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깎은 '주 52시간', 범법자 양산하는 '최저임금'


월급 깎은 '주 52시간', 범법자 양산하는 '최저임금'

[사설]
   주 52시간 근로제 실시 후 첫 급여명세서를 받아든 근로자들이 줄어든 월급 때문에 낙담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본지 기사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 임금이 주 52시간 시행 전보다 10~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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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야근·초과근로수당 등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중·하위층 근로자들 월급이 수십만원씩 줄어들면서 생활비며 자녀 교육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청와대 게시판 등엔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등의 항의 글이 올라온다.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빈곤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중하위층 근로자들은 대체로 월 300만~400만원 이하를 벌면서 빠듯하게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일을 더 해서라도 부족한 소득을 벌충하려는 이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은 타격일 수밖에 없다. 한 취업 포털의 직장인 대상 조사에선 18%가 "임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일부 근로자는 퇴근 후 대리 운전 등의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고도 한다. 온라인에는 '돈은 줄고 저녁도 사라졌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주 52시간'이 도리어 한계선상의 근로자를 '투잡'으로 밀어 넣었다.

반면 대기업이나 상위층 근로자들은 큰 영향이 없다. 대기업들이 여러 방법으로 직원 월급 감소분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60% 수준인데 격차를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예상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도 실제로 나타날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족해진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중소기업은 15%에 불과했다. 종업원 300인 이하 중소·영세 기업에도 '주 52시간'이 적용되는 2020년 이후엔 부작용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불복종을 선언한 소상공인들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주기로 근로자와 이면 합의하는 '자율 임금' 계약이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 부담 능력이 안 되는 소상공인과 일자리가 급한 저소득 구직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 설문 조사에선 편의점에서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아르바이트 한다는 근로자 응답이 55%에 달했다. 소상공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제도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 예외가 없다. 경제정책은 사전 검토를 치밀하게 하고 시간을 두고 도입해야 한다. 주 52시간은 예외 업종이나 탄력근로제 확대 같은 보완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됐다. 최저임금은 소상공인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경제적 약자들이 더 힘들어지는 것이 그 결과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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