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강물을 살립시다 [신현덕]


애먼 강물을 살립시다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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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강물을 살립시다

2018.09.05

이번 여름, 친구와 폭염을 뚫고 서울 둘레길 157㎞를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8개 구간(서울시가 인위적으로 구분) 중, 6번째인 안양천변 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개천이 건강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고, 1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잉어와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펄떡펄떡 뛰놉니다. 어도(魚道)가 없어도, 물고기가 유속(流速)을 이기려고 힘차게 뛰어올랐습니다. 한 곳에서는 물고기들이 너무 많아 체증을 빚었습니다. 서로 올라가려다 한바탕 후다닥거리면 금세 흙탕물로 변했습니다. 물은 모든 물고기를 다 품었는데, 서로 다투는 모습이 저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안양천은 죽었던 개천입니다. 요즘 말 많은 녹조라도 살아있길 바랄 만큼 모든 생물들이 죽었던 사천(死川)이었습니다. 30여 년 전에는 공장에서 흘려보낸 화공약품과 폐수, 생활하수와 폐기물 악취와 독성 때문에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었습니다. 몸에 닿으면 피부병이 발생했었지요. 모든 관리 주체가 ‘경제발전이 먼저’라는 이유로 오염물질 유입을 모르는체 팽개쳐 두었습니다. 자연정화능력을 넘는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되니, 썩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생각으로는 안양천이 영원히 죽어지낼 것만 같았습니다.

안양천이 주민과 지자체의 부단한 노력으로 부활했습니다. 먼저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했습니다. 유역의 가정과 공장 등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을 모아 정화시설로 보내는 관(차집관로라고 부름)을 21.8㎞나 설치했습니다. 서남물재생센터는 안양천의 부족한 자정능력을 인공정화시설로 보완해 강을 살려냈습니다. 서울(한강)에만 이런 곳이 4개나 됩니다.

시선을 4대강으로 바꿔봅니다. 정부(국가 하천이라서 정부가 결정함)는 녹조를 해결하겠다고, 4대강의 물 정화는 뒤로 미루고 몇몇 보에서 물을 뺐습니다. 유역 주민들이 애면글면하면서 애타게 강물을 원했는데도 딴청이었습니다. 보에서 물을 공급받던 유역의 농작물이 가뭄에 말라죽었습니다. 보에 설치된 수력 발전기도 멈췄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싸다는 수력(물)을 돈 들여서 모아 그냥 흘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올여름 같은 폭염에,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화력 발전기를 비싼 연료를 써 가며 더 돌렸습니다. 영향은 미미했겠지만 분명히 지구 온난화에 화기(火氣)를 보탰습니다.

오죽하면 공주시 의회가 보를 다시 닫자고 결의를 하고, 세종시가 돌로 보를 쌓았겠습니까. 다행히 태풍이 몰고 온 비와 무지막지하게 쏟아진 국지성 호우가 남아 있던 녹조를 쓸고 갔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녹조 해결을 하늘만 쳐다보며 기다릴 겁니까. 전(前) 정부 탓하면서 뒤틀린 현(現) 정부의 처사만 바라봐야 하나요. 기껏 기우제나 지내고, 태풍이 오라고 손을 모아 비나요. 하긴 조선 시대는 왕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오는 날까지 끊이지 않고 전 관아와 국민들을 동원해 기우제를 지냈으니까요.

물은 어느 그릇에 담아도 거부하지 않으며, 자신의 몸을 가장 아래로 낮춥니다. 견딜 수 없는 악조건으로 밀어붙이면 기화(氣化) 또는 고체로 변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납니다. 행여 누군가가 부족하면 넉넉하게 채워 주려고 자신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지요. 아무리 더러운 것이 밀려와도 최대한 품으려고 자신을 희생합니다. 안양천처럼 자신이 오염물질 때문에 죽을지라도, 인간의 무모한 도전과 잘못을 고스란히 받아들입니다. 물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정직함과 포용력을 가졌습니다.

문외한의 생각입니다만, 강물을 죽이는 첫째 원인은 흐름을 막는 보가 아니라, 자정능력을 넘는 오염 물질 유입입니다. 한탄강 상류 한 마을에서 보았던 소규모 정화시설을 떠올립니다. 생활폐수, 축산폐수 등을 모아서 깨끗한 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우주인들이 자기의 소변까지도 정화해 마시는 것처럼, 정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분류한 잠재적 물 부족 국가입니다. 장기 투자가 필요한 대목이지요. 한강에 비해 관리가 떨어지는 금강, 낙동강 등의 유역 주민과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기 바랍니다. 잘만 관리하면 녹조(오염)는 저절로 사라질 겁니다. 덤으로 유역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가장 값싼 수력 발전, 엄청난 관광소득과 수운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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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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