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의 꽃 '프로젝트 매니저(PM)', 이제 30~40대가 미래 짊어진다


EPC의 꽃 '프로젝트 매니저(PM)', 이제 30~40대가 미래 짊어진다


모든 사업 총괄

프로젝트 성공 여부 판가름


주로 PM 50대 중후반 부장급 선임


삼성엔지니어링, 

태국 중소프로젝트에 젊은 차·과장급 직원 PM 선임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은 EPC(설계·조달·시공) 산업의 꽃이다. PM이 누구냐에 따라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결정된다. 


주로 PM은 50대 중후반의 부장급이 선임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회사 내부에서도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는 나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나이가 있다고 해서 능력이 있다거나 경험이 많아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큰 프로젝트만 맞게 되면 프로젝트의 일부에만 시각이 함몰돼 향후 PM이 됐을 경우 전체적인 운영 노하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은 태국을 '홈마켓'으로 삼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차·과장급의 직원을 과감히 PM으로 선임해 중소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겼다. 


회사 내부에서는 반대도 있고 우려도 많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선택이 회사 발전을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조금씩 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상욱 삼성엔지니어링 태국 법인장은 "기존 PM들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장벽이 큰데 젊은 PM들은 그런 부분에서 잘하고 있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적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으니 현지 직원들과의 호흡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태국 방콕에서 이영찬 PM(38), 윤준섭 PM(37), 차주경 PM(40)을 만났다. 


이영찬 PM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일하다가 태국에서는 TEG(트리에틸렌글리콘)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윤준섭 PM은 전기를 만드는 IPG(인플렌트파워제네레이션)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차주경 PM은 태국 왕노로이 현장에서 가스 압축 플랜트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을 통해 젊은 PM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향후 EPC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태국과 중동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영찬(이하 이) PM = "태국은 중동과는 발주처 성향이 좀 다르다. 우리나라 정서가 좀 더 있다. 중동은 미국과 유럽이 판을 만들어놓은 것이라 계약 위주로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향이 있다. 중동에서는 용병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일을 더 해주고 성과를 내봐야 발주처에서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국은 발주처가 자국의 엘리트들이 모이다보니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일 우선으로 움직인다"




윤준섭(이하 윤) PM = "본사 파견 1명만 빼고는 나머지 직원은 태국인이라는 점이 다른 프로젝트와 큰 차이점이다. 보통 다른 프로젝트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PM이 하자고 하면 대부분 따라가는데 여기는 태국인 직원이라 일일이 이해를 시켜야된다. 안그러면 반발이 생기기 때문에 왜 이렇게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설득을 시켜야한다“


차주경(이하 차)PM = "최성안 사장이 현장에 와서 하는 말이 태국이 PM키우기 좋다고 한다. 동남아중에서도 발주처의 수준이 높고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해 중동으로 가 큰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한다. 태국은 앞으로도 젊은 PM을 키우는 PM 사관학교가 될 것이다"


이상욱 법인장(이하 이 법인장) =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태국이 다시 붐이 되려고 한다. 마침 회사에서 미리 조직을 만들고 투자를 했는데 시기가 잘 맞아서 큰 프로젝트도 수주했고 당분간 좋을 것 같다. 회사가 지금까지 계속 잘하니깐 발주처도 자주 불러주고 맡은 프로젝트도 잘하니 선순환이 된다. 과거에는 문을 두드려야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발주처의 콜을 받는 입장이다. 태국을 홈마켓으로 삼고 인력을 키우기에 좋다. 


