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낙찰-부실시공 막는다던 '종합심사제', 3년만 '유명무실'



저가낙찰-부실시공 막는다던 '종합심사제', 시행 3년만 '유명무실'


평균 낙찰률 70%대로 '곤두박질', 

이전 '최저가제'로 회귀… 입찰참가업체 난립 여전, 

'적정 공사비' 확보 비상


  정부가 ‘최저가낙찰제’에서 발생하는 저가낙찰과 이에 따른 잦은 계약변경, 부실시공, 저가하도급, 산업재해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한다며 2016년부터 본격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가 별 효과없이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균 입찰참가업체수만 소폭 줄었을 뿐, 저가투찰을 유도하는 심사 기준에 따라 낮은 가격의 낙찰이 여전해 원도급사는 물론 하도급업체들까지 동반 부실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제도 도입 3년도 안돼 이전 제도와 별 차이 없는 ‘도루묵’이 된 것이다.


 

* 종합심사낙찰제

저가낙찰제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즉, 저가 낙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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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15년 12월 ‘300억원 이상의 국가 및 공공기관 발주공사’에 대해 최저가낙찰제(이하 최저가제) 대신 2016년부터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를 전면 실시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부공사 입찰시 단순히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의 ‘최저가낙찰제’가 덤핑낙찰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부실시공과 저가하도급은 물론 산업재해마저도 일으키기 때문이란 게 당시 기재부 설명이었다.


기재부는 종심제의 경우 낙찰가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과 사회적 책임(고용, 건설안전, 공정거래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로, 공사품질과 재정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술경쟁을 촉진해 건설산업 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면서 2016년부터 매년 12조~14조원 규모의 공사를 종심제로 발주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시범사업때 그럴 듯 했던 낙찰률 개선 효과, 3년 만에 ‘도루묵’

앞서 기재부는 2013년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종심제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2014년 18건에 이어 2015년 27건 등 총 45개 건설사업을 종심제로 시범 발주했다.


결과는 두 해 모두 평균 낙찰률(2014년 81.6%, 2015년 82.8%)이 80%를 웃도는 등 나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발주가 병행됐던 최저가제의 평균 낙찰률(75.0%)보다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저가제가 폐지되고 종심제만 시행된 2016년, 모두 89건의 입찰에서 기록된 평균 낙찰률은 79.34%에 그쳤다. 전년도 최저가제에서 기록했던 70%대의 평균 낙찰률을 보인 것이다.


그해 분기별로도 △1분기 81.38% △2분기 79.83% △3분기 79.52% △4분기 78.37% 등을 기록하며 갈수록 낙찰률이 떨어졌다. 이듬해인 2017년 종심제로 발주된 114건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77.64%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올들어 종심제 평균 낙찰률은 78.70%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소폭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통상 더 떨어지는 하반기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 올 상반기 분기별 평균 낙찰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1분기 79.23%→79.10%, 2분기 78.30%→77.77%)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무더기 입찰참가에 따른 저가낙찰을 방지한다더니… 여전히 몰리는 업체들

기재부가 종심제를 도입하며 밝혔던 제도 목적은 △공사품질 제고 △예산 절감 △하도급 개선·산업안전 제고 등이다. 예산 절감에만 포커스를 맞췄던 최저가제가 입찰참여업체 난립에 따른 저가낙찰로 공사품질은 물론, 하도급 문제와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오랜 지적을 의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종심제 역시 입찰에 나서는 업체수를 크게 줄이진 못하고 있다.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종심제로 발주된 총 223건 공사의 1건당 평균 입찰참여업체수는 34.9개사. 2015년 최저가제 평균 입찰참여업체수가 51.9개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32.8% 줄었지만, 절대수는 여전하다.


낙찰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발주기관별로는 조달청(37.15개사)과 한국토지주택공사(37.12개사)가 각각 1건당 37개가 넘는 업체들이 참여했다.


철도시설공단(25.80개사)과 한국도로공사(22.16개사)도 각각 1건당 20곳을 넘는 업체들이 입찰에 나섰다. 한국전력이 발주한 ‘광양·여수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 입찰에는 무려 86개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저가낙찰 → 저가하도급 → 부실시공 → 부도, 체불 → 사라지는 일자리’

이처럼 여전히 많은 참여업체 속에 갈수록 떨어지는 낙찰률로 인해 종심제 입찰에선 대형건설기업들도 견디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의 경우 2016년 이후 2년6개월여간 발주된 223건의 종심제 공사 중 35% 정도에 참여, 두 건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종심제 전체 발주공사 100건당 채 1건도 못 딴 셈이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의 투찰률이 낙찰업체보다 대부분 6~10% 가량 높다. 실제 올해 발주된 ‘충주댐’ 관련 시설공사 입찰에선 36개 참여업체 중 두 번째로 높은 90.68%에 투찰해 떨어졌다. 이 공사를 수주한 업체의 낙찰률은 80.05%였다. 그만큼 저가투찰이 적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 내부의 얘기다.


그럼에도 해외건설시장을 노크하는 대형업체들의 경우 국내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최소한의 공사를 저가로 따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저가낙찰은 저가하도급과 부실시공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공사를 저가에 수주한 원도급업체 입장에선 이익을 낼 목적보다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실행보다 낮은 가격으로 하청을 준다.


이로 인해 하도급업체 부실과 함께 체불이 발생하기도 하고 궁극적으론 현 정권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만큼 적정 공사비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저가낙찰로 인한 부실시공은 품질과 안전에 문제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론 시공물의 내구성, 즉 총 생애주기(Life-cycle)를 감안할 때 그만큼 유지보수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정부 재정으로도 손해이고 세금낭비 요소가 많다”고 꼬집었다.




‘낙찰률 정상화’위해 제도 정비해야… 변별력 강화도 필요

전문가들도 최저가제의 과도한 가격경쟁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도입한 종심제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낙찰률 정상화를 통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투찰가격 가운데 상위 40%와 하위 20%를 배제하는 현행 ‘균형가격’ 기준을 상·하위 모두 20% 배제로 변경, 낙찰가 하향 평균화를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일각에선 참여업체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전체 투찰금액을 랜덤하게 추출해 평균을 내는 것도 방법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여기에 복수의 동점자가 나왔을 때 저가투찰업체가 낙찰받는 현행 방식 대신 기준가격, 즉 ‘균형가격’에 근접한 투찰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저가낙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건설업체들의 경쟁적인 저가투찰을 꼽으며 이를 위해선 변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입찰 전에 참가업체들의 시공능력을 종합 평가하는 ‘PQ(Pre-Qualification.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자체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의견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제도에 적응하면서 갈수록 낙찰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변별력을 강화하지 않는 한 종심제 역시 가격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기술변별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음달 예정인 ‘건설산업혁신 로드맵’에서 적정 공사비 방안을 마련할 때 이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성일ssamddaq@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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