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연료 인출' 누가 지시했나?…"한수원 성급한 판단"
월성원전 1호기 '연료 인출' 누가 지시했나?…"한수원 성급한 판단"
이달 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원자로 연료 →사용후연료 저장조로 인출
당초 7000억원 들여 운영 종료 시점 2022년까지 연장
한수원, 산업부에 보고도 안해
업계, "한수원 이사회 일방적 결정국민들이 동의한 것 아냐"
사업자가 임의로 연료 인출 자체가 문제
정동욱 중앙대 교수, "너무 성급한 판단"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달 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월성 1호기’ 원자로 연료를 사용후연료 저장조로 인출한다. 내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 신청 전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달 3일부터 원자로 연료 인출을 시작한 월성 1호기./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 등 관계 법령을 검토한 결과, (원자로) 연료 인출에 요구되는 법적요건은 없다"면서 "(올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의) 폐쇄 결정에 따라 발전소(월성 1호기)에서 연료인출 계획을 수립, 본사 관련부서에 보고 및 협의 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당초 7000억원을 들여 운영 종료 시점을 오는 2022년까지로 연장했다. 한수원 이사회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경주시의회·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한수원 직원들은 영구정지 및 해체준비에 돌입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한수원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지 국민들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며 "향후 법적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데, 연료 인출처럼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행위를 사업자가 독단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월성 1호기 연료 인출 산업부에 보고 안해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연료 인출은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료가 원자로 내에 있으면 관련 설비 점검 등 안전조치가 요구되지만, 연료를 인출해 사용후연료 저장조에 보관하면 저장조 냉각 관련 설비를 집중관리할 수 있어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성 1호기의 연료 인출이 일반적인 점검 차원이 아니라 영구정지 및 해체준비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원자력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자산인 원전을 운영사업자가 임의로 ‘빈 껍데기’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월성 1호기의 연료 인출을 지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한수원은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의 ‘월성 1호기 해체’ 문의에 대해 "월성 1호기 연료 인출 계획과 관련해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한 바는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원자력안전법 등 관계 법령상 문제가 되지 않으니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다음달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연료 인출과 관련해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가 임의로 연료 인출하는건 문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올 4월 취임 이후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주민 복지증진에 힘쓰겠다면서 지역주민과 자주 만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밀어부쳤다. 특히 한수원은 올 6월 경주시의회가 주민 여론 수렴 없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에 대해 원천무효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 후 폐쇄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를 채택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사업자(한수원)가 임의로 월성 1호기 연료를 인출하는건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며 "(연료 인출이)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면 원안위와 사전에 상의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설성인 기자, 안상희 기자조선일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1/2018092102512.html#csidxe9dd764699477529e4d7a27eabb8b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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