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와 함께한 삶의 추억 [방재욱]


염색체와 함께한 삶의 추억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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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와 함께한 삶의 추억

2018.09.14

지난 9월 2일부터 5일까지 체코의 프라하(Praha)에서 개최된 제22회 국제염색체학회(22nd ICC, International Chromosome Conference)에 참석하며, 식물 염색체 연구에 몰두해 온 내 삶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프라하의 정취로 감회가 새로워지며, 옛 추억이 더욱 잘 떠올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올해는 내가 1979년 박사과정에 입학하며 시작해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곁눈을 팔지 않고 전념해 온 식물 염색체 연구의 4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논문을 발표한 국제학술대회가 29년 전인 1989년 스웨덴의 웁살라(Uppsala)에서 개최된 ‘제10회 국제염색체학회’라서 이번 22회 학술대회 참가가 더욱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가 가진 유전자원의 개발, 보존 및 유용 생물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기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생물 종의 다양성 연구와 유전자원의 개발 및 보존을 위해서는 생명의 본질인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염색체 분석을 통한 D/B 구축이 필요합니다. 외국의 경우 이미 1950년대부터 염색체의 수나 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오고 있으며,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작년에 68번째 ‘염색체연구회(SCR, Society of Chromosome Research)’가 개최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염색체 연구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염색체 연구에 대한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식물 염색체 함께해온 삶을 회상해봅니다.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염색체는 수와 크기가 생물 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 실례로 오이의 염색체 수는 2n=14, 양파는 2n=16, 배추는 2n=20, 밀은 2n=42, 무궁화의 염색체 수는 2n=80이나 됩니다. 

식물 염색체 연구를 시작하며 1994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식물염색체연구회’를 결성해 2006년까지 매년 워크숍을 진행하며 염색체 연구의 기반 마련과 관심 확산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제1회 ‘염색체연구회 심포지엄’ 개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심포지엄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염색체에 관한 자료를 제대로 수집, 정리하기 위해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국 자생식물 염색체자료집-2002’를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최초의 영문판 자생식물 염색체자료집 ‘Chromosome Index To Korean Native Plants’를 발간해 외국 학자들에게 배포하며 염색체 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염색체 연구를 수행하며 친해진 일본 학자와 아시아염색체학회를 창립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18회 국제유전학회에 참가해 한국, 일본, 중국학자들이 모여 “왜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주도하고 있는 염색체 학술대회에만 참가해야 하는가? 아시아권에도 염색체학회를 조성해보자.”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논의가 결실을 보아 ‘아시아염색체학회(ACC, Asian Chromosome Colloquium)’가 결성되었고, 2001년에 베이징에서 제1회 학술대회(1st ACC)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학술대회에서 나는 ’한국의 식물 염색체 연구 현황‘이란 주제의 발표를 했습니다. 

제2회 대회(2nd ACC)는 한국으로 유치해 2004년 내가 조직위원장으로 충남대학교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제3회 대회(3rd ACC)는 일본의 히로시마대학에서 그리고 제4차 대회(4th ACC)는 다시 베이징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태국의 방콕에서 개최된 제5회 대회(5th ACC)부터 호주가 참여하며, 학술대회 명칭이 아시아-태평양염색체학회(APCC, Asian-Pacific Chromosome Conference)로 바뀌었고, 제6회 대회(6th APCC)가 지난 7월 호주 캔버라(Canberra)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호주 학술대회에서 제7회 대회(7th APCC)는 2020년 부산 BEXCO(Busan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또한, 프라하에서 열린 제22회 국제염색체학회에 참가하여 제23회 대회(23rd ICC)를 한국으로 유치해 한국유전학회와 공동 주관으로 제7회 APCC와 함께 개최하기로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염색체 연구의 수준 향상과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지난해 일본염색체연구회의 초청을 받아 환영만찬에서 한 축사에서 마지막으로 ‘Chromosome is my Friend and my Lover(염색체는 내 친구 그리고 내 사랑)’라고 마감하며 박수를 받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일생 동안 식물 염색체와 함께 외길을 걸어온 내 삶을 뒤돌아보며, 2020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제23회 국제염색체학회’와 ‘제7회 아시아-태평양염색체학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해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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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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