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4억 짜리 아파트 경비실 미니 태양광 설치 본전 뽑으려면 15년 걸려


서울시 34억 짜리 아파트 경비실 미니 태양광 설치 본전 뽑으려면 15년 걸려


전기료 부담 크게 줄 것?

1곳서 한 달간 4120원어치 생산


하루 4시간 전력 생산?

위도 높고 그늘 많아 3시간 안될 것


  서울시가 이달 초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에는 이색 사업이 하나 포함돼 있다. 아파트 경비실 지붕에 미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예산 34억2000만원이 여기 투입된다. 


폭염이 지속되자 이달 초 ‘냉방 복지’ 차원에서 발표한 정책이다. 세부적으론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는 소규모(300가구 이하) 공동주택 단지 경비실 4500곳에 ▶태양광 패널(300Wh급) 2기씩을 ▶76만원의 지원금을 들여 무상 설치해준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태양광 패널이 하루 4시간씩만 전기를 생산해도 하루 2400Wh(300WhX4시간X2기)를 만들어 낸다. 6평형용 벽걸이 에어컨이 한 시간에 650Wh를 소비하므로 하루 네 시간 정도 전기료 부담 없이 에어컨을 켤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에너지자립마을 아파트 경비초소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서울시는 이같은 태양광 패널 2기를 

       34억2000원만을 들여 4500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의 설명은 얼마나 사실과 부합할까. 전문가들과 함께 점검해봤다. 전문가들은 우선 발전 시간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종석 중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전력 생산 가능 시간은 한국 전 지역 평균이 3시간 30분, 위도가 다소 높은 서울의 경우는 3시간 20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이 시간도 태양광 패널이 정남향으로, 그림자 없는 곳에 설치됐을 경우다. 소규모 공동 주택의 경비실 위치는 대부분 건물 1층 그늘진 곳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노 교수는 “하루 평균 3시간이 안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시간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폭염 기간에 일조량이 많아지고 일조 시간이 길어졌다. 생산 전력의 양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도 사실과 다르다. 이준신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일정 기온을 넘어서면 1도 오를 때마다 태양광 패널의 전력 생산량이 오히려 0.2~0.4%씩 줄어든다”며 “섭씨 40도에서는 300Wh급 패널에서 282~288Wh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제하 청주대 태양광에너지공학과 교수도 “올 여름 실제 모니터링해 본 결과 폭염이 심한 날은 태양광 전력 생산량이 최대 10%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6평형 벽걸이 에어컨의 소비전력도 서울시는 650Wh라고 발표했지만 이 수치도 정확치 않다. 28일 LG전자는 “(6평형) 최신 제품의 소비 전력이 690Wh”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타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비실에 설치된 노후 에어컨은 700Wh를 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노 교수는 “발전량과 소비 전력을 엄밀히 계산하면 결국 태양광 패널이 만들어낸 전기로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은 약 두시간 정도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투입한 지원금 76만원은 전력을 어느 정도 생산해야 소위 ‘본전’이 되는 걸까. 서울시의 설명 그대로 ‘매일 4시간, 패널이 100% 생산력을 발휘해 2400Wh를 생산하고, 이런 상태가 한달 내내 지속’된다 해도 생산 전력은 월 72㎾h(2400WhX30일)다. 이는 돈으로 환산하면 4120원어치다. 전력량에 따른 가격은 포털 사이트에 입력해 금세 알아낼 수 있다. 지원금 76만원어치 전력을 생산하려면 15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최신 태양광 패널은 수명이 20년 정도이므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종석 교수는 “경비실 지붕 위 태양광 발전 시설은 그림자가 지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미세먼지나 황사, 눈과 비에 고스란히 노출돼 성능이 떨어지기 십상”이라며 “유지·관리하는 비용까지 따져보면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4억원을 쓸 거라면 태양광 패널 설치가 아니라 7~8월에 한해 경비실 전기세를 직접 보조해 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신동호 녹색에너지과장은 “한전이 보내주는 전력에 비해 태양광 에너지는 오염물질 발생이 없는 무공해 청정 에너지여서 중앙 정부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단순히 전기요금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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