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 잡는다는 ‘필러 시술’ 색전증·뇌졸중 위험


[부부의사가 쓰는 성의학의 정석]

조루 잡는다는 ‘필러 시술’ 색전증·뇌졸중 위험


성기능 영구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

조직 결절로 ‘곰보빵’ 되는 경우도

국제학회 등도 효과 인정 안 해

한국선 인터넷 통해 광고 범람


“박사님, 제 별명은 곰보빵입니다. 여친이 그렇게 놀리죠.”

  

수치스런 별명을 언급하며 고개를 푹 숙인 30대 초반의 남성 B씨. 그는 원래 조루 환자다. 

“광고만 믿었다가 효과는커녕 모양까지 이상해져서. 혹 떼려다가 완전 혹 붙였습니다.” 

  

“조루에 학술적으로 인정받는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의 병합치료를 내버려두고, 왜 그런 방식에 소중한 몸을?” 

  

“거 있잖습니까. 신경을 마비시키는 조루수술이 워낙 위험하다 해서, 간단히 필러만 주사하면 더 커 보이기도 한다는 유혹에 이리 될 줄이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의 말인즉슨 귀두에 필러를 주입해 감각을 무디게 하고 성기를 좀 더 커 보이게 하는 요량인 셈이다. 

  

그런데 필러 시술이 조루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건 학술적으로 인정된 적이 없다. 효과에 대한 신빙성이 없고 부작용 문제로 국제 성의학회(ISSM)는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해당 학회는 특히 성기능장애에 만연한 비과학적 시술에 대해 2010년 치료원칙을 제시했으며, 4년마다 공식의견을 업그레이드한다. 2014년 또다시 이 문제의 위험성을 재경고했다. 귀두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신경절단술이나 관련시술, 그리고 필러 등으로 귀두를 두툼하게 만드는 시술은 영구적인 성기능 손상 등 부작용 위험성이 커서 추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일부 그런 필러 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효과를 봤다는 주장을 게재한 적 있지만, 여전히 국제학회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식 반대한다.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면 국제학회나 의학교과서에 주치료법으로 등재되겠지만 그런 적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런 시술이 한국에서는 성행한다. 성기능장애가 보험 진료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국가의 적절한 통제를 받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해서 심히 우려스럽다. 

  

“그 의사는 필러로 쓰는 약물이 인체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요.” 

  

B씨는 그렇게 하소연했지만, 필러로 쓰는 약제가 인체에 큰 거부반응이 없다는 뜻이지, 그렇다고 조루의 치료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효과가 있거나 무해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안전성 우려로 인해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2018년 3월 얼굴과 손 이외의 필러 시술은 정식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성기에 필러를 주입하는 시술까지 횡행하니 우려스럽다. 

  

얼굴과 손 이외 필러 시술 승인 없어 

최초의 의학적인 필러 시술은 1899년 오스트리아 빈의 외과의사 게르주니(R. Gersuny)가 고환결손이 생긴 환자의 고환에 바셀린(vaseline)을 주사하면서 시작됐다.  흥미롭게도 필러 시술의 첫 출발점이 성기 필러였던 셈이다. 그는 이 시술의 성공적 결과에 고무됐으며, 다양한 연부조직 결손(soft tissue defects)을 교정하기 위해 필러 시술에 바셀린을 사용했다. 이후 바셀린보다 사용이 용이한 파라핀(paraffin)을 필러로 쓰기 시작했고 더 나은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파라핀 필러 시술은 구개 및 요도의 누공(fistulae)이나 탈장(hernia)에도 사용됐으나 주로 미용적인 목적(안면주름 해소·유방확대·성기확대)에 쓰였다. 20세기 초 20여 년간 파라핀 필러는 인기리에 널리 시술되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됐다. 특히 파라핀종은 수술로도 제거가 상당히 힘들고 부작용은 지속되며 되돌리기 힘들다. 결국 파라핀은 시들해졌다. 

  

현재 성기에 흔히 사용되는 필러는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인데 과거의 필러에 비해 기본적인 인체 안전성은 커졌다. 하지만 필러 시술에서 흔한 부작용(통증·부종·멍·소양증·압통·발적 등)이 성기 필러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감염·알러지 반응·결절·육아종·괴사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조루환자 B씨가 바로 필러로 인해 조직이 덩어리져서 생긴 결절의 부작용 사례다. 

  

이 밖에도 혈관 손상이나 피부 손상, 색전증이나 뇌졸증 등이 발생해 의학적 응급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혈관 덩어리로 가득한 성기의 특성상 필러를 잘못 주사해 고스란히 혈관으로 주입되면 색전증의 위험도 있다. 성기에 필러를 주입한 여성이 급성호흡부전을 보이다 응급 조직 생검(조직을 떼어냄)을 해 히알루론산에 의한 비혈전성 폐색전증으로 판명된 첫 번째 사례가 한국에서 보고된 적도 있다. 



  

국제학회·보건기구, 필러 시술 공식 반대 

한국에선 여성의 성기능과 관련해 성감의 주요소인 지스팟(G-spot)을 만들어주거나 확대시켜주고, 때로는 질성형을 필러로 하는 방식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술이 성기능에 효과적이라는 학문적 근거는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산부인과 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는 지스팟 필러와 질성형술은 의학적 권고사항이 아니며, 그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2007년 발표했고 이를 2017년 재확인했다. 여성들은 이러한 시술을 받기 전에 효과를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고 부작용으로 인해 감염·감각변화·성교통·유착·흉터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시술자에게서 고지받아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광고에 등장하고 있는 성기 필러 시술을 통한 성기능 개선효과는 명백히 인정된 적 없는 게 현실이니 현혹되지 말길 바란다. 이러한 시술은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회와 미국 산부인과 학회도 비판을 하고 있고, FDA에서 승인하는 필러 시술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여성의 성기를 찌르거나 뚫거나 절제하고 소작하는 시술 등도 의료종사자에 의한 여성성기훼손(Female Genital Mutilation)에 해당한다며, 그 시행을 금지하는 국제사회 원칙을 밝혔다. 2015년 이탈리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푸포(Puppo) 박사 등은 여성의 지스팟 확대나 성형술에 대해 WHO가 제시한 여성에 대한 성기훼손에 해당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그런데 한국에는 시술을 찬양하는 광고만 인터넷에 범람하고 있으며, 그 내막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가 묻혀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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