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마크 왜 사라졌나?


'육사' 마크 왜 사라졌나?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에 가면 녹색 원에 흰 글씨로 '육사'라고 쓴 부대마크가 곳곳에 있다. 그런데 올 2월부터 이 마크가 사라졌다. 육사가 위병소와 화랑회관, 충무관, 부대 아파트 외벽 등에 있던 마크를 모두 없앤 것이다. 군 관계자는 "밖에서 잘 보이는 대형 마크는 거의 다 지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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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실종 사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자, 국회가 군에 그 이유를 물었다. 육사에서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2017년 탄핵 정국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들이 '육사' 부대 마크가 새겨진 응원 깃발을 들고 시위에 가담함으로써 학교 이미지가 심각하게 왜곡·훼손되었다고 판단, 학교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학교 외부에서 식별되는 일부 시설물에 설치된 부대 마크를 삭제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마크가 태극기 집회에 이용돼 이미지가 나빠졌으니 대외적 노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대 마크가 태극기 집회에 나타났다고 육사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대 건물에 있는 마크를 지운다고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고, 육사 이미지가 살아나는지도 의문이다. 육사 출신 인사들은 "육사 생도나 현역 군인이 아닌 머리 희끗희끗한 은퇴 노병들이 집회에 나갔다고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는 거냐"고 했다.


군 내부에서도 "마크는 부대의 상징이자 얼굴인데, 이를 스스로 지운 건 창피스러운 자기부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장(戰場)에서 부대 마크가 새겨진 깃발을 빼앗기면 최대 치욕으로 여기는 게 군의 관행이다. 그런데 그 마크를 '적폐'로 단정해 스스로 없앤 것이다.


군 안팎에선 "육사가 문재인 정부한테 잘 보이려고 이 조치를 취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은 육사가 부대 마크를 지우고 난 보름 뒤(3월 6일) 육사 74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했다. 혹시라도 청와대에서 예비역들의 집회 참석을 문제 삼을까 봐 미리 마크를 지웠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 예비역 장성은 "만약 태극기 집회가 아니라 촛불 집회에 육사 마크가 등장했다면 졸업식에 더 많은 육사 마크가 보였을 것 같다"고 했다.


군의 눈치 보기는 더 있다. 기무사는 대선 댓글 수사 결과가 나오자 올 1월 영하 15도 날씨에 국립현충원 등에 부대원들을 모아놓고 손을 씻는 '세심(洗心) 의식'을 했다. 국방부는 최근 남북 관계 분위기에 편승해 국방개혁안에서 북한을 자극할 만한 작전 개념과 용어를 모두 삭제했다. 국방백서와 군 정신 전력 교육 기본 교재에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도 빠질 분위기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게 군의 임무다. 군이 이렇게 정권만 바라보고 행동하면 안보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전현석 정치부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4/20180824033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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