Muscle-Loss-Due-to-Sarcopenia-Improve-with-New-Prescription-Protocol.htmledited by k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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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노화의 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미국에서는 노년층의 근육량 감소를 자연스러운 노화로 보지 않고 '사코페니아' 질병으로 보기 시작했고, 일본도 올해부터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사코페니아 증상을 보이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코페니아는 단순히 근육량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고 합병증을 일으켜 결국 생명까지 위협한다. 더구나 병에 걸렸는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악화돼 손쓸 수조차 없는 '침묵의 질병'이라고 아주대학교의료원 이윤환(53) 노인보건연구센터장은 말했다. 지난달 28일 수원 아주대학교의료원 노인보건연구센터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기력이 딸린다는 어른신들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코페니아에 대해 설명하는 아주대학교의료원의 이윤환 노인보건연구센터장.




원래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노화에 따라 근육량은 줄어든다. 30대에 최대 근육량에 도달한 뒤 40대부터 감소하는데, 70세 전까지 근육량은 10년에 8%, 70세 이후부터는 10년에 15%가량 감소한다. 근력은 70세 이전까지 10년에 10~15%, 70세 이후는 25~40% 감소한다. 70세 이후부터는 근육량과 근력이 모두 그 이전보다 두 배 빠르게 감소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사코페니아로 볼 수 있나.

"근육량이 연령별 정상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한 경우 사코페니아로 정의한다. 최근에는 근육량과 함께 근력 또는 기능 상태(보행속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아시아근감소증연구회(AWGS)가 마련한 기준에 따르면 에너지 방사선검사로 측정한 양팔 및 양다리 근육량의 합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남자 7.0㎏/㎡ 미만, 여자 5.4㎏/㎡ 미만일 경우 근육량 감소로 본다.


근력은 악력으로 측정하는데 남자 26㎏ 미만, 여자 18㎏ 미만일 경우 근력이 감소됐다고 판단한다. 보행속도는 평소 보통 걸음(편안한 보행)이 0.8m/sec 미만일 때 사코페니아를 의심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70~80대의 경우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지난 6개월에서 1년 전에 비해 2~3㎏이 줄었다면 의심해야 한다. 또 9개들이 배 한 박스(무게 4.5㎏)를 들기 어렵고, 방 안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걷는 게 힘들고, 의자에서 일어나서 침대로 옮겨 가기 어렵고, 계단 10개를 오르는 게 힘들면 사코페니아를 의심해야 한다."


사코페니아 환자는 어떤 증상을 보이나.

"82세 여성으로 당뇨병을 50년 이상 앓고 있는 분이 있다. 2~3년 전부터 새로운 질병이 생긴 것은 아닌데, 힘이 없고 기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입맛이 없어 잘 못 드시고 체중이 빠졌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걷는 것도 힘에 부친다고 한다. 검사한 결과, 근육량 저하와 기능 상태 저하를 보여 근감소증으로 진단했다."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처음에는 힘이 없고 기력이 쇠해지는데, 늙으면 원래 그렇지 않은가 하면서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점차 심해진다. 그대로 놔두면 걷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낙상을 경험하게 되고 쉽게 골절된다. 외출을 안 하게 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운동량이 줄어들고 우울해진다. 입맛이 없어 식사도 부실해져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 사코페니아로 진단됐을 때는 악화될 대로 된 뒤 병원에 왔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 활동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생기며 조치하지 않으면 장애가 생기고 나아가 입원, 사망할 위험이 증가한다. 문제는 환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침묵의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사코페니아로 진단받으면 일상생활뿐 아니라, 다른 병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무섭다고 하던데.

"사코페니아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노인의 유병률은 일반 노인의 2배 이상이다. 낙상할 위험도 높인다.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을 동반하게 되면 골절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근감소증과 비만이 동반되는 이른바 '근감소성 비만'이 오면 기능 상태가 더 악화된다. 


노쇠(허약)라고 부르는 노인증후군이 있는데, 근감소증이 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진·보행속도 저하·근력 감퇴·신체 활동 저하·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노쇠로 진단한다. 노쇠해지면 장기요양시설과 병원 입원율이 증가되고, 장애와 나아가 사망할 위험을 크게 높인다. 근감소증은 인지장애·치매·폐기능 감소·심혈관 및 대사질환 유발·우울증 등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코페니아에 걸리는 주된 원인은.

"1차적으로는 연령이 높을수록 위험하다. 노화와 관련된 질환이다. 2차적으로는 각종 만성질환에 따라 위험이 높아진다. 동시에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을수록 위험해진다. 신체 활동 저조, 부실한 식생활, 단백질 섭취 부족도 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사코페니아 환자가 늘어나고 있나.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코페니아 환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코페니아는 노화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근육량 감소가 질환이라는 인식이 없어서 병원에서도 관련 검사나 진단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도, 데이터도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질병으로 등록되지 않았는데.

"1988년 미국 학자가 처음 발표한 뒤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사코페니아가 정식 질병으로 분류된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다. 2016년 10월에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분류체계(ICD-10-CM)에 질병코드(M62.84)를 부여해서 근감소증을 진단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일본도 정식 질병으로 등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2~3년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1~2년 내에 질병코드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나 약제는 없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질병코드로 잡히면서 관련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해 이제서야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에서 임상 실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예방이 중요하다.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영양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정부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이젠 우리도 근감소증에 집중할 수 있는 대규모 연구센터가 세워질 때가 됐다. 일본에서는 1972년 인구 고령화율이 7%가량 진행됐을 때 동경도노인종합연구소가 세워졌다. 우리도 급증하는 노인성 질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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