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만 좋아해"


"아베만 좋아해"


트럼프, 일본車 관세 유예 후 "우리의 우정이야" 속삭였다


(미국 통상확대법) 232조에서 제외시켜줘서 고마워”  (아베 신조 총리)

신조와의 우정이야”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26일 미일정상 만찬에서 TAG 매듭지어

FTA 피하면서 車관세 유예 끌어내 '절충'

아베 "이거면 됐다" 안도에 쪽지 집어넣어

일각선 "FTA와 다를 게 없다" 비판도


   2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전한 미·일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나눈 대화다. 닛케이 신문은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다가와 우정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국과 TAG(물품무역협정·Trade Agreement on Goods)를 체결해 물품에 대한 관세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미국이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체결을 요구해왔는데, 이를 피하면서도 한시적으로나마 자동차 추가관세를 유예시키는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18.9.25 [일본 총리관저 제공=연합뉴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TAG 담판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찬 자리에서 이뤄졌다. 일본은 미·일무역협의(FFR) 협상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光) 경제재정·재생상에게 전권을 일임했지만, 미국은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통상대표부(USTR)가 아닌 사실상 트럼프가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실무 레벨에서 잘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초 만찬은 트럼프 타워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같은 건물 안의 자신의 집으로 장소를 바꿨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아베 총리가 당선 축하를 하러 달려가 만났던 그 곳이다. 

  

만찬은 북한 정세와 관련한 대화가 절반을 이뤘고, 통상문제 역시 중국에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간 무역을 문제시하는 발언은 거의 없었다. 아베 총리는 이 쯤에서 “이거라면 (원안대로) 되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돌발 사태에 대비해 할 말을 적어갔던 ‘발언 메모’도 품 속으로 도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만찬 뒤 새벽 시간인 도쿄로 전화를 해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뒤집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자, 관저 내에는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안도와 달리 일본 내에서는 “TAG가 FTA와 뭐가 다르냐”면서 일본이 양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자국이 주도해 이끌어온 TPP(환태평양파트너십 협정)를 중시하고 미·일 FTA 체결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아베 총리도 지난 5월 국회에서 “(지금까지의 미·일 무역협의는) FTA의 예비협의가 아니다”라고 답하는 등 TPP를 두고 FTA를 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이 일본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에 대해 추가관세 카드로 압박하자, 결국 방침을 전환하면서도 “FTA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 TAG라는 묘수를 찾은 것이다.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

             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연합뉴스]




아베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TAG는) 지금까지 일본이 맺어온 포괄적 FTA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TAG는 상품만을 대상으로 할 뿐, FTA처럼 투자, 서비스 분야는 포함돼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금융, 물류, 의료, 보험도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미·일 정상의 공동 성명에는 "미·일 양국은 협정 논의가 완료되면, 다른 무역 투자 사항에 대해서도 교섭을 진행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결국 향후 투자 부문까지 협의대상에 포함되면 FTA와 다를 게 뭐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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