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경제 좋아진다고?
연말이면 경제 좋아진다고?
조선일보 김태근 경제부 차장
지금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서너 달만 넘기면 일자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며 버티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 대책이 시행되는 연말이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고용 참사로 온 나라가 들끓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고집'에 나름 근거는 있다. 우선 정부가 청년과 노인 실업에 세금을 들어부은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다. 다음 달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한 달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르고, 내년부터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는 30만원이 돌아간다.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1000만원 넘는 혜택을 준다며 추경을 편성했는데, 취업 청년에게 현금을 얹어주는 이 조치는 앞으로 3~4년 계속된다.
시중에 정부 돈을 풀을 때 약발이 도는 시차(時差)는 6개월쯤이다. 그러니 올 연말에 아무 일이 없으면 그게 차라리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통계적으로 내년부터 일자리 지표에 기저(基底) 효과도 발생한다. 올해 고용 상황이 워낙 최악인지라 내년에 조금만 나아져도 외형 지표가 크게 좋아진다는 말이다. 정부는 올해 최악의 일자리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지난해 지표가 워낙 좋아 올해가 상대적으로 안 좋다"고 변명해 왔는데, 내년에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요인이 작동하면 일자리 상황이 외관상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다. 청와대 실세들도 알고, 경제 관료들도 알고, 민간 경제 전문가들도 다 아는 빤한 논리 구조이다. 하지만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만 31만명이었는데, 최근 1년 동안 20조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붓고 겨우 그 수준 근처로 돌아가는 것을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 주장대로라면 '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말이다.
국가 운용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에 매달리며 허비한 혈세(血稅)만 아까운 게 아니다. 미래 준비를 위한 시간과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더 큰 공포는 무역과 밑바닥 실물 경제에 있다. 즉 노쇠한 주력 산업을 혁신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국가 경제 대계(大計)를 짜야 한다. 기업들은 높아지는 무역 장벽에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한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은 물론 미국·일본·프랑스 같은 선진국들도 경제 틀을 바꾸는 일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저마다 성과를 내고 있다. '생존' 자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최저임금 문제로 헛심을 쓴 경제팀은 언제 이런 문제에 관심을 쏟을 건가. 경중(輕重)과 선후(先後)라는 기본을 무시한 정책 독선(獨善)과 독주(獨走)의 대가가 너무 혹독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0/2018082003528.html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