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멍청’소리까지 듣는 기상청, 영국모델 쓰는데 왜 일본에게 뒤질까?


‘기상멍청’소리까지 듣는 기상청, 영국모델 쓰는데 왜 일본에게 뒤질까?


잦는 오보에 기상청장까지 경질

재난 재해에 민감한 일본 따라올 수 없어


    당초 예상보다 약했던 제19호 태풍 솔릭과 기상청조차 ‘상상이상’이라고 평가한 국지성 폭우가 약 2주간 한반도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기상청의 늑장 예보를 두고 ‘기상멍청’ 혹은 ‘기상중계청’이라는 비판이 온라인상에서 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태풍 솔릭의 중심이 지난 24일 새벽 한반도 어느 지점에 상륙할 지를 두고도 일본과 미국보다 한발 늦었는데요. 당시 일본과 미국은 23일 새벽 3시를 기준으로 솔릭이 예상보다 남쪽인 전라북도 군산 인근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측한 반면 한국은 23일 오전 9시까지도 그보다 위쪽에 위치한 충청남도 서산을 상륙지점으로 지목했습니다. 기상청은 오후 3시가 돼서야 충청남도로, 오후 6시에는 다시 전라도 지역으로 경로를 재차 조정했습니다.




기상청은 최근 한 주간 대전과 서울, 경기, 강원 지역에 쏟아진 국지성 폭우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기상 관측 데이터도 쌓일 만큼 쌓였고, 1초에 5800조 번을 계산할 만큼 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는데도 도대체 왜 그 결과는 매번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벗어나는 걸까요?


일부 기상학자들로부터 우리가 기상 분석에 쓰고 있는 영국형 수치 예보모델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부쩍 많이 나옵니다. 아열대 기후로 접어드는 한국에 특성을 이 모델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기상청은 “영국형 모델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찬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는 중위도 지방 그리고 바다와 삼면이 맞닿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이 기상예측을 어렵게 한다”고 해명합니다. 빚나가는 예보의  핵심 원인이 기상 모델때문은 아니라는 것이죠.


국가별로 독자적인 모델을 가진 곳은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중국뿐입니다. 한국은 1991년부터 일본의 모델을 들여와 쓰다가 2010년부터 영국의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의 평가대로라면 현재 EU모델의 성능이 1위, 영국이 2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치예보모델은 좋은 품질의 데이터를 생산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평가하는데요. 영국의 모델은 우리가 처음 도입할 때도 지금처럼 일본이나 미국의 모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 모델을 선택한 건 성능 평가에서 뒤지지 않으면서 협상에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라네요.

 

강현석 기상청 수치모델개발팀 과장은 “유럽과 영국, 미국 등 수치예보 모델들의 순위를 나누지만 객관적으로 성능을 따지는 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특정한 기상 현상에 대해 예측하려면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어떻게 생성된 자료냐’와 ‘어느 기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산출해 계산했느냐’, ‘지역특수성을 얼마나 반영했느냐'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이를 분석하는 예보관들의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래픽=박길우/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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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자체의 성능에 미치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특정 기상현상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안별로 영국모델이 좋을수도있고 반대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워낙 변수가 많다’는 건, 정확한 답을 원하는 우리로선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기상청은 2011년부터 약 941억을 들여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에 개발을 마치고 도입할 계획인데요. 그렇다고 곧바로 영국형 모델을 쓰지 않는 건 아닙니다. 최소 3년간은 두 모델을 같이 운용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기상청이 하루빨리 오명을 벗고 보다 세밀한 예보를 전해줄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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