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들어가는 문은 넓지만 나가는 문은 바늘 구멍

[전문가 기고] 

중국 투자–들어가는 문은 넓지만 나가는 문은 바늘 구멍


이맹맹 중국 칭다오무역관

이평복 BKC 고문(http://cafe.naver.com/kotradalian)


나갈 때 거액의 철수비용 각오해야


   중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 강화정책으로 투자제한도 거의 없어지고, 법인설립도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급기야 내년에는 기업 설립 소요일수를 선진국 수준인 8.5일까지 단축하고, 원스톱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니, 사실상 중국 진출의 대문은 활짝 열린 셈이다.


수년 전에 중국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자문회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 당시 설립 대행회사의 요구에 따라 영문도 모르는 수십 장의 문건에 팔이 저리도록 서명하고, 은행 등 여기저기 다닌 끝에 영업허가증, 세무등기증, 법인코드증 등의 서류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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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런 번잡한 투자절차도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다. 영업허가증 하나에 모든 증명서가 통합되고, 대부분의 절차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내년이 되면 거의 우리나라에 개업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더 간편해질 것이다.




나갈 때는 거액의 철수비용을 각오해야

그렇지만 시장조사가 미흡했거나 또는 설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떠나야 할 날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외자기업이 문 닫을 때 가장 먼저 넘어야 하는 관문은 퇴직금 등 직원정리 문제지만 그 다음 관문도 만만치 않다. 상무국 - 공상국 - 노동국 - 지방세무국 - 국가세무국 - 세관 - 은행 순으로 일일이 검사 받고 '통과' 도장을 받아야만 그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 역시 외자기업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문 닫을 때는 기본적인 단계는 다 거쳐야 한다. 이러다 보니, 외자기업의 경우 문 닫을 때까지 기본적으로 2년 정도가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적발된 사안에 대한 보충납세, 패널티 등 거액의 철수자금 헌납을 각오해야 한다.


필자는 실물자산 하나 없는 1인 법인을 2년간 운영하다가 세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2015년 12월부터 일찌감치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인맥이 고래심줄 같은 중국 파트너가 청산절차를 대행해 주었지만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초기에는 상무국, 말기에는 은행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상무국에서는 매년 인터넷에 기업 공시를 하지 않았다며 보충공시절차를 요구하여 수개월이 지체되었고, 맨 마지막 단계인 은행에서는 경직된 일처리로 인해 6개월 이상이 소요되었다. 결국 2년 반이 흐른 금년 5월 말에야 최종 종료 통보를 받고 한 숨 돌리게 되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중국 파트너의 인맥으로, 청산에 가장 큰 관문인 세무 감사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작은 가게 하나 닫는데, 총 2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영업실적이 없는 조그만 사무실도 회계사무소에서 청산 대행비를 350만 원(2만 위안) 정도 받는다고 한다.




저수지에 가득 찬 물의 표면은 잔잔하고 평화롭게 보여도 일단 물을 빼면 바닥에 상당량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일단 쓰레기가 발견되면, 당국은 절대 눈감아 주지 않는다. 과태료에 벌금에 치우는 값까지, 경영이 악화되어 문 닫는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법인 경영자 중에는 어떻게 임자를 찾아 사업체를 넘겨주고 떠날 수 있는지, 불면의 밤을 보내는 분들이 적지 않다.


중국 진출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경박한 뉴스에만 눈길을 빼앗기면 안된다.  유감스럽게도 문닫는 절차는 하나도 간소화된 게 없고, 세무징수체제가 날로 강화돼 외국인의 경우는 개인소득세 추징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다. 


The Tele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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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투자진출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한국인들은 좁은 나라에 살다가 중국에 오면 땅의 크기에 놀라고 무궁무진한 시장에 경탄하게 되지만, 모든 땅에 임자가 있다는 사실에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중국시장의 환상에 눈이 멀어 우선 회사부터 만들고, 해보고 안 되면 폐업하면 된다는 식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실제로, 서둘러 법인부터 차렸다가 제대로 꿈도 못 펼쳐보고 가진 돈을 다 잃고 사업을 접는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회사 설립 간소화는 한국의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 중국을 탈출구로, 기회의 땅으로 믿고 싶은 우리 중소상인들에게는 어쩌면 패가망신의 "덫"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부질없을 걱정도 뇌리를 스쳐간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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