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설비·R&D` 성장엔진 동력 꺼진다... "3대 투자지표 꺾여"


`건설·설비·R&D` 성장엔진 동력 꺼진다... "3대 투자지표 꺾여"


민간소비 0.3% 증가 그쳐 6분기만에 최저치 추락

내구재 소비 오히려 뒷걸음


구호만 요란한 혁신성장, 연구개발·콘텐츠 투자 0.7%↓

건설투자도 -2.1% 곤두박질


미국과 경제성장률·금리 역전

美보다 성장률 낮았던 것은 오일쇼크·외환위기 2차례뿐


<소득주도성장 역주행>


    소득주도성장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징후가 계속 커지고 있다. 소득을 늘려 성장을 한다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인데, 소득지표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성장세마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통계는 이 같은 우려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일부 보여준다. 한은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7월에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속보치보다 0.9%포인트 올랐지만 건설투자(-0.8%포인트) 수출(-0.4%포인트) 수입(-0.4%포인트) 등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속보치 추계 때 이용하지 못한 2분기 최종 실적치 자료를 반영하고 건설투자와 수출입 수정 내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장은 "올해 2.9% 성장을 달성하려면 3·4분기 성장률이 각각 0.91~1.03% 범위에 들어야 할 것"이라며 "환율이 폭등하는 일이 없다면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3만달러를 무난히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상반기 원화가 작년 상반기보다 강세를 보인 현상에 따른 `착시 효과`다. 2분기 명목 GNI는 1분기보다 0.9% 늘었지만 실질 GNI는 오히려 1.0% 줄었다. 지난해 4분기 1.2% 감소했다가 올 1분기에 1.3%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분기 때보다 0.9% 줄었다. 7월에 발표한 2분기 속보치보다도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는 실질 GNI가 줄어든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무역 손익을 반영한 수치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라고 보면 된다. 실질 GNI는 여기에 해외에서 받은 소득과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을 반영한 값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실제 성장 구호인 건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이름을 붙인 건지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표를 따져보면 간단치 않다. 우선 소득주도성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2분기 민간소비증가율(0.3%)이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옷 같은 준내구재나 식료품 같은 비내구재 소비가 1분기보다 늘었을 뿐 실제 소비 회복세를 반영하는 내구재 소비는 오히려 0.1% 줄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00 이하로 떨어져 경상소득이 높아져도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 앞으로도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생산활동의 선행지표 격인 투자 부문에서도 2분기 `건설·설비·지식재산생산물` 3대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 지표가 동시에 역성장한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성장을 내세웠지만,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1분기보다 0.7% 줄어 22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지식재산권을 포함한다. 지식재산 생산을 위해 들어간 투자를 의미한다.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 5.7% 떨어져 2016년 1분기 이래 가장 부진하다. 2분기 수입이 3.0% 줄고, 수출은 0.4% 늘었지만 속사정이 좋지 않다. 국내 생산활동으로 이어지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수입이 줄어든 탓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성장 불균형만 커지는 모양새다. 지출 항목별 계절조정 GDP 성장 기여도(%포인트)를 보면 내수와 투자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만 기여도가 더 커졌다. 내수는 1분기 1.2이던 것이 2분기 -0.7로 곤두박질쳤다. 투자도 1분기 0.6에서 2분기 -0.9로 감소세인데 특히 민간투자 기여도 낙폭(-1.1)이 컸다.

 

순수출 기여도는 1분기 0에서 1.3으로 뛰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른 경기 부양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것은 1980년 2차 오일쇼크 때와 1998년 외환위기 때 두 차례뿐이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경제지표에서 부정적 변화가 동시에 관찰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며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단기 부양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밝히면서 서비스업·중소 영세사업자 등 취약 부문에 대한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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