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경제 국력 위기] 투자 빙하기' 맞은 한국 경제…곳곳에 경기하강 '징후'


[총체적 경제 국력 위기] 투자 빙하기' 맞은 한국 경제…곳곳에 경기하강 '징후'

반도체 투자 조정 진입
반도체 투자 대체 산업 없어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 드러나
사면초가 한국 경제

   경제 활성화의 선결 조건인 민간 투자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설비투자가 지난 2009년 9~12월 이후 17년6개월만에 4개월 연속 감소하며 투자 빙하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투자가 주춤하고 있지만 반도체 투자 감소를 대체할만한 다른 산업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려했던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이 현실화한 것이다. 건설투자 역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탓에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사면초가의 상황인 셈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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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예측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마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통상 이 수치가 6개월 연속 떨어지면 경기가 꺾인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년 5개월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력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제조업체의 비중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득주도성장 기치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친노동 정책이 심각한 기업심리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가 뒤늦게 혁신성장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선 민간 투자가 살아날 수 없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7%에 그쳤다.투자 빙하기 조짐은 암울한 하반기를 예고하고 있다. 설비투자 뿐 아니라 수출, 소비도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도 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미중 무역전쟁 격화,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가 반영됐다. 정부가 최근 하향 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9%조차 낙관적이다. 설비투자는 일자리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고용한파 장기화 우려도 낳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기하강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 크게 둔화…6월 감소폭 5년 4개월 만에 최고
설비투자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투자가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특수산업용기계 설비 투자 증가율(전년대비)은 지난해 2분기 86.2%까지 치솟은 이후 올해부터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41.5%를 기록한 이후 5월(-14.5%) 감소세로 전환했다. 6월 감소폭인 30.4%는 지난 2013년 2월(-42.8%)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같은 반도체 투자 증가율 둔화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다. 반도체 수퍼 호황기를 맞아 실시했던 과감한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에 대응해 2016년 4분기부터 급증했던 투자가 올해 들어 완료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언제까지 설비만 증설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마무리하고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선박 등 주력 업종 취약…SOC 예산 감축도 악영향
문제는 반도체 투자 조정에 따른 투자 공백을 메워줄 업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7월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 설비투자 증가율이 큰 폭으로 축소된 이후 내년에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 제조업 가동률 하락, 보호무역기조 강화에 대응한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이 국내 설비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업종은 전반적으로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 중심의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3사별로 10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도 지난 6월말 주파수 경매가 완료된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올해말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전기차와 자동화 관련 설비 투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설비 확충 추세 및 국산차 판매 부진 등으로 국내 투자를 크게 늘릴 여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또한 중국의 LCD 공급 증가 및 가격 하락으로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재 제조업 경기를 감안하면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설비 투자 부진에 한몫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제품이 줄면서 투자를 늘리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4.6%), 자동차부품(-2.1%), 디스플레이(-15.6%), 무선통신기기(-25.5%), 선박(-54%), 가전(-22.2%) 등 상당수 주력업종은 상반기 수출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현욱 KDI(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전통적인 주력업종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해지면서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군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반도체 경기가 조정국면에 접어들면 다른 주력 업종에서 수출 경쟁력을 발판삼아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한국 경제 특유의 포트폴리오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택 경기가 위축된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정부의 SOC 예산 삭감은 투자 지표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지난해 대비 14% 삭감한 19조원으로 편성했다. SOC 예산 삭감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각 정부 부처의 예산요구안에 따르면 내년도 SOC 예산 요청 규모는 올해보다 10.8% 적은 16조9000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을 비판하며 SOC 예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1.3%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 생산 감소율인 2.3%는 2012년 1분기(-4.7%) 이후 최대치다. 
세종=정원석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원문보기: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8073102156&www.google.com#csidx63040d2dd8afdacb20ea418451feb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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