젊은 나이로 PM은 맡는 것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이 PM = "아무래도 본사에 보고하는 게 부담이다. PM 직급이 부장이나 상무라면 본사에 보고 하는 게 좀 더 쉬울 텐데 차·과장급인 우리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더 사정하고 부탁해야하는 면이 있다"


윤 PM = "젊은 PM이 프로젝트를 맡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도 처음이니 혹시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본사에서 더 자세히 지켜보려고 하는 거 있다. 우리를 성장을 시켜야하니 결정권을 줬지만 혹시나 회사에 손실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을 하는 것이다"


차 PM = "지금 최 사장이 본부장 시절에 밑에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어 PM을 맡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으나 최 사장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어 줬다. 옆에서 보는 거랑 젊은 직원들이 직접 해보는 거랑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그만큼 회사와 윗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있었고 프로젝트도 잘 끝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젊은 PM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 PM = "요즘 시대가 빨리 변하고 있는데 EPC는 건설 위주의 산업이라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10년 후에 적용된다. 시스템 매니지먼트나 엑셀 작업도 지금에서야 적용이 된다. 하지만 기존 나이가 있는 PM은 이런 부분에 익숙하지 못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좀 더 젊다보니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빠르다. 


또 과거엔 발주처의 기준이 있어도 크게 신경을 안썼다. 발주처가 원하는 것이 있어도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계약서대로 안해도 돌아가기만 하면된다는 마인드였다. 하지만 최근 발주처들은 이런 것들을 문제 삼으며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트렌드는 발주처가 원하는 것이 10이라면 한 두 개 더 얹어서 11, 12까지 해주는 것이다. 과거엔 8이나 9만 해줬다. 젊은 PM들이 많아지면 이러한 문제가 바뀌고 좀 더 체계화, 글로벌화 될 것이다"


윤 PM = "예전엔 PM별로 편차가 컸다. 잘하는 PM에 일이 몰리고 회사가 신경쓰니 성장했다. 반면 못하는 PM은 회사가 배제했다. 하지만 회사가 인력을 양성하면서 회사 전체적으로는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젊은 PM들은 운이 좋은 케이스다. 과거에 회사가 잘나갈 땐 작은 프로젝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기회비용이 아까우니 중동에 다 인력을 몰았다. 


이번에 직접 PM하면서 모든 공정을 다 관리하고 들여다보니 큰 그림 볼 수 있게 됐다. 나중에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 중동의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도 젊은 PM 양성하겠다는 흐름이 돌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투트랙으로 가고 있다. 큰 프로젝트는 경험 많은 PM, 소규모 프로젝트는 어린 직원에게 맡겨 씨앗 뿌린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PM을 했다고는 하지만 중동의 더 큰 프로젝트와는 규모나 성격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이 PM "여기나 중동이나 미국이나 아프리카나 공장과 프로세스는 다 똑같다. 나라마다 어떤 옷이냐, 발주처가 어떤 옷이냐에 따라 난이도 바뀐다. 기본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중요하다. 태국은 규모가 작으니 훈련하기 좋다. 중동은 기본기만 있으면 그 위에 기술적인 부분만 덧붙이면 된다. 기본기를 여기서 습득하는 것이다. 다만 좀 더 제대로 된 PM이 되기 위해 좀 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다"




윤 PM = "기계공학 전공했는데 프로젝트마다 들어가는 기계들은 비슷하다. 기본적인 것을 잘 배치해서 하는 게 중요하다. 중동 프로젝트의 경우 펌프 기계가 수백대가 되는데 펌프만 보다가 시간이 다 같다. PM을 하다보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차 PM = "중동에서는 기자재 사는 가격만 2억달러다. 왕노이 현장은 전체가 공장이 1000만달러 수준이다. 중동은 규모는 크지만 젊은 직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하지만 여기서 PM을 하면 다루는 금액은 적지만 100을 관리한다. 토목, 기계 등 모든 걸 볼 수 있다. 공사뿐 아니라 계약할 때 발주처와도 만나고 리스크도 관리한다. 짧지만 콤팩트하게 경험 쌓는다. 태국 직원들하고 같이 프로젝트 수행하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이 법인장 = "사업주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가교가 됐으면 좋겠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우리가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태국 사업주 입장에서는 작은 프로젝트를 맡을 곳도 필요하다. 작다고 안하면 작은 것을 꾸준히 하는 누군가와 우리가 경쟁사가 될 수 있다. 시장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젊은 PM도 키울 수 있다. 우리가 태국에서 잘 하니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 시장으로 들어온다. 그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방콕(태국)=뉴시스】김민기 기자kmk@newsis.com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