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월급쟁이, 4대 보험료 年 76만원 더 낸다


500만원 월급쟁이, 4대 보험료 年 76만원 더 낸다

내년 정부 개편안 분석해보니 -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모두 인상
전체 보험 납부액 15% 늘어나.. 복지정책 확대 따라 부담 커져

   월수입 500만원인 직장인 A씨는 올해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로 월급의 8.5%인 42만5000원(연 510만원)을 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4대 보험료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내년엔 월급의 9.8%인 48만8500원, 연 586만원을 내게 생겼다. 12년 후인 2030년엔 수입의 12.8%인 월 63만9500원, 연 767만4000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본지가 최근 나온 4대 보험 제도 개선안을 분석해 추계한 결과다.

일러스트=박상훈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5일 국회에 제출한 '2018~2022년 (건강보험) 재무 관리 계획'을 보면, 건강보험 요율은 올해 6.24%(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에서 내년엔 6.46%로 오를 예정이다. '문재인 케어'를 본격 시행하면서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건보료는 매년 3.49% 올라 2022년엔 건강보험 요율이 7.16%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계속 이 비율로 오를 경우 2030년엔 9.45%에 이른다.
 
건강보험료가 오르면 건보료의 7.38%인 장기요양보험료도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다.

국민연금재정추계·제도발전위원회가 얼마 전 내놓은 국민연금 보험료 개선 방안 중 유력한 안(案)은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를 내년부터 11%로 올려 15년간 유지한 다음 2034년엔 다시 소득의 12.31%로 올리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현행 1.3%에서 1.6%로 올리는 내용의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013년 1.1%에서 1.3%로 올린 지 6년 만이다.

이처럼 4대 보험료가 줄줄이 오르면서 올해 17.0%인 사회보험료 부담률은 내년에 19.54%로, 12년 후인 2030년에는 25.58%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 확대 혜택은 달콤하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료로 돌아오는 것이다.

월 500만원 직장인의 경우 올해 건강보험료로 급여의 3.12%(16만원), 국민연금으로 4.5%(22만5000원), 고용보험료로 0.65%(3만2500원) 등 42만5000원을 내고 있다. 월급의 8.5%를 사회보험료로 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험료는 산재보험만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고 나머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내년엔 근로자가 내는 건보료 요율이 3.23%로 오를 가능성이 높고, 국민연금의 경우 정부안 마련과 국회 논의과정에서 요율과 적용 시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제도발전위 '가안'은 내년부터 요율을 11%(근로자 부담은 5.5%)로 올리는 것이다. 고용보험료의 경우 0.8%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월급여 500만원 직장인은 건보료로 16만1500원, 국민연금으로 27만5000원, 고용보험료로 4만원 등 48만8500원을 내야할 전망이다. 요율은 급여액과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월급여에 요율을 곱하면 본인의 부담액을 알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장 가파르게 올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올해 19.2%에서 내년 20.3%로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 사회보험료율 9.8%를 더하면 국민들이 수입의 30.1%를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내는 셈이다. 조세부담률이 더 이상 늘지 않더라도 12년 후인 2030년엔 세금과 사회보험료 비중이 33%를 넘을 전망이다.

이처럼 4대보험료가 급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출산·고령화의 여파에다, 현 정부가 공약한 복지정책들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재정 추계 결과, 재정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5년 전 추계(2060년)보다 3년 앞당겨졌기 때문에 요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강보험의 경우 건보 적용을 대폭 늘리는 '문재인 케어'를 공약했고, 올 하반기부터 ▲2·3인실 건강보험 적용 ▲노인 임플란트 부담 경감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다.

4대보험 중 지출이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고용보험이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올리는 방식으로 육아휴직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상한액을 월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자가 급증해 지출이 늘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지급 기간도 최장 270일로 늘릴 예정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이직 등을 이유로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는 '자발적 퇴직자'에 대해서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기로 방향을 정해 내년 보험료율 인상을 적용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추가 인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장기 계획 세우고 통제해야"
최근 사회보험 국민부담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얼마 전 낸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가구당 사회보험 지출비용은 2006년 연 166만원에서 2016년 317만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며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보험 국민부담 증가속도는 OECD 국가 중 2위"라고 말했다.

GDP 대비 사회보험비용 비중은 6.7%(2015년 기준)로 아직 OECD 평균(9.1%)에 못 미치지만, 2006년 대비 34.5%나 증가해 OECD 평균 증가율(7.3%)의 4.7배였다는 것이다. 경총은 이에 따라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출 구조 효율화 등으로 부담을 완화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고령화 때문에 기본적으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데 복지 확대까지 하고 있으니 지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지출이 급증하는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이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복지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지출을 통제하고 관리해야하는데, 이 정부 들어서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철 선임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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