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폭염, 피서의 명당은? [방석순]


전례없는 폭염, 피서의 명당은? [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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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폭염, 피서의 명당은?

2018.08.06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엔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올라갔고, 포천은 40도가 넘었습니다. 열사병으로 숨지거나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닭과 돼지 등 가축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폭염이 이달 중순까지도 지속되리라는 전망입니다. 장마가 일찍 도망갔으니 태풍이라도 비껴갔으면 싶지만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이러다 열사병은 물론, 물 부족, 채소와 곡류, 축산물의 가격 폭등에 또 다른 재해가 없을지 걱정됩니다.

당장 기승을 부리는 이 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피해야 할지, 매일매일의 두통거리입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야 보따리 싸서 저 멀리 북방 숲속이나 이열치열, 남방 해안가를 찾아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이러저런 사정으로 멀리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전엔 한여름을 수박 몇 덩어리에 무협지나 탐정소설 쌓아 놓고 견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더위는 인내의 한계를 한참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이들에겐 그래도 영화관이 가장 손쉽고 인기 있는 피서지로 꼽히는 것 같습니다. 차에다 먹을거리, 잠자리 싣고 가까운 계곡으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친구들도 이번 주엔 용문산 계곡으로 가자며 벼르고 있습니다, 남이야 뭐라건 방콕(방에 콕 박히는 것)을 고수하는 친구들도 없지 않습니다.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혹서 퇴치 깜짝 팁도 다양합니다. 한 친구는 고요한 산사에서 고승이 염불하는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다른 친구는 아마존 숲속의 폭포 아래서 인디언 청년이 팬플륫으로 ‘엘 콘도르 파싸’를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띄웠습니다. 또 한 친구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미녀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불쑥 전라로 솟아오르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바다에서 다이빙하는 순간 상어가 입을 딱 벌리고 기다리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여름 땡전 한 닢 안 들어가는 최고의 피서 명당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공공도서관입니다. 굳이 골치 아픈 책을 붙들고 졸고 있을 염려도 없습니다. 서초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매주 화, 목요일 좋은 영화만 골라 무료 상영합니다. 수요일엔 우리의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강의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고 유익한 강연이나 공연, 전시가 수시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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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모임 때 남는 시간 활용에 더 없이 편리한 시청 옆 서울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말고도 곳곳에 지자체의 공립도서관이 무료 개방되어 있습니다. 쾌적하고 시원한 냉방에서 사기 열전이나 삼국지, 그밖에 재미난 소설을 들고 앉으면 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시간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오래전 재미있게 읽었지만 기억에 가물가물한 책, 예전부터 벼르기만 하고 미처 못 읽은 책, 남들 이야기로 겨우 이름만 알고 궁금해하던 책, 그 책 옆에 꽂힌 또 다른 흥미로운 책들을 뒤지다 보면 배고픈 것조차 잊을 때가 많습니다.

아쉬운 건 수요에 비해 너무 협소한 도서관의 시설입니다. 피서처로 잡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어서 늦게 가면 편히 앉아 책을 볼 자리를 얻기가 힘듭니다. 요즘엔 젊은 부부가 아이들 손을 이끌고 도서관을 찾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아무 때나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발적으로 공부하러 들어오는 저 많은 시민들이 모두 불편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큼 우리 사회 전체의 지식과 문화와 의식 수준이 향상될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관광시설을 늘리고, 전시행사를 벌이지만 도서관 확충이야말로 지자체가 돈을 아끼지 말고 힘써야 할 사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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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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