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이 꼭 옥탑방에서 살아 봐야 아나? [고영회]


서울시장이 꼭 옥탑방에서 살아 봐야 아나?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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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이 꼭 옥탑방에서 살아 봐야 아나?

2018.08.01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 동안 옥탑방에서 살겠다고 선언하고 옥탑방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엄청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데, 걱정입니다.

예전에 국제 기름값이 1배럴에 150달러를 오르내릴 때 정부는 에너지 절약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문화부 장관과 구례군수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고 했고, 강북구청장은 버스로 출퇴근하고 더구나 집무실에서 에어컨 대신 부채와 선풍기를 사용하며, 청와대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 운영하고”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비용이 참 많이 들어간 비싼 몸입니다. 이분들은 대부분 뛰어난 능력을 지닌 분입니다. 이분들이 자기의 능력을, 사업이나 자기 분야 일을 포기했으니 개인에게 기회를 잃어버린 비용도 생겼습니다. 한편, 우리는 이분들을 뽑으려고 오가고 투표하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할 것을 온종일 유급휴가를 주었고 기업이 고스란히 비용을 물었습니다. 사전 투표장까지 만들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투표 감시에 개표까지 비용이 참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본인과 우리 사회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찾아낸 대표 선수들입니다. 우리는 이 대표 선수들이 제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 자리로 보냈습니다. 그들이 제 몫을 제대로 해 주어야 잘 뽑은 게 됩니다.

우리가 뽑은 사람에게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사무실부터 일을 도울 사람, 차, 움직이는 비용 등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것을 모두 지원해 줍니다. 그 자리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라고 말이죠. 에너지 아낀다고 하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에어컨 대신에 부채를 쓰고, 버스로 출퇴근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려우니 뽑아준 사람의 바람을 저버리는 행동입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몸값을 못 한다는 뜻이지요. 시민은 저런 비용을 부담할 테니 일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합니다. 그게 몸값을 하는 것이죠.

서울시장이 ‘옥탑 서민 체험’으로 얻는 것도 많이 있을 겁니다. 서민에게 가까이 가서, 서민의 애환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정책의 절실함도 느끼겠지요. 그러나 시장이 직접 해야 할 일일지는 물음표입니다.

정말 서민을 생각한다면, 어떤 정책을 마련해야, 시행착오 없이, 효과 좋게, 비용은 되도록 적게 들면서, 문제를 해결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체험하여 터득한 것으로 해결할 수 없지요. 생생한 현장 소리는 당사자와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의 머리를 빌리면 되겠지요. 그렇게 마련한 정책을 서민이 피부로 느끼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능력과 진정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굳이 요란한 서민 체험이 아니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옥탑방에서 생활하는 기사가 매일 뜨는 것도 불편합니다. 대통령이 선풍기를 보냈다 하니 또 기사가 됩니다. 저렇게 옥탑방에서 한 달을 산 뒤 어떤 선심성 정책이 나타날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사회는 다양하고 구성원은 복잡하고, 생각은 제각각 다른데, 특정 지역이나 특정인을 위한 정책으로 편향되게 나타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시민이 정책을 보는 눈을 키워야겠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뽑고, 비싼 돈을 들여서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데, 나온 정책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호되게 질책해야 합니다. 좋은 정책을 마련하려고 시간을 써도 모자란 게 시장자리일 겁니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옥탑방에서 보내는 게 아깝지 않습니까? 더구나 이 무더위에 체력 지력 소모가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저렇게 시간과 체력을 빼앗기고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면 결국 시민에게 피해로 돌아오겠지요.

날이 뜨겁습니다. 8월 중순까지 계속 뜨거울 거라 합니다. 이제까지 체험한 것으로 끝내고, 쾌적한 관사에서 서울시를 뜨겁게 고민해 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민은 서울시장이 뜨겁게 고심하는 자리를 쾌적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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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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