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건설사업 만성적 지연의 진실


북한 건설사업 만성적 지연의 진실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발전소 하나 짓는데 30년 넘게 완공 못해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6월 말부터 평안북도 자강도 함경북도 등 조중 접경지대의 공장 기업소 발전소를 잇따라 시찰 했습니다. 특히 함경북도 어랑천 발전소 현장 지도에서는 ‘대단히 격노’했다던데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강철환: 이 뜨거운 여름 선친 김정일 같으면 여름휴가를 지내고 있을 시간이지만 김정은이 더위도 마다하고 건설현장을 찾는 것으로 보면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특히 30년째 건설 중인 어랑천 수력 발전소 문제를 직접 요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건설현장을 찾은 것인데요, 이 어랑천 발전소는 1988년 6월 5일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의해 시작된 공사입니다. 함경남도에 이어 국가산업이 밀집된 함경북도는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공업지구이기 때문에 어랑천 발전소가 건설되면 전력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단천 마그네사이트 공장, 검덕광업지구 등 굵직한 공업지구가 밀집한 함경북도는 만성적 전력 부족지역이기도 합니다. 총 13만 4천키로 와트의 발전을 목표로 건설 중입니다. 상류 언제인 팔향언제는 17년째 쌓아 올리고 있는데 아직도 전체 공정의 70%밖에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인 어랑천발전소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댐 건설을 시작한 지 17년이 되도록 총 공사량의 70%만 진행된 점을 지적

하며 내각 책임일꾼 등의 업무 태도를 질타했다. 사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담당자들을 다그치는듯한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전. 발전소 하나 짓는데 30년 넘게 완공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믿기 어렵습니다. 




강. 북한의 주요 발전소들은 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됐습니다. 금강산발전소의 경우 인민군대가 동원돼 집중지원을 받았고 태천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만큼 대형 수력발전소 건설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되지 않으면 제대로 건설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가가 동원되어도 제대로 돌아가는 수력발전소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어랑천 발전소는 함경북도가 자체의 힘으로 건설하겠다고 처음부터 주장했고 국가는 함경북도의 의견을 받아들여 도 자체의 힘으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방치한 것입니다. 문제는 함경북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많은 탈북자가 발생해 인력난이 심각했고 식량위기도 극심하게 받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발전소 건설은 함경북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중앙에서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함경북도의 간부들도 발전소 건설은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하고 아예 손을 놓은 상태로 지낸 것입니다. 


전. 어랑천 발전소 뿐만 아니라 국가적 건설 사업인 류경호텔도 일부만 마무리 됐지 아직 완공시키지 못한 것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국가적 사업도 지지부진한 데, 북한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도중에 하나인 함경북도가 어랑천 발전소 하나를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김정일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건설한 105층 류경호텔도 사실 아직도 완공되지 못하고 부분 영업을 하는 상황입니다. 국가적 사업도 30년째 제대로 완공하지 못하는데 함경북도가 자체로 추진한 어랑천 발전소는 대형 급이기 때문에 지금껏 방치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전. 어랑천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북한에서 건설된 대형발전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문제가 많다고 하던데요. 왜 그런 겁니까? 


     


강. 북한은 지역적 특성에 맞게 수력발전소들을 대규모로 건설해왔습니다. 문제는 발전설비입니다. 발전터빈이나 기타 발전설비에 따라서 전력생산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자체 생산하는 발전설비들이 낙후하고 제대로 전력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진국에서 발전설비들을 들여와 발전소 건설을 해야 하는데 간부들의 아첨과 지도자의 아둔함으로 북한의 발전소들은 여기저기 잔뜩 만들어놓았지만 제대로 발전소가 돌아가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과거 김달현 경제부총리가 흥남비료공장 재투자를 위해 1억 달러 상당의 설비 수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김정일에게 찍혀서 자살까지 한 사건은 아주 유명한 사건입니다. 대형수력발전소를 건설을 위해 해외에서 발전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계획을 짰다가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몰려 죽은 간부들도 있습니다. 대안 중기계 공장에서는 자신들이 자체로 발전설비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은 요란하게 하지만 북한산 발전설비들은 사실상 너무 낙후해서 발전설비로서 적합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60년대 이후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은 공장에서 제대로 된 설비생산이 이뤄질 리 없는 것입니다. 결국 북한에서 만든 발전설비를 쓰는 발전소들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고 이런 것들이 악순환 되면서 발전소를 아무리 건설해도 전력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전. 김정은은 함경북도 온포 휴양소와 청진 가방 공장 현지 지도에서는 관리실태 부실을 지적하면서 ‘수령님과 장군님 업적을 말아먹고 죄를 짓게 된다’며 분노했다던데요. 


강. 그렇습니다. 온포 휴양소의 욕탕을 보고는 “정말 너절하다”고 버럭 화를 냈다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치료가 되겠냐며 역정을 냈는데 그런 것들은 바로 자기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책임은 하부 간부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지원도 없고 자율권도 없는 공공시설은 사실 누구도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구조인데 그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바꾸지 않고 역정만 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바로 파악하지 않는 처사라고 봅니다. 


전. 이번에 김정은이 여러 시설들을 돌아보고 당과 내각 상급 간부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책했다던데요, 종전과는 좀 다른 질책 태도를 보인 것 같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은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랑천 발전소가 방치됐는지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준공식 때만 머리를 내밀고 건설과정에는 무관심 하는 뻔뻔스러운 간부들이 있다고도 질책했습니다. 매번 사상투쟁하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소리만 반복되고 실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도 하고 내각은 물론, 노동당 경제관련 부서, 심지어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경제관련 담당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급에서 하급의 상황에 관심 없으니 하급 간부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그런 것들이 만성화되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질책을 한 것입니다. 


어랑천 발전소 건설현장/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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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무래도 김정은의 전력을 봐선 당과 내각 주요 간부들이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경제관련 책임자들의 운명은 모두 비참했습니다. 식량난 초기에 서관히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가 굶주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개총살 당했습니다. 김달현 경제부총리가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박남기 노동당 재정계획부장도 화폐개혁의 실패 책임을 물어 노년의 나이에 처형됐습니다. 사실 경제는 지도자의 가장 큰 책임인데 힘도 없는 경제관련 책임자들에게 항상 책임을 전가해왔습니다. 이번에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져야 할 경제 파탄의 책임을 애꿎은 경제관련 간부들에게 물어 희생양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사령탑인 박봉주 총리와 노동당 경제관련 책임자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셈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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