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기업 손목 비틀며..."투자·채용 확대" 요구하는 정부


한쪽선 기업 손목 비틀며..."투자·채용 확대" 요구하는 정부


재계 "新관치경영 재연" 우려

"대통령·장관, 현장찾는것 보고 기업 친화적 변화 기대했건만…"


  재계에서 '신관치(新官治) 경영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고용 부진 상황이 계속되자,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에 대해 투자·채용 확대를 압박하며 경영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필요가 아니라 정부의 요구에 따라 경영 계획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7일 15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한 대기업이 중장기적으로 1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발언한 이튿날이었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구본준 부회장과 김 부총리 만남 후 19조원 신규 투자와 1만명 고용 창출 계획을 밝혔다. 삼성그룹도 조만간 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지난해 7월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평택 1라인. 삼성전자 제공


정부의 잇단 구애… 삼성 '통큰 투자' 초읽기

http://www.hankookilbo.com/v/29c74f90a5ec4eb28703a0cb714f8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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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로서는 정부의 투자·고용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각종 '채찍'을 동원해 압박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공익법인·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을 추진 중이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통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기업들로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우호 지분 확보 등을 해야 한다. 투자·채용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각종 규제로 투자·고용을 막고 있으면서, 이를 늘리라는 모순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재계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고, 장관들이 기업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정부 정책이 기업 친화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당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투자·고용 촉진을 위한 대책에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장관이 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결국 기업의 팔을 비틀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 정부와 달라진 게 뭐냐"고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이 고용·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 혜택 없이 기업에 부담만 주면, 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1/2018080100299.html#csidxb40bda826242015b04761678075b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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