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이라는 숫자에 담긴 이야기들 [방재욱]



‘100’이라는 숫자에 담긴 이야기들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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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이라는 숫자에 담긴 이야기들

2018.07.26

2012년 2월 ‘자유칼럼’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게놈’을 주제로 첫 글을 올린 후 100번째 원고를 쓰며,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의 단상과 함께 깊은 감회가 느껴집니다. 우리 일상에 ‘100’이라는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들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100을 나타내는 백(百)은 전체, 완성, 가득함 그리고 진정성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온 국민을 이르는 백성(百姓)은 ‘온’(모두)이라는 의미를 담은 '백(百)'에 가족의 명칭이나 겨레를 의미하는 ‘성(姓)’을 붙여 쓴 말로 사대부가 아닌 일반 평민을 이르는 말입니다. 백성이 굳건하고 평온해야 나라가 평안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많은 백성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즈음의 사회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100일을 기념하는 의미가 담긴 말들로 많습니다. ‘백일(百日) 잔치’는 어린아이의 생존에 대한 관심에서 생겨난 행사입니다. 지금은 생활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의술이 발달해 유아 사망률이 낮지만, 예전에는 유아 사망률이 높아 출생 후 100일 전에 사망하는 아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출생해 100일을 지내며 살아남은 아이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전해주려 벌여온 행사가 백일잔치입니다. 1년이 지나 치르는 돌잔치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00일 기도’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소망하는 기도이며, ‘수능 100일 기도’는 대학입학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기도입니다. 연인 관계로 만나 100일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는 ‘100일 기념일’이란 말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모두가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는 미래지향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백일이 아니라 ‘백년(百年)’이란 긴 시간을 담은 말들로 많습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은 먼 장래를 내다보고 세우는 커다란 계획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만 앞세우고, 실제로는 3년이나 5년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부부로 인연을 맺어 백년을 함께 늙어간다는 말인 ‘백년해로(百年偕老)’에서 백년은 ‘오래오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물학적으로 결혼 후 백년을 함께 지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백년지객(百年之客)’ 또는 ‘백년손님’이란 말은 ‘사위’를 이를 때 쓰이고 있습니다. 

‘백년전쟁(百年戰爭)’은 중세기인 1337년부터 1453년까지 116년 동안 영국과 프랑스가 프랑스 땅을 전쟁터로 휴전과 전쟁을 되풀이하며 벌인 전쟁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은 책이나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의미와 함께 학문을 열심히 하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독서백편 하면 대학시절 어느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이야기해주신 ‘1-10-100의 법칙’이 떠오릅니다. 그 법칙에서 ‘1’은 대학 시절 4년 동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정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교수를 한 분 이상 만들고, ‘10’은 서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10명 이상 사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100’은 대학 시절 4년 동안 100권 이상의 책을 읽으라는 것입니다. 4년에 100권이면 한 달에 2권 정도로 매우 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실천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산이 100만 달러(12억 원 정도)를 초과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백만장자(百萬長者, millionaire)’는 재산이 많은 부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달러의 가치가 높았던 예전의 부자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요즈음은 백만장자에 대비해 순자산이 미국 달러로 환산해 십억 달러(1조 원 이상)가 넘는 사람을 일컫는 억만장자(億萬長者, billionaire)라는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100점 만점이란 말에서 만점(滿點)은 규정한 점수를 꽉 채운 것을 의미합니다. 만점이란 말은 부족함이 없는 만족스러운 수준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며느릿감으로 만점이라고 하면 며느리 역할을 잘할 자질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며, 인기 만점이라는 말은 대중의 인기를 충분하게 모으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수명이 늘어나 100세 삶이 일반화되며 ‘100세 시대’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는데, 100세는 ‘하늘의 운명’이라고도 합니다. 2009년 UN에서 100세 시대를 상징하는 말로 사람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 대비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를 제안했습니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국가의 수가 2000년에는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한 것입니다. 

‘100’이라는 숫자에 우리 삶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미래의 꿈과 희망을 담은 ‘100점 만점’짜리 삶을 위한 자신만의 ‘100일 기도’ 계획을 세워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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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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