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마법' 8시간은 맘껏 먹어도 석 달 후 체중 3% ‘실종’

카테고리 없음|2018. 8. 4. 12:41


'16:8 마법' 

8시간은 맘껏 먹어도 석 달 후 체중 3% ‘실종’

김은기 인하대 교수


비만인 체중 1㎏만 줄여도 수명 2달 반 증가


저녁~아침 16시간은 물만 먹어야

과잉 섭취 땐 ‘세포 보일러’ 고장

적게 먹어야 줄기세포도 회춘


미 MIT 연구진 쥐 하루 굶겼더니

지방 활활 타고 재생 능력 2배로


  뱃살은 수명과 직결된다. 비만인은 체중 1㎏만 줄여도 수명이 2달 반 늘어난다. 국내 성인 비만은 35.5%, 비만 관련 대사증후군(당뇨·고혈압·고중성지방·고콜레스테롤)은 47.6%다. 살을 빼 보자. 하지만 알려진 다이어트는 너무 많고 지키기도 힘들다. 좋은 게 없을까. 


솔깃한 소식이 있다. 16:8 방식이다. 즉 16시간(저녁~아침 사이)은 물만 마시고 8시간(아침 10시~저녁 6시)은 맘대로 먹는다. 3달 후 몸무게가 3% 줄었고 혈압은 정상치로 떨어졌다. 올해 일리노이대학(UIC) 연구결과다. 밤새 단식(fast)을 깨는(break) 뜻인 breakfast(조식)만 제대로 지켜도 인체는 정상상태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더 구미를 당기는 연구결과가 있다. 노인 쥐를 하루 금식시켰더니 대장 줄기세포가 청년처럼 젊어졌다. ‘금식하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줄기세포 회춘으로 확인된 셈이다. 내 몸은 쫄쫄 굶는데 줄기세포는 왜 더 쌩쌩해질까. 

  

칼로리가 과잉이면 몸속 세포 내 보일러인 미토콘드리아(적색)가 고장 난다. 이곳 칼로리가 낮게 유지되어

야 줄기세포가 젊어진다(청색·세포핵).

  

줄기세포 싱싱해야 망가진 세포 금방 고쳐 

2018년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쥐를 하루 굶기자 대장 줄기세포에서 지방이 활활 타는 것을 발견했다. 더불어 줄기세포 재생능력이 2배 껑충 뛰었다. 연구진 해석은 이렇다. 칼로리가 과잉이면 몸속 세포 보일러(미토콘드리아)가 과열되어 고장 난다. 고장 난 세포들은 줄기세포가 분열해서 대체한다. 이런 분열·대체작업이 많아지면 줄기세포는 그만큼 빨리 늙는다. 공급 칼로리가 낮아야 줄기세포가 싱싱한 상태로 유지된다. 그래야 대장껍질(상피)세포처럼 음식물·병원균과 늘 접하는 곳의 망가진 세포를 금방 고친다. 이게 잘 안되면 염증, 암이 된다. 암 90%가 상처 나기 쉬운 장기 상피세포에서 생기는 이유다. 



  

상피세포는 항암치료에도 손상을 입기 쉽다. 화학항암치료 환자 18명에게 치료 전후 3일간 단식(10% 칼로리 공급)시켰더니 백혈구 DNA 파괴 등 항암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잠시 굶는 것이 잠자고 있는 줄기세포를 번쩍 깨우듯 항암 환자 세포재생에 도움을 주었다는 연구진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소식장수(小食長壽)다. 

  

소식장수 현상은 굼벵이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물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이번 MIT 연구는 적게 먹는 것이 세포 손상을 막고 동시에 줄기세포를 회춘시킨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이든 쥐는 청년 쥐보다 줄기세포 재생능력이 62%나 떨어져 있다. 녹다운된 줄기세포를 ‘업’시켜 보자. 다이어트(Diet)는 그리스말로 ‘건강을 위하여(diaita)’다. 다이어트 해 볼까. 16:8 방식에 도전해 볼 만하다. 이왕이면 일주일에 이틀을 굶어 볼까. 아예 하루 걸러 굶기를 할까. 뭘 먹어야 하나. 

  

다이어트 시간별로는 간헐적 단식(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간간히 줄이기)과 소식(매일 줄여 먹기)으로 나뉜다. 영양소별로는 소식(저탄수화물, 저단백질, 저지방), 케톤식(극저탄수화물, 중단백질, 고지방), 지중해식(자연유래 중탄수화물, 중단백, 중지방)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어떤 게 최고일까. 과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비교했다. 시간별로 어떻게 먹는가는 큰 차이 없이 모두 체중 감량되고 건강수치도 좋아졌다. 영양소별 비교는 쉽지 않다. 인종·문화·지역에 따라 음식이 다르다. 정답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다이어트 핵심’을 추려냈다. 3가지다. 채식기반에다 순 살코기(혹은 단백질)를 더하라,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를 써라, 근육 손실과 요요를 막으려면 운동을 겸하라. 이 3가지는 다이어트 필수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곡기를 끊는 일이다. 힘든 일이다. 임산부·건강이상자는 필히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다이어트가 만병통치는 절대 아니다. 잘못된 믿음은 때로는 죽음이다. 

  

1911년 미국 사이비 의사 린다 해저드는 몸 독소를 뺀다고 맹물수프와 관장으로 환자를 한 달씩 굶겼다. 현란한 말솜씨에 몰려왔던 환자들이 장작처럼 말라 갔다. 그렇게 40명이 굶어 죽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다이어트 할 일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가 필수다. 

  

단기 다이어트 효과 적어, 소식 생활화를 

다이어트 성공의 핵심은 뺄 수 있는가와 유지할 수 있는가다. 간헐적 단식은 중도 포기 비율이 소식 그룹보다 20% 높다. 게다가 줄인 몸무게 5년 유지율은 5% 미만이다. 왜 빼기도, 유지하기도 힘들까. 인류는 식량부족에 대비토록 진화했고 살 빼기보다는 살찌기가 쉽도록 적응해 왔다. 단기 다이어트의 경우 몸은 굶는 비상사태로 해석,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덜 먹은 만큼 무게가 줄지 않는 이유다. 해결책은 생활습관화다. 그래야 몸이 적응하고 장내 세균도 체중에 맞게 자리 잡는다. 인체특성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커다란 유조선이 90도 회전 하려면 4㎞를 서서히 돌아야 한다. 다이어트 기간의 5배를 견뎌라. 뱃살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다이어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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