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생활SOC 투자 확대 “대형 건설사에 아무런 영향 없어”


건설업계, 생활SOC 투자 확대 “대형 건설사에 아무런 영향 없어”

 

생활SOC 투자 과감하게 확대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회의에서 생활SOC 투자 확대 방안을 언급했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7일 건설업계는 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조관 회의에서 생활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생활SOC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지역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늘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soc가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삶의 질 등 3마리 토끼를 잡을 ‘묘수’라는 의미다. 


                            복합커뮤니티센터 건설현장/한국건설신문


"경제침체우려 불식시켜야...생활SOC 투자 확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6/20180806021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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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SOC는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을 두루 일컫는 용어다. 국민들이 평소 손쉽게 방문해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 여가와 자기계발을 위한 지역밀착형 시설을 말한다. 




이용 빈도가 드문 공항이나 교량, 철도, 역사, 항만을 비롯한 대형 SOC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생활SOC에 대해 “과거 방식의 토목 SOC와 달리,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생활SOC는 그 온기가 사람들에게 골고루 퍼지는 미래지향적 투자라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특정 건설사의 배를 불리는 방식의 대형 토목공사를 향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요 건설사들은 문 대통령의 생활SOC 투자 발언에 대해 대체로 실망한 기색이다.


올해 들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 투자가 정부의 규제로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번 발언 역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분기 건설 투자는 전분기보다 5.6% 감소한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생활SOC 투자에 대해 “대형 건설사가 뛰어들 사업은 아니다. 도서관은 커봤자 100억원 규모”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생활soc 투자가 확대돼도 그 수혜는 중소 건설사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업계의 반응이다. 최근 들어 주택경기 하강, 해외수주 부진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형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업계는 특히 생활SOC 투자 이행 가능성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SOC 투자는 (정부가) 한다고 해놓고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산 직전인 중소 건설사들이 이번에 수혜를 입으면 건설경기가 좋아지고, 나아가 대형 건설사들도 건설사업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태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생활SOC가) 건설 경기의 불씨를 되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발언”이라며 “SOC 예산이 줄어서 건설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 어제 발언이 건설경기의 불씨를 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낙수효과가 큰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예산을 늘려야지 군소업체들에 선심성 정책을 펼치는 게 무슨 효과가 있냐며 반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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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건설업계는 정부는 생활SOC 투자 확대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건설경기가 경색된 주된 원인이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와 SOC 예산 감소에 있는데도, 규제 완화나 SOC 예산 대폭 증액 등 정곡을 찌르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SOC예산은 지난 2009년만 해도 25조5000억원으로 정부예산의 8.4%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25조1000억원(8.6%) ▲2011년 24조4000억원(7.9%) ▲2012년 23조1000억원(7.1%) ▲2013년 25조(7.2%) ▲2014년 23조7000억원(6.7%) ▲2015년 26조1000억원(6.8%) ▲2016년 23조7000억원(5.9%) ▲2017년 22조1000억원(5.5%) ▲2018년 19조(4.4%)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건설 업계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이례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것은 우리가 수주할 게 아니다. 소규모 건설사에나 해당된다”면서도 “오랜만에 문 대통령이 SOC 관련 발언을 한 만큼 건설사에서는 최대한 불씨를 살려보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생활SOC 투자 확대를 계기로 더 큰 것을 얻어 보자는 심산이다. 건설업계는 그간 건설업계를 ‘토건족’에 빗대 비판해온 시민 사회 단체 출신의 부동산 정책 실세들이 현실을 인정하고 업계와 접점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도로, 수도, 하수처리장 등 토목이 사실상 생활 밀착형”이라며 “도서관 이용자보다 도로 이용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생활밀착형 SOC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그동안 SOC 관련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걸 발판 삼아 SOC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20조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협회 목표”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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