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원자력발전이 없다면 [김영환]



든든한 원자력발전이 없다면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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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원자력발전이 없다면

2018.08.08

조어의 천재인 일본은 요즘 최고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을 ‘맹서일(猛暑日, 모우쇼비)’이라는 단어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2007년부터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의 날을 이렇게 불러왔는데 지난 5일 254곳이 맹서일로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때로는 도시별, 시간대별 그래프로 다음날 예상 기온을 기상예보사가 전해 주는 NHK를 보면 정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반구의 폭서는 정체성 고기압으로 제트기류의 남하가 저지된 탓이라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사상 최고인 270만 대의 에어컨(이하 냉방기)이 팔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폭서에 냉방기 가동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자 전기요금 누진제를 없애 달라, 검침일을 바꿔 누진제를 피하자, 원전을 풀가동해 싼 전기를 쓰자는 소리도 나옵니다. 

정부는 전력 비상시 기업들에게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급전’ 명령 카드를 갖고 있습니다. 전력 사용은 폭염만 아니라 혹한에도 급증합니다. 지난겨울 산업자원부는 아홉 차례 급전 지시를 했습니다. 이번 폭염에는 묘책이 없어 54퍼센트까지 떨어뜨렸던 원전 가동률을 70퍼센트로 올려 제구실을 하게 하나 봅니다. 과학 분야에서 2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의 쓰나미 침수 폭발 사고로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서서히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이즈미 전 총리 같은 사람은 즉각 탈원전을 주장합니다. 

열대야에 지친 필자는 몇 해 전 거실에 스탠드형 냉방기 한 대, 안방에 벽걸이형 한 대를 세트로 놓았습니다. 벽걸이 소비전력은 43와트라고 쓰여 있습니다. 스탠드 형은 2,080와트~ 420와트인데 월간 소비 전력량은 77.1킬로와트시(時)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실외기 소비전력은 단독으로 2,020와트랍니다. 벽걸이는 새벽까지 돌려도 다른 전기 기기 사용량과 합쳐 하루 10킬로와트시를 쓸 정도니 경제성이 뛰어납니다. 벽걸이를 켜고 한 방에서 오글오글 잡니다.

작년엔 냉방기를 켜고 잔 날이 1주일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한 보름 전부터 매일 켜지 않고는 잠들 수 없습니다. 대낮 서울의 옥외 주차장은 기온계가 42도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리비아나 이집트 같은 중동 사막의 기온입니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상 관측이 시작된 후 111년만의 불덩어리 같은 기온 탓에 전력 예비율이 간당간당합니다. 전력사용량은 최고 9,070만 킬로와트를 기록했습니다. ‘3020’,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비율을 20퍼센트로 높이자며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인 백운규 산자부 장관이 제시한 2030년 전력 수급량은 겨우 1억 킬로와트를 넘는 수준입니다. 경제성장률의 저조로 전력 수요를 낮춰 잡았다고 하지만 자동 물걸레에서 보듯이 갈수록 가정용 기기의 전화(電化) 비중은 높아가고 있고 전기자동차의 보급과 1인 가구, 비트코인 채굴과 그 거래가 급증하는데 이를 경시한 12년 후의 사용량 10% 증가라는 건 좀 안이한 수치로 보입니다. 탈원전을 합리화하려는 측면인가요. 탈원전하자고 국제적 제재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북한산 의혹의 석탄을 들여오고 삼척에 4조 원을 들여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발전소를 지을 것이 아닙니다. 

며칠 뒤면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입니다. 민족사에 처음으로 국민이 주인이 된 대한민국은 산업적 차원에서 가능한 분야의 자급자족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국제정세에 통달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1959년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후대들은 원자력발전에서 원자로 노심 설계, 계측 제어, 냉각재 펌프 등 3대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습니다. 2009년에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석유 이후를 대비해 발주한 바카라 원전 4기, 560만 킬로와트의 공사를 200억 달러에 수주하는 금자탑도 쌓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지난 7월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에 원전 3기를 짓는 150억 파운드(약 22조 원) 공사 수주를 위한 원전 개발사(뉴젠)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습니다. 영국 가디언 지는 “거래가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정권 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자국에서는 안전을 구실로 원전을 퇴출시키면서 다른 나라에는 짓겠다고 대드는 건 논리적 모순이죠. 초우량 기업이고 외국인 지분이 30퍼센트인 한전은 상반기 5,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비용이 저렴한 원전을 놀리고 석탄, LNG 등 비싼 원료를 쓴 탓이죠.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걸핏하면 소송하는데 이것도 적정됩니다.

전력은 안보(安保)입니다. 1948년 5월 북한은 분단되기도 전에 남한에 전기 공급부터 끊었습니다. 천연가스건 석유건 석탄이건 국제정세에 따라 공급과 가격이 춤추는 불안한 외국 자원에 우리의 내일을 의존할 수 없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큰 줄기로 제시한 태양광 발전은 소요 면적이 천문학적입니다. 1,000 킬로와트 설비에 1만~1만5,000평방미터가 필요하답니다. 정부가 내건 신규 태양광 발전 3,080만 킬로와트 건설에 대략 370평방킬로미터의 남향 땅이 필요하다고 매스컴은 보도합니다. 411평방킬로미터인 강화군보다 약간 작은 면적입니다. 

2030년엔 빌딩 옥상마다 집광판을 의무화할 모양인데 벌써부터 산림을 마구 파헤쳐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2023년에 1만 톤, 2030년 2만 톤이 발생한다는 폐 집광판은 잘 수거돼 납과 카드뮴 등 발암 물질을 회수할 수 있을까요. 저수지에 설치한 집광판은 감전 사고나 파손으로 인한 독극물 유출 오염 사고가 없을까요. 일본에서 재해 발생 때 태양광 발전이 멈추지 않아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재생에너지인 풍력도 바람의 질이 낮고 소음이 발생해 님비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지구촌 최강급의 수출력을 갖고 국부를 창출해 온 원자력발전 산업과 양성된 전문 인력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원전은 원자폭탄이 아닙니다. 선배들이 나라의 형편에 맞게 최적화하여 국책사업으로 키운 원전은 저렴하고 확실한 공급을 보장하는 안정된 에너지이지만 하늘만 쳐다보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천수답식 에너지, 신뢰도가 약한 외국에 원료를 의존하는 화력 에너지는 국민의 삶과 국가의 안정성을 언제 어떤 ‘블랙아웃(대정전)’으로 뒤흔들지 모릅니다. 국가의 비전은 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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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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