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더라도 [고영회]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더라도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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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더라도

2018.08.27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저는 경제학 지식도 없고, 실제 경기가 어떤지 분석할 능력이 없습니다. 저는 기민 생활인으로서, 살면서 직접 눈으로 보는 상황으로 경기 상태를 짐작합니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 판단법이라 할까요.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당장 눈에 띄는 게 택시 줄 길이입니다. 요즘 길가 어디에서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주변 음식점에 있는 저녁 손님입니다. 저녁 시간에 지나다 보면 인기 좋은 몇몇 집에만 사람이 좀 있습니다. 더 시간이 흐르면 저녁을 먹고 2차 입가심하러 갈 법도 하건만, 생맥주집에도 손님이 듬성듬성 앉아 있습니다. 또 가게 주인이 자주 바뀌는지 걸핏하면 내부를 다시 꾸밉니다. 생활인이 보는 경기 상태가 요즘 더욱 썰렁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 수준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갑자기 떼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특허권을 가진 기술이 있어 시장에서 독점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라면 이익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각 사업체는 가격, 판매량, 원가, 이익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 돌아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균형을 깨는 변수가 나타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습니다.

물질의 균형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과냉각(過冷却)’이 있습니다. 과냉각은 액체(물)가 얼음으로 변할 온도 아래로 냉각되어도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현상입니다. 다시 말하면 물은 영하로 내려가면 얼음이 되어야 하지만, 빠른 속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물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더라도 얼지 않고 액체로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 있는 물은 평형을 깰 일(돌을 던지거나, 막대를 넣어 휘젓거나)이 생기면 갑자기 얼음으로 변합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사업자의 수지는 안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접기도 힘든 자영업자가 많아졌을 겁니다. 경기가 과냉각상태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럴 때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일은 과냉각 상태에 있는 경기의 균형을 깨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강제 규정이어서 지키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2018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인상폭이 결정된 뒤 이에 대응하려고, 사람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사업체를 접었을 것입니다. 이제 곧 2019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시장에는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입니다.

경제는 독립하여 움직이지 않습니다. 여러 요소가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어느 한 요소를 바로잡으려 할 때, 한 요소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 요소를 건드리려면 연관된 여러 요소와 복합하여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경제학자, 행정학자, 분야별 전문가를 많이 길러냈습니다. 대부분 서구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사람들이겠지요. 어디에서 공부했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면 우리 경제 상황에 맞는 분석틀을 개발하고,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찾아 시행해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7년께 리먼 브러더스 사태, 최근 경제 위기 등 각 상황에서 우리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분석할 이론을 정립하였고, 이에 맞게 정책을 개발했을까요? 외국 이론을 섣불리 우리 경제에 적용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우리 경제는 정책 입안자에 따라 실험용 쥐와 같은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니었는지요?

세종은 세금제도 하나 바꾸는데도 몇 년 동안 여론을 조사하고 시험 시행하고, 그 뒤 적용할 만하다고 확인한 뒤 시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온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면 이리 고민 저리 고민해서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생기지 않게 신중해야 합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온갖 정책에는 입안자와 참여자를 정확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그 정책 시행 뒤에는 시행 성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렇지만 강제로 소득을 정해 시행하는 것은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 체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정하는 등 경제에 충격을 덜 주독록 고심해서 시행해야 합니다.

유리병에 과냉각된 물이 담겼을 때 젓가락을 꽂아 저으면 곧바로 물이 얼음으로 바뀌고, 얼면 부피가 늘어나 병이 깨질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과냉각상태에 있다면 균형을 깨는 정책은 정말 신중하게 파급효과를 고민해서 시행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부피가 늘어난 얼음의 팽창 압력으로 병이 터질 수 있습니다.

지방 도시를 지나면서 보니 문을 닫은 가게가 줄지어 있고, 밤에는 불이 꺼져 시가지가 어두워 을씨년스럽습니다. 이 현상이 과냉각 상태가 깨지는 징조가 아니길 바랍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1905년 을사늑약에서 나왔다지요. 이 시대를 표현하는 말로, 우리 시대의 어둠을 말하는 새로운 용어가 나오지 않길 빕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게스트칼럼 /민경보

기본예절만 지켜도 나라가 산다


우리는 문화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사는지 그런 의문이 들 때가 문득문득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를 가진 나라가 또 있을까 고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대중목욕탕 얘기입니다. 대중목욕탕에서의 우리의 행동을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물 틀어 놓고 비누칠하기 면도하기, 샤워수건 아무 데나 놓기, 목욕 의자 세숫대야 방치하기, 샤워도 하지 않고 탕에 들어가기, 욕실 내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기, 냉탕에서 수영이나 부적절한 운동하기(아크릴판에 ‘이곳에서 운동하지 마세요’라고 크게 쓰여 있음)…

그리고 탕에서 나와서는 마른 수건을 머리용, 몸통용, 또 다른 곳, 그리고 마무리용 이렇게 네 장이나 사용하고는 드라이로 머리 겨드랑이, 또 그곳(?),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말린 다음 얼굴에 스킨로션 밀크로션, 머리에 무스, 얼굴용 로션을 온몸에 바르고 마지막으로 또 한 장 마른 수건을 발에 깔고 스키 타듯이 옷장으로 갑니다.

한 사람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물이 소비되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지 눈앞에서 확인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목욕문화입니다. 몰래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하면 “나는 아닌데” 그러면서도 엄청 많은 사람들이 볼 게 분명합니다. 조회수가 대단할 것입니다.

다음은 간선도로에서의 신호 안 지키기입니다. 특히 CCTV가 없는 곳에서는 전혀 지키지 않습니다. 어린이를 대동하고도 빨간불에 마구 길을 건넙니다. 한 번은 깜짝 놀라 경적을 울렸더니 옆의 아이는 염두에도 없는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댔습니다. 차든 사람이든 먼저 가는 것이 임자입니다. 특히 휴일이면 더 아수라입니다.

나이 먹은 어른들이 신호 위반의 주동자들입니다. 빨간불이라고 가지 말자는 아이를 잡아끌다시피 건너가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 그대로 “빨간불은 빨리 가라는 신호”인가 봅니다.

기본예절을 다시 배우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은 잊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가 교육을 맡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종교가 이 몫을 했으면 합니다. 종교활동에는 남녀노소가 두루 다 참여하고, 시설 자체의 무게감이 있어 기본예절을 가르치기에 적합하며 종교의 정체성에도 맞습니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종교단체들과 MOU를 체결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온 국민이 기본예절만 지켜도 자원이 절약되고 웬만한 안전사고는 예방되어 국가예산의 10%는 절약되리라 확신합니다.

지금 경제가 문제라고들 합니다. 아닙니다.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남을 못살게 구는 시기와 질투로 대변되는 일러바치기 문화가 문제입니다. 대중문화의 질(質)을 바꾸지 않고서는 GDP가 아무리 높아진들 경제가 아무리 좋아진들 우리네 삶의 질은 제자리는 고사하고 뒷걸음하게 될 것입니다.

절약하고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웃의 아픔에 함께하고 부모 형제를 사랑하는 이 사람다움을 한국문화라는 이름으로 가꿔나갔으면 하는 희망을 띄워봅니다.

필자소개

민경보

1955년 경북 영주 출생. 단국대 영문과 졸. 1996년 덕흥전자부품(주) CEO를 거쳐 (주)토프라텍을 창업. 2001년 IMF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이 지구를 떠나려다 1999년 창립 때 발기인으로 참여한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에 잠시 발을 디딘 이후 지금까지 재활용제품 제조업과 고락을 함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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