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 거꾸로 해보라


일자리 정책, 거꾸로 해보라

김회평 논설위원


‘일자리 정부’의 고용 참사는 

노동정책·지배구조 압박 등 

기업 옥죄는 정책기조의 영향


美는 99% 민간에서 만드는데 

文정부는 ‘최대 고용주’ 자임 

시장 활력이 양질 일자리 창출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단은 명백한 오류다. 7월 취업자 증가는 5000명으로, 올 초까지 30만 명 안팎 늘어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상용직이 꼭 ‘질 좋은 일자리’는 아니지만, 그나마도 1년 새 증가 폭이 12만 명 넘게 줄었다. 소상공업계 고용의 질이 나아진 근거로 삼는 ‘고용 있는 자영업자 증가’도 일자리안정자금을 타려고 4대 보험에 가입하면서 생긴 착시라고 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은 결이 좀 다르다. 고용부진을 수긍하면서도 최저임금이 소득주도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라고 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소득성장론을 지키려는 안간힘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 최저임금이 고용 참사 직격탄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주범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그간 내놓은 정책들은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대부분 줄이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일자리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있는 걸 없애는 것, 그리고 늘어날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수단으로 삼은 노동정책 3종 세트에 이런 요소가 다분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약계층의 일자리부터 줄일 거라는 우려는 예상보다 훨씬 참담한 수치로 확인됐다. 몇 달째 음식·숙박업, 도·소매 일자리가 뭉텅 사라지고 있다. 주 52시간제로 정부는 14만∼18만 개 일자리가 늘어날 걸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근로시간은 생산성을 늘려 자연스럽게 줄이는 것이 순리다. 정부 강요로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노조의 임금 보전 요구 등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은 줄지 않는다. 또 신규 채용에 따른 각종 의무를 피하려고 자동화에 눈을 돌리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제로 2019년 10만 개, 2020년 20만 개 이상 일자리 감소를 예고했다. 정규직화, 혹은 직고용은 그 자체만으로 인건비를 늘린다. 신규 채용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천착하기에 앞서 과실을 독점하는 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 정부가 경제민주화 연장선으로 내건 공정경제는 명분은 그럴듯하나 고용엔 걸림돌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삼성전자의 20조 원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비꼬았지만, 경영권 안정 장치가 있다면 투자를 통해 일자리로 연결됐을 돈이다. 정답이 없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대기업이 천문학적 자금을 덧없이 허공에 날리고 있다. 저마다 지분 구조를 따지느라 미래 전략엔 손 놓고 있다. 한편으론 과거 ‘초과이익공유제’를 연상시키는 협력이익공유제 입법화가 진행 중이다. 초과이익은 기업이 모험을 무릅쓰고 투자에 나서는 핵심 유인이자, 그에 따른 보상이다. 이를 부당이익쯤으로 여겨 강제로 빼앗으면, 시장의 활력은 죽는다. 일자리도 같은 운명이 된다.


혁신성장은 문 정부 경제정책 3축 가운데 일자리를 만들 유일한 방책이지만, 부지하세월이다. 문 대통령이 ‘붉은 깃발 법’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조차 여당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유전자 치료, 원격의료, 개인정보 활용, 차량 공유 등 산업경쟁력과 고용 창출을 담보할 규제혁신은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규제에 막힌 스타트업들은 일본 등으로 떠나고 있다. 일단 안 되는 것이 없게 한 다음 사후에 교정하는 중국에 비해서도 혁신 역량은 한참 뒤진 처지다.


건설 부문은 최후의 일자리 보루라고 할 만큼 내수와 고용 기여도가 크다. 문 정부 들어선 공급이 빠진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적폐시하는 기류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서 신규 채용이 줄었다. 탈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이 가져다줄 양질의 대규모 일자리를 증발시켰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도 일자리를 위협한다. 장 실장이 사는 아파트도 경비원 감원을 추진할 만큼 도처에서 일자리가 줄어만 간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최대 고용주”라고 했다. 올해도, 내년도 ‘세금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 미국에선 새 일자리의 99.7%가 민간에서 나왔다. 기업 이익을 세금으로 가져가 생산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고용정책이다. 문 정부가 일자리를 늘릴 방도는 어렵지 않다. 고용을 줄여온 기존 정책 기조를 뒤집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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