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떠나는 나라, 대한민국


청년이 떠나는 나라, 대한민국


신무경 산업1부 기자


  2주 뒤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A(33)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물었다. A는 “이국 삶에 대한 동경이 있어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한국이 싫은 거냐고 물었다. 싫지는 않단다. 이번에는 “한국에 대한 동경은 왜 없느냐”고 물었더니 A는 “모르겠다”고 했다.


뜸을 들인 A는 떠나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고 했다. 해외 이민 이사를 위해 이삿짐 업체를 알아봤는데 ‘유례없는 이민 행렬에 해외 이사를 가려면 몇 주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보통은 견적을 내고 선적한 뒤 배송하는 데 한 달쯤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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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 들어 이민자수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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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했다. 통계상으로는 이민자(신규 영주권자)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캐나다에 이민을 떠난 한인 수는 2006년 6210명에서 2016년 4005명으로 떨어졌다. 다른 나라들도 반(反)이민 정책으로 영주권 취득이 어려워져 자연스레 한국인 이민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며칠 뒤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인 척하면서 이민 이사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다. “6∼8월에 장기 출장차, 학업차 떠나는 이들이 많아 성수기이지만 이민하려는 사람도 많이 늘고 있다”고 했다. 통계상 이민자의 절대 수는 줄었을지 몰라도 이민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꾸준한 셈이었다.  


유독 내 주변이 그런 듯하다. A 말고도 몇 해 전 한국을 떠난 B(29)와 C(32)가 있다. B는 호주로, C는 미국으로 갔다.  


B는 2015년 취업 성공을 위한 스펙 쌓기 차원에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를 갔다가 눌러앉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현지에서 대학(간호학)을 다시 다닌다. C는 2010년 창업을 해보고 싶다며 미국 대학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떠났다. 두 사람 모두 아직까지 영주권을 얻지 못해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상태다. 불안한 신분이지만 두 사람 모두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어 귀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무엇이 이들의 신분 불안을 상쇄할 정도로 삶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걸까. B는 “호주에서는 일을 하고, 공부를 해도 놀 시간이 남는다”고 했다. C는 “각기 다른 삶을 존중해주며,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